'보증금 9억·월 500만원' 그래도 빈방 없다…돈 많은 시니어가 사는 곳

방윤영 기자 2024. 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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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오랜만에 미국에서 온 아들 내외를 맞았다.

이곳에 거주하는 시니어 600여명의 평균 나이는 79세로, 대부분이 아직 경제활동을 한다.

더 클래식 500 관계자는 "일반 호텔을 가면 부스스한 상태로 조식을 먹으러 가는 풍경이 일반적인데, 이곳 회원들은 오전부터 깔끔하게 머리 손질을 하고 단정한 차림을 항상 유지한다"며 "여전히 일을 하며, '몸짱'으로 유명한 90세 회원이 있을 정도로 건강한 시니어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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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OPAL·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온다] 시니어주택① 액티브 시니어가 사는 법
더 클래식 500 시니어 세대 실내 모습 /사진=더 클래식 500

#75세 김병욱씨(가명)는 오늘도 오전 6시에 일어나 거실 통창으로 날씨를 살핀다. 40층 높이에서 보는 시티뷰는 막힘없이 주변이 잘 보인다. 온도는 낮지만 하늘이 맑아 미세먼지는 괜찮아 보였다. 잘 다려진 하얀 셔츠에 니트를 겹쳐 입고 코트를 차려입고 3층으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 메디컬 센터의 조언대로 샐러드와 함께 밥과 채소, 생선 위주로 골라 담았다. 식사를 마치고 오전 8시, 6층에 있는 도서관으로 올라간다. 평소에는 오전 9시까지 서초동으로 출근하지만 오늘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어서 도서관에서 업무를 보기로 했다. 조간신문을 훑어보고, 챙겨온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오후엔 오랜만에 미국에서 온 아들 내외를 맞았다. 방학 기간인 손자와 함께다."아버지는 여전히 멋있으시다"는 아들의 말에 기분이 좋다. "정정하시다"는 말은 왠지 늙은 느낌이라 언젠가부터 "멋있다"는 말이 듣기가 더 좋다. 저녁은 3층 뷔페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김씨는 정장에 나비넥타이까지 맸고, 아내는 밍크 숄을 둘러 멋을 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에 마련된 '더 클래식 500'에서 지내는 70대의 생활상을 가상으로 풀어본 사례다. 김씨의 생활 모습을 보면 호텔이 떠오르지만, 더 클래식 500은 서울 도심에 마련된 실버타운이다. 시니어를 위한 주거 공간이지만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탓에 호텔 생활과 다르지 않다.

도어맨이 차량 문을 열어주며 짐을 받아주고, 천장이 높은 로비에 들어서면 화려한 조형물이 내부를 장식한다. 프론트데스크에는 직원들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레스토랑과 피트니스 센터, 스파, 야외 수영장까지 층층이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지난 4일 찾은 더 클래식 500의 풍경은 호텔을 연상케한다. 호텔과 다른 점은 딱 하나, 손님들의 연령층이 높다는 것뿐이다.

실버타운은 은퇴하고, 건강하지 않은 시니어가 여생을 편히 살기 위해 찾는다는 인식은 깨진 지 오래다. 도심의 고급 실버타운을 찾는 시니어들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이 가능한 곳을 바란다. 더 클래식 500에 거주하는 시니어는 예전엔 은퇴한 자산가나 사업가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은퇴하지 않은 의사·법조인·교수 등 전문직이 많다.

이른바 경제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는 '액티브 시니어'다. 출퇴근이 편한 서울 도심에, 의료·건강·금융 등 각종 편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더 클래식 500을 찾는 것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시니어 600여명의 평균 나이는 79세로, 대부분이 아직 경제활동을 한다.

더 클래식 500 관계자는 "일반 호텔을 가면 부스스한 상태로 조식을 먹으러 가는 풍경이 일반적인데, 이곳 회원들은 오전부터 깔끔하게 머리 손질을 하고 단정한 차림을 항상 유지한다"며 "여전히 일을 하며, '몸짱'으로 유명한 90세 회원이 있을 정도로 건강한 시니어가 많다"고 말했다.

더 클래식 500 3층 라스떼르 회원 전용 뷔페 식당(위쪽)과 6층 라이브러리 모습 /사진=더 클래식 500


비용은 만만치 않다. 보증금은 9억원에 월 관리비로 400만~500만원이 든다. 그런데도 총 385실이 모두 만실이다. 지금 대기를 걸어도 2년은 기다려야 한다. 방은 전용면적 123~130㎡(약 55평) 단일 평형으로 구조만 다른데, 층수나 방향 등 선호도에 따라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지거나 당겨지기도 한다. 재계약률이 높다 보니 빈방이 없어 대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제생활과 건강, 여가·문화 등을 중요시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나면서 도심에 고급 실버타운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강남이라는 입지적 장점으로 인기가 높은 서울 강남구 자곡동 '더 시그넘 하우스'는 인천 서구에 '더 시그넘 하우스 청라'를 추가로 개관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는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 카운티'가 최근 문을 열었고,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인 'VL르웨스트'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조성 중이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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