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호두과자, 족보 따져보니 조상님이 ‘고려 충렬왕’

윤희일 기자 2024. 1. 1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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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호두. 천안시 제공

일본에는 여행 중에 기차역이나 기차 안에서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많다. 특히 역에서 파는 도시락인 ‘에키벤’은 수천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여행지 먹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대전의 성심당 튀김 소보로, 경주 황남빵, 부산 어묵 등 많지만 대표 명물은 천안의 ‘호두과자’를 꼽는다.

고속도로 먹거리의 대명사이기도 한 호두과자는 프랜차이즈 전문점까지 등장해 전국에서 팔린다.

천안이 호두과자로 유명해진 배경에는 700년의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 첫 호두나무 재배지가 바로 천안

‘호두과자’의 고장 충남 천안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호두가 재배된 곳이다.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에 처음 천안에 호두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된 천안시 광덕면의 최고(最古) 호두나무의 수령은 약 400년으로 추정된다.

천안에서는 149농가가 158㏊의 재배지에서 연 112t의 호두를 생산하는데 광덕면 일대에 전국 최대 규모의 호두 집산지가 조성돼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충남 천안시 광덕 호두나무. 천안시 제공

천안 시내 첫 호두과자 판매점은 1934년 생긴 ‘학화호두과자’다. 경주 황남빵(1939년), 군산 이성당(1945년), 대전 성심당(1956년)보다 역사가 깊다.

이후 점차 호두과자를 만들어 파는 집이 늘어나면서 시내는 물론 기차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으로 확산돼 천안을 방문하면 꼭 맛봐야 하는 먹거리가 됐다. 출장과 여행으로 천안을 찾았다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전하면서 추억의 간식이 됐다. 예전에는 기차 안에서도 천안 호두과자를 팔았다.

천안 호두과자. 천안시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호두과자는 천안의 제빵기술을 발전시키는 역할도 했다. 50여개의 호두과자점을 비롯해 300여개 빵집이 자리 잡아 ‘빵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호두과자를 포함한 빵 매출은 연간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천안시는 매년 빵 축제를 연다.

천안시, 2025년까지 ‘호두공원’ 조성

천안시는 천안의 명물 호두와 호두과자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2025년까지 동남구 삼룡동 천안박물관 인근에 호두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총 25억원을 투입해 호두를 주제로 한 테마길, 휴게시설, 포토존, 빛 조형물 등 호두나무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천안 호두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면서 방문객들이 정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호두를 맨 처음 재배한 곳인 천안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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