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낚싯바늘촌 사람들의 땅’ [말록 홈즈]

2024. 1.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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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록 홈즈의 플렉스 에티몰로지 2]

플렉스 에티몰로지란 ‘자랑할 수 있는(flex) 어원풀이(etymology)’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의 본래 뜻을 찾아, 독자를 ‘지식인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작은 단서들로 큰 사건을 풀어 나가는 셜록 홈즈처럼, 말록 홈즈는 어원 하나하나의 뜻에서 생활 속 궁금증을 해결해 줍니다. 우리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쓸 때가 많습니다. 고학력과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문해력 감소’라는 ‘글 읽는 까막눈 현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사물과 현상의 특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축약한 기초개념입니다. 우리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면서, 지식의 본질과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를 떠난 이들의 지식 인싸력도 레벨업됩니다.

대학생 시절, 동네 헬스클럽에서 알게 된 그레이슨이란 친구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영국인 아버지와 자메이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미국인이었습니다. 외국어학원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는데, 어느날 제게 물었습니다.

그레이슨: 말록, 영어 잘 해?

말록: 너랑 얘기할 정도는 해. 한국인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6년 넘게 영어를 배워.

그레이슨: 그럼 English에서 Engle이 무슨 뜻이야?

말록: 니가 대한민국에서 ‘한’이 무슨 뜻인지 알려줄래?

그레이슨: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말록: 반사!

제 대학시절 전공은 영어영문학이었습니다. 그런데 England가 왜 영국이고, ‘Engle’이 무슨 뜻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중고교 6년, 대학 4년 영어를 배우는 동안,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안 가르쳐준 선생님들이 미운 건 아닙니다. 아마 그분들도 배우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England를 자국 한자 발음과 비슷한 ‘영길리(英吉利)’라고 표기했습니다. 중국식 한자로 발음하면 ‘잉글리’입니다. 이후 잉글리를 줄여서 잉궈(英國)로 불렀고, 한자문화권 국가인 한국과 일본도 각 나라의 한자 발음인 ‘영국’과 ‘에고쿠’로 부르고 있습니다. 네, 영국은 영웅의 나라 아닙니다. 미국(美國)이 아름다운 나라가, 프랑스(佛蘭西)가 부처님 나라가, 독일(德國)이 덕 있는 나라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을 가리키는 England의 Engle은 고대 게르만어 Angul에서 왔습니다. 라틴어 Angulus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짐작하시는 대로 Angulus는 ‘각’을 뜻하는 angle의 말뿌리입니다. Angle에는 ‘낚시용 바늘(fish hook)’이란 뜻도 있습니다. 앵글족은 현재 덴마크 영토인 유틀란트(Jutland)에 살았었습니다. 그리고 민족 전체가 브리타니아(현 영국의 최대 섬)으로 이주침략했습니다. 이주 전 원래 그들이 살던 곳의 지형이 낚싯바늘과 닮아, 그 동네 사람들도 앵글족이라 불렸습니다.

영국은 이주민족인 Anglo-Saxon족이 주축인 나라입니다. 앞서 말했듯 앵글족은 지형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색슨족은 앵글족보다 남쪽인 지금의 북독일쪽에 살다가 나중에 넘어왔습니다. Saxon은 게르만족 일파인 작센족(Sachsen)의 영어식 이름으로 그 뜻은 ‘칼을 든 전사’입니다. 브리타니아 원주민들은 색슨족은 물론 앵글족까지 색슨이라고 불렀습니다. 원주민의 눈으론 같은 ‘무장 침략자’로 보였기 때문이라 짐작해 봅니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요약하면, England는 침략자인 ‘낚싯바늘 동네 민족(앵글족)과 칼싸움꾼 민족(색슨족)의 나라’란 뜻이고, English는 앵글로 색슨의 말을 의미합니다. 영웅의 나라가 아닙니다. 브라타니아 침략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들을 낚시질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나라로 성장했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살았다면, 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부디 ‘해가 되지 않는 나라’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내용 출처: etymonline]
그렇다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부터 떠오르는 브리타니아(Britannia)는 무슨 뜻을 가졌을까요? 앵글로 색슨이 이주하기 전 로마가 지배하던 시절, 토착민족 이름이 브리튼족(Britons)이었습니다. ‘문신한 사람들’이란 뜻인데, 전투력은 그렇게 높지 않았나 봅니다. 하긴, 아무리 화려하고 사나운 그림을 새겼다고 한들, 칼든 애들(Saxon)이 겁이나 먹었을까요?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2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렝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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