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명의만 빌려줘” 청년 50여명 빚더미 앉게 한 중고차 업체 대표

양승수 기자 2024. 1. 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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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잠적한 40대 사기 혐의 입건
2000만~5000여만원 빚지게 해

20대 청년 수십명에게 중고차 대출 명의를 대여해주면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고 대출 할부금을 대신 상환해주겠다고 속인 뒤 잠적한 중고차 판매 업체 대표가 경찰에 입건됐다. 피해자들은 개인당 2000만~5000여만원의 빚을 진 상태다.

경찰 로고./뉴스1 ⓒ News1 신채린 기자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같은 방식으로 20대 청년 50여명을 속여 2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은 뒤 대출금 상환을 하지 않고 잠적한 혐의(사기)로 홍모(47)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과 제보자 등에 따르면, 홍씨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 단지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하고 있었다. 홍씨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출 사기를 계획해 실행했다.

홍씨는 청년들에게 “렌터카·중고차 수출사업에 이용할 수 있게 중고차 대출 명의만 빌려주면 100만원을 주겠다”며 “대출금은 내가 첫 3개월 간 할부금을 내주다 이후 일시불로 완납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명의 대여 아르바이트”라고 홍보했다. 홍씨는 이런 식으로 총 50여명의 청년을 모집했고, 이들의 명의로 1명당 5000만원 상당, 총 20억원의 중고차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낙원 기자12일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에 위치한 홍씨의 중고차 판매업체 사무실이 비어 있다.

실제 대학생 유모(27)씨는 홍씨에게 세 차례 명의를 빌려줘 총 5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유씨는 “23년 9월까지 홍씨가 이런 방식으로 신용을 쌓아왔다. 친한 친구의 삼촌이라고 해서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추석이 지나자 갑자기 할부금 납부가 지연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2000만원의 대출이 생긴 손모(27)씨도 “할부금 납부가 지연되자 신고를 결심했는데 명의 도용 해준 사람도 처벌 받는다고 들어 신고를 망설였다”면서 “그 점을 이용하고 사기에 이용한 것 같다”고 했다.

/최낙원 기자12일 홍씨가 운영하는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의 중고차 판매 업체 사무실 문에 붙어 있는 문구.

지난해 10월부터 할부금 납부가 지연되자 유씨와 피해자들은 홍씨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홍씨는 “아직 수출 보낸 차량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내 집을 팔아서라도 문제 없도록 하겠다”고 이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홍씨는 이들의 연락조차 받지 않고, 사무실도 비우며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방문한 홍씨의 중고차 판매장의 문은 잠겨있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어질러져 있고, 테이블 위에는 먹다 남긴 커피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무실 문에는 “홍OO 돈 빨리 정리해주세요” 글자가 적힌 하얀색 종이도 붙어 있었다.

사기 사실을 깨달은 일부 피해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된 차량을 찾기 위해 홍씨의 중고차 판매장을 직접 방문했다. 그러나 발견된 중고차들도 이미 홍씨가 해당 차량을 담보로 다른 이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에는 홍씨에 대한 고소장 10여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당한 20대 청년들은 대다수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피해자 A(27)씨는 “아직 사회초년생인데 감당하기 힘든 빚이 생겨 앞으로 생활이 막막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들의 피해가 심각한만큼 빠르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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