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려고 이틀 줄 섰어요”…대체 뭐길래 2030 사로잡았을까, 제조법은? [기술자]
1966년 10월 말 미국의 제36대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이 한국을 방문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같은 특명을 내립니다. 존슨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부터 ‘커티 삭(Cutty Sark)’ 위스키를 거의 매일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린 지시였습니다.
양주 수입 자율화가 이뤄지기 한참 전이었던 만큼 위스키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합니다. 전국을 수소문한 끝에 2병을 간신히 확보했다고 하는데요. 한때 국가 정상 간 만찬 자리에나 등장했던 술이 오늘날 이렇게 흔해졌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먼저 ‘위스키’라는 말은 라틴어 ‘아쿠에 비테(aqua vitae)’를 스코틀랜드 게일어 ‘위스게 베하(uisge beatha)’로 번역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생명의 물’이라는 뜻인데 지금에야 술이지만, 한때 유럽에서는 흑사병 등 질병에 소독·치료제로 썼다고 합니다.
평소 관심이 있으셨다면 위스키의 영어 표기법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도 들어보셨을 텐데요. 스코틀랜드와 호주, 일본 등에서는 ‘Whisky’, 아일랜드와 미국 등에서는 ‘Whiskey’라고 표현합니다. 알파벳 e가 포함되는지가 차이인데 둘 다 맞는 표현입니다.
위스키가 영국에서 기원한 건 사실이지만, 정확한 시초는 사실 불분명합니다. 12세기께부터 곡물을 알코올로 증류하기 시작했다는데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모두 각자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우리야 아무렴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닐까요?
위스키가 보편화된 건 1831년 연속식 증류기가 발명된 이후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연속식 증류기의 등장으로 제조가 간편해지고, 또 19세기 중반 진드기의 일종인 ‘필록세라’가 유럽 전역 포도밭을 초토화한 뒤에야 브랜디가 지고 위스키가 떠오르게 됐습니다.
재료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곡물을 알코올로 증류한다는 원리는 모두 똑같습니다. 우선 보리나 호밀, 옥수수 등 건조된 곡물을 큰 통에서 뜨거운 물과 섞습니다.
보리 전분의 경우 ‘아밀레이스’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뜨거운 물만 섞어도 당으로 전환됩니다. 호밀과 옥수수 전분을 당으로 바꾸려면 별도 효소를 넣어줘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각각의 곡물에서 당이 만들어지면 여기에 효모(미생물)를 넣어 본격적인 발효를 시작합니다.
이때 이 발효액은 알코올 도수 10도 남짓의 ‘와시(wash)’라고 하는데요. 와시를 1차 증류해 알코올 함량 25%까지 끌어올린 뒤, 다시 와인 증류기(스피릿 증류기)에 넣어 알코올 함량 70% 안팎의 2차 증류액으로 만들어 내는 게 그다음 단계입니다.
이후 이 원액을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에 넣고 수년간 숙성한 뒤 물을 섞어 희석해 제품화합니다. 알코올 도수는 최소 40도가 원칙인데 물을 아예 섞지 않은 55~60도 남짓의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형태도 종종 출고됩니다. CS는 보통 마니아들이 선호합니다.
대체로 프랑스산 오크통을 활용하면 향신료와 토스트 계열의 부드러운 풍미, 미국산 오크통을 활용하면 바닐라와 몰트 계열의 짙은 풍미가 더해집니다. 또 쉐리 와인, 포트 와인 등을 담았던 오크통에서 위스키를 숙성하면 그 특유의 포도 향이 원액에 묻어나기도 합니다.
이 오크통을 따뜻한 곳에 보관하면 숙성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동남아 등 기후가 따뜻한 나라에서는 이 점을 활용해 위스키를 대량 생산하기도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증발하는 양이 많아 20~30년 이상 숙성한 제품은 못 만들어 낸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반면 스코틀랜드의 경우 일교차·연교차가 크지 않아 전 세계에서 위스키 숙성 속도가 가장 느린 지역으로 꼽힙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가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흔히 보는 고연산 위스키 제품들은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게 대부분입니다.
수입량을 종류별로 들여다보면 ▲스카치위스키 8429t ▲버번 위스키 3176t ▲라이 위스키 62t ▲기타 1만6724t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류업계에서는 스카치위스키 중 싱글몰트 위스키가 특히 인기를 끌면서 전체 수입량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위스키가 인기인 데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여행이 어려워졌을 때 보복성 소비가 이뤄졌다는 것, 또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주목받았다는 분석이 가장 힘을 받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회식 문화가 축소된 영향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취향뿐 아니라 문화가 바뀌었다”면서 “직장 생활하면서 억지로 마시는 게 사라지고, 지인들과 가볍게 즐기되 만취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진짜 젊은 친구들이 위스키 좋아하는 건가?’ 싶은 의구심이 드실 수도 있는데요. 유통 현장을 취재하는 저도 한 번씩 ‘오픈런’ 현장에서 길게 줄 서 있는 2030 세대를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술 한 병을 사려고 이틀 전부터 줄 선 이도 만났었습니다.
물론 위스키 역시 여느 유행처럼 순식간에 사그라질 수 있단 전망은 나옵니다. 다만 해외 국가들을 살펴보면 식품·유통시장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양상 하나가 수제맥주→위스키→리큐르(증류주)→와인 순으로 인기를 끌며 시장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다음 주 <기술자> 코너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위스키 브랜드, 또 구체적인 종류별 특징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및 자료>
ㅇ술 잡학사전, 클레어 버더(Clare Burder), 문예출판사, 2018
ㅇ내 취향에 딱 맞는 125가지 위스키 수첩, 성중용, 우듬지, 2010
ㅇ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수출입실적 데이터
ㅇOffice of the Historian, Foreign Service Institute, U.S. Department of 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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