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인재영입 전쟁, 누가 승자일까

2024. 1. 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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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핵관 이철규 전횡·민주당 친명비선 인선 ‘의혹’ 끊이지 않아
한동훈·이철규 국민의힘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방문규 산자부 장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교수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주요 정당은 대중정당이자 포괄정당(catch-all)이다. 기본소득당처럼 단일정책 이슈정당이나 이념정당이 정당사에 간혹 등장하지만 대부분 원내외에 걸쳐 있는 소수정당에 머문다. ‘포괄정당’을 쉽게 말한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면 무엇이든 다하는 정당이다. 2012년 한나라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꿀 때도 그랬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레드컴플렉스를 염두에 둬 금기시해왔던 빨간색을 당색으로 채택했다. 보수정당이 파란색을 포기하자, 현 더불어민주당 계열에서 잽싸게 파란색을 꿰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괄정당들에게 인재영입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금까지 당의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 영입한 이러이러한 인재를 통해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당의 인재영입은 유권자들을 향한 메시지다. 경쟁정당에 비해 자신이 더 유능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인재영입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

지난 1월 11일 국민의힘이 공관위원을 확정하고 공관위를 출범시켰다. 이로써 원내 양당의 공천 틀거리는 완성됐다. 각 당의 경선마감일(국민의힘 2월 25일·민주당 3월 1일)까지는 공관위원회와 인재영입위의 시간이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활동 중인 전은수 변호사를 인재영입 7호로 발표했다. 내건 메시지는 “초저출생과 지역격차 해소”였다. 교사출신 변호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전 변호사는 울산의 ‘지역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탈북자 지원, 인권운동 또한 해온 인사다. 인재영입을 통해 민주당은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

저출생과 지역소멸 대응은 정파를 떠나 대한민국 정당의 공통된 이슈다. 탈북자 지원, 인권 이슈는 한국사회 소수자 인권 문제의 핵심영역이지만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까지 배출한 국민의힘에 비해 민주당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였다. ‘격차’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회가 연일 발표하고 있는 총선정책 기조의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인물 선정은 물론, 메시지 선정에도 여야가 보이지 않는 신경전, 물밑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월 8일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가 입당 및 영입 환영식을 열었다. 뜯어놓고 보면 이상한 모양새였다. 미묘한 미스매치여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2차에 걸쳐 인재영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참석자 중 기존 영입 인사는 1차 영입한 5명 중 4명뿐이었다. 2차 인재영입 인사들은 이날 환영식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이날 새로 영입했다고 공개한 인사는 두 사람이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과 박상수 변호사다. 박상수 변호사의 알려진 경력이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영입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교육’이라고 봐야 한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새 인물’은 모두 10명이었는데 위 1차 영입 인사 4명+새 영입 인사 2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윤석열 정부에서 장·차관을 역임한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영입 인사라기보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인사들로 분류될 수 있다. 이날 환영식의 후반부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어록에서 따온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라고 적힌 퍼즐을 완성하는 퍼포먼스였다. 그런데 이날 입당식을 치른 4명의 장·차관에게는 이 퍼포먼스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으로 이날 행사에 참여한 조정훈 의원에게도 기자 취재를 허용한 공개석상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발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동훈 ‘윤석열 아바타’ 논란 핵심은 이철규

공관위원회를 꾸린 1월 11일까지 국민의힘 인재영입과 공천을 둘러싸고 주목받는 인사가 있다. 이철규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13일 발표된 종전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한 바 있다. 12월 13일 김기현 당대표가 급작스레 사퇴하면서 기존 지도부가 붕괴했고, 이철규 의원도 위원장 자리를 내놔야 했다. 12월 26일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장제원·권성동이 용산과 멀어진 까닭에 ‘원조 윤핵관’으로선 유일하게 살아남아 사실상 당내 2인자 자리를 굳혀온 이철규 의원도 자연스레 배제되리라는 게 당 주변의 관측이었다. 이 의원의 입김을 배제해야 일각의 ‘윤석열 아바타’라는 딱지를 한 비대위원장이 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1월 3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전격적으로 이 의원과 공동으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다시 1월 11일 이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되면서 인재영입과 공천 모두를 관장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의원이 그동안 해온 것이 있으니 형식적으로 유임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언론에 발표되는 것을 보니 정말로 공동으로 하는 것으로 나와서 황당했다.” 기자가 접촉한 한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말이다.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비대위원회 구성에서도 특정 몇몇 비대위원은 이 의원이 꽂아 넣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던 참이었다. 인재영입위원회나 공관위와 같은 선거조직을 이미 이철규 의원이 장악하고 내정한 상태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지 이철규 의원 개인의 전횡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사실상 당내 2인자라는 것은 1인자, 즉 용산의 뜻을 그가 대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이철규를 통해 내리꽂히는 ‘VIP와 여사님의 영입과 인재공천’을 한 비대위원장이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느냐가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변별자가 된다는 뜻이다.

“당의 공천은 충분히 당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그건 당내 공천위원회 분들이 들어와서 공천을 행사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당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데이터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1월 11일 기자들로부터 “이철규 의원이 공천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용산발 공천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을 받은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세운 것에 그런 것(윤심)이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흥미로운 건, 정 위원장의 프로필을 보면 강원도 주문진 출신에 강릉고·고려대 법대를 나왔다는 사실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1월 8일 국민의힘 강원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아버지는 춘천 소양로에 살면서 춘고(춘천고)를 다녔고 어머니도 역시 춘여고(춘천여고)를 다녔다”며 자기 가족과 강원도의 ‘인연’을 강조했다. 동해·태백·삼척·정선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철규 의원 역시 강원도 삼척 출신이다. 외형상으로는 인재영입위·공천관리위원회 결정 라인 모두를 ‘강원도의 힘’이 장악한 셈이 된다.

이재명 ‘현근택은요?’ 메시지가 던진 파장

민주당의 인재영입과 공천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없지는 않다.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 자리에서 당 중진 정성호 의원과 서울대병원 병상의 이재명 당대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포착된 사진을 보면 이날 오전 8시 1분에 정성호 의원이 “응급조치를 잘해줘서 수술을 잘받았다고 부산 의료진에게 감사인사를 먼저 꼭 해야겠다”는 의견을 담은 메시지를 보낸다. 이 대표는 그런데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요”라는 의견을 묻는 답신을 보낸다. 4월 총선 출마예정인 현근택 변호사가 지난 연말 지역구 정치인과 그의 수행비서와 함께한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두고 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이 대표가 답신을 보낸 시간을 보면 오후 1시 16분으로 나온다. 다섯 시간 만에 돌아온 당무에 관한 그의 첫 메시지가 당내 비명 후보(윤영찬)가 현역 의원인 지역구에 도전하고 있는 친명계 인사(현근택)의 징계 여부에 대한 이야기였던 셈이다. 2006년 총선에서 지자체 선거의 반전 계기를 만들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전은요?”(박 전 대표는 커터칼 피습 수술 후 깨어나 이 말을 처음 던진 것으로 당시 대대적으로 알려졌다)와 묘한 대비를 이루는 행보다. 정 의원은 이 대표에게 ‘당직 자격정지와 공관위 컷오프’를 거론한다. 이 대표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두둔하고 있다. 게다가 정 의원은 총선 공천권 문제를 다루는 공관위나 전략공관위에 속한 인물이 아니다. 이 대표로서는 결정 전 당 중진들에게 두루두루 의견을 묻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할 수 있지만, 공식 결정라인인 당공관위 등이 아닌 “친명공천 비선라인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중진 정성호 의원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성호 의원의 휴대전화를 이데일리가 포착했다. /이데일리 제공



“섣불리 어느 쪽이 승기를 잡았다고 할 수 없는 선거 초입 단계지만 현재까지는 한동훈 비대위 쪽이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종전에 영입한 인물들을 제외하면 1월 8일 영입한 교육 분야 두 사람이 한동훈표 인재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를 어필할 순 없고, 윤석열 정부 스스로 내세우는 성과가 외교인데 그 분야에선 어필할 인물이 국민의힘 쪽에는 마땅히 없다. 이럴 때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카테고리가 교육이다. 인재로 영입된 교총 회장이 초등학교 출신 회장인데 교대조직이 의외로 탄탄하다. 여기에 인구감소로 학령기 아이들 감소 문제와 겹쳐 교원정년 문제 등의 현안이 있다. 덧붙여 학폭전문 변호사까지 지난해 발생한 서의초 학교폭력 사건 등의 이슈에 소구력이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차 해소와 함께 선거전략으로 ‘586비판’을 앞세우는 건 “낡은 프레임에 기초해 잘못된 구도를 잡은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586 비판은 20대에서 40대까지 큰 호응은 없을 것이다. 태극기부대나 운동권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60·70을 타깃으로 하는 건데, 그 이상의 확장력은 없다고 본다. 문제는 한동훈 자신이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말도 못 하고 대통령·여사 리스크도 거론 못 한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거론 안 하며 꺼내놓는 격차 해소, 동료 시민 등의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느냐.”

하헌기 새로운 소통 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어느 쪽도 유권자의 관심이 쏠리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면서도 “굳이 말하면 상황이 더 나쁜 쪽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 국민의힘 쪽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누가 어떻게 인적 쇄신을 하느냐의 문제다. 예컨대 2016년 민주당의 경우 공천을 앞두고 ‘친노패권주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논란이 됐다.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정청래·이해찬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고 난 다음에 영입인재로 양향자 같은 민주당스럽지 않은 인물을 데리고 왔다. 현재까지는 그렇게 강한 임팩트를 주는 조치나 인물이 어느 당에도 눈에 별로 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대위원장은 김종인에게 내줬지만 당시 인재영입에서 당대표 문재인이나 책사 양정철·최재성과 같은 인물의 역할이 현재 양당의 ‘인재영입시스템’에서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를테면 청와대에서 쫓겨난 조응천은 박근혜 국정농단의 산증인과 같은 인물로 문재인과 양정철이 삼고초려해 데려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양향자도 고졸 경력의 삼성 임원이라는 입지전적 인물로 민주당의 반기업·재벌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인물이다. 김병기는 국정원 출신이니 민주당이 종북 정당이라는 마타도어를 불식시키는 것이었고. 양당 모두 지금까지 영입된 인재들도 모두 훌륭한 분들이고 스토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기존 관성 버리지 못한 양당 인재영입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인재영입위 간사를 맡았던 송현석 넥스트브릿지 운영위원장은 “2016년도에도 문재인 대표가 사임하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와 있었지만 이미 문재인의 재가를 받은 리스트를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면서 “설령 이재명 당대표 중심의 ‘이너서클’이 만든 잠재적 리스트가 있고 또 관철된다 하더라도 당이 정한 시스템 내에서 이뤄진다면 결과의 책임까지 이 대표가 지면 되는 것이지 이 대표의 권한까지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깜짝 인재영입을 통해 새로운 지지층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효과도 이제 시효를 다한 듯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 양당정치의 문제가 심화되면서 당 공관위나 인재영입위와 같은 총선 공천기구도 민주당은 당내 계파 갈등, 국민의힘은 용산 공천개입의 도구로 인식되면서 배제된 쪽으로부터는 정적제거용이나 공작정치의 도구라는 비난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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