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어라" 429명 죽인 케냐 사이비 교주 석방 위기... 기소 시한 2주 앞으로

김나연 2024. 1. 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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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만나려면 굶어 죽어야 한다"며 429명의 신도를 죽게 한 케냐의 사이비 교주가 처벌받지 않고 석방될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케냐 법원이 하루 전 사이비 종교 지도자 폴 은텡게 맥켄지 등 피의자들이 2주 안에 기소되지 않으면 석방할 수 있다고 검찰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석방을 막기 위해선 케냐 검찰이 오는 23일까지 기소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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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주 내 기소 안 하면 석방"
수사 난항 속 9개월째 구금만
지난해 4월 케냐 남부 말린디의 샤카홀라 마을에서 수색대가 사이비종교 '기쁜소식국제교회' 신도 시신을 발굴하기 위해 시신 가방을 펼쳐 두고 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예수를 만나기 위해선 굶어 죽어야 한다"는 교주 말을 믿고 아사했다. 말린디=AP 연합뉴스

"예수를 만나려면 굶어 죽어야 한다"며 429명의 신도를 죽게 한 케냐의 사이비 교주가 처벌받지 않고 석방될 가능성이 생겼다. 교주와 공범 등 30명이 살인 혐의로 지난해 4월 붙잡혔지만 9개월째 검찰 기소 없이 구금만 이어지면서다. 케냐 법원은 "2주 뒤에도 기소하지 않으면 석방할 수 있다"며 검찰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미국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케냐 법원이 하루 전 사이비 종교 지도자 폴 은텡게 맥켄지 등 피의자들이 2주 안에 기소되지 않으면 석방할 수 있다고 검찰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미 AP통신에 따르면 유수프 시칸다 샨주 수석 치안판사는 검찰에 "조사를 완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의 석방을 막기 위해선 케냐 검찰이 오는 23일까지 기소를 마쳐야 한다.

케냐 사이비 종교 '기쁜소식 국제교회'의 교주 맥켄지를 추종하던 한 여성이 지난해 4월 케냐 해안 말린디 마을 외곽 샤카홀라의 한 숲에서 경찰에 의해 구조된 후 케냐 적십자 관계자 옆에서 웅크리고 있다. 말린디=AP 연합뉴스

참상의 실체가 확인된 건 약 10개월 전이다. CNN에 따르면 케냐 당국은 지난해 3월 어린이 2명의 사망으로 이 사건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국은 "아이들이 사후에 신 앞에서 영웅이 되길 바란 (사이비 신도) 어머니가 두 아이를 굶기다가 나중에 질식시켜 죽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케냐의 사이비 종교집단 '기쁜소식 국제교회' 교주 맥켄지는 종말론을 추종했다. 그는 "예수를 만나기 위해선 세계 종말의 날 전까지 굶어 죽어야 한다"고 신도와 그 자녀들에게 아사를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CNN은 "케냐 당국이 동부의 고립된 샤카홀라 숲을 수색한 결과, 시신 429구와 공동 무덤 수십 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부검 결과 다수의 시신은 기아로 사망했으며, 일부는 맞거나 목이 졸린 흔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켄지는 일부 시신에서 장기도 적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해 4월 체포되고도 9개월째 기소 처분 없이 구금 상태에 머물러 있자 법원이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AP에 따르면 시칸다 판사는 "2010년 케냐 헌법이 재판 없는 구금을 금지한 이후 이들은 케냐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판 없이 구금돼 왔다"고 밝혔다. 앞서 맥켄지 측 변호인은 "피의자들이 기소되지 않아 헌법상의 보석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소가 늦춰진 것은 수사 난항 여파로 추정된다. CNN은 "수사관들이 증거를 찾기 위해 숲을 수색하는 데 수개월을 보냈다"며 "검찰은 '시신 대부분이 심하게 부패돼 유전자정보(DNA) 확인에 길고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수백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 사건은 지난해 케냐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현지 교회들과 이단에 대한 규제 강화 노력을 약속한다"며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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