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축아파트, 왜 이러는 걸까요?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707동 EPS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 세대(1~33층 전층)에서 그을음이 발견됐고, 주차장 및 다수 세대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중대한 하자'로 사용검사를 미뤄야하는 것 아닌가요."(세종시 신축 아파트 입주예정자)
안녕하세요. 새해 복 듬뿍 받고 계신가요. 밝은 소식들부터 전해드려야하는데, 연초 전국 여러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시끌시끌한 일들이 우후죽순 발생해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우선 민원이 폭주 중인 세종시 현장부터 가보실까요. 이달 말 입주 예정인 산울동 리첸시아 파밀리에 아파트가 첫 주인공입니다.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이 함께 지은 단지네요. 아파트 1350가구와 오피스텔 217가구 등 총 1567가구라고 합니다. 애초 작년 12월 중순 사전점검이 잡혔는데, 시공사 측이 좀 더 완성된 모습을 준비하겠다고 해서 올해 1월 초로 사전점검이 연기됐습니다. 관련법에 따르면 사전점검은 입주 45일 전에 진행되어야했는데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내면서까지 3주나 미뤘네요.
그.러.나...잘 지어졌겠지-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현장에 방문한 입주예정자들은 망연자실 상태에 빠졌습니다. 우선 황당 케이스부터 가실까요. 세대 내 천정에 모델하우스에서 사용했던 에어컨이 버젓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유상옵션 선택시 제공되는 시스템 에어컨'이라는 안내 판넬이 붙여진 채로 이들을 맞이한 겁니다.
에어컨 5대 모두 교환 약속을 받긴했지만 안내 판넬만 떼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수분양자는 셀프 사전점검을 하려다 결국 사전점검 전문업체를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는 화재 흔적과 누수 발생에 설계와 다른 시공까지 발견했다는데요. 작년 12월 26일 전기통로관인 EPS(Electrical Piping Shaft)에 발생한 화재로 그을음 흔적이 남았고 주차장과 다수 세대에서 누수가 발생했는데, 현장소장은 청소만 하면 된다고 답변해 입주예정자들이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6~7단지 복층 세대에서는 도면상 벽에 지지되는 형식으로 설계됐던 계단이 실제로는 난간에 기댄 수준으로 시공됐고, 높낮이와 너비 등도 제각기였다고 합니다. 곳곳에 단열재까지 빠진 부분까지 나타나자 이들은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라며 세종시 측에 엄밀한 수준의 사용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 세대 외부 복도 천장은 아예 마감조차 되어있지 않고, 세면대와 변기 설치조차 하지않은 세대의 모습도 보이네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새 아파트 인분' 사태도 소환됐는데요. 아 낯설지 않으시다구요? 역시 기억력이 좋으십니다.(...라기 하기엔 최근 1~2년 간 유사한 사고가 너무 여러번 발생하긴 했었죠;; 사전점검에서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단골 민원 중 하나라고도 합니다.) 사진은 굳이 올리진 않겠습니다. 헉 살아있는 박쥐가 튀어나온 세대도 있었다고 하네요.
자 이번엔 김포로 가보실까요. 고촌읍 신곡리 일대에 399세대 규모로 지어진 김포고촌역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인데...어랏, 입주예정일이 오는 12일이라니 입주가 완전 코앞이었네요? 입주예정자들의 발등에 불이 아니 폭탄이 제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도 시공 문제입니다.
이 현장에는 뜬금없이 '한국공항공사'가 등장합니다. 아파트 입주와 비행기가 무슨 관계인데-라고 하시겠지만, 너무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고도제한 규정'입니다.
애초 이 단지는 김포공항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아파트의 높이를 57.86m보다 낮게 지어야만 했습니다. 김포공항 반경 3~4㎞ 거리에 위치한 단지라 공항시설법에 따라 건축물 높이 제한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인데요.
조합 측이 사용검사 신청을 해서 관계기관들과 협의하던 중 아파트 8개 동 중 7개 동의 높이가 제한높이보다 0.63~0.69m 높게 건축됐고, 이에 공항공사가 이 아파트의 사용허가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김포시에 보낸 겁니다. 아...이사 날짜는 물론 잔금 대출에 이삿짐센터 예약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입주예정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이렇게 지어질 때까지 김포시는 뭘했을까-라는 질문이 나올 것 같아 알아보니, 김포시는 2020년 3월 사업계획 승인 단계부터 고도제한을 허가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합니다. 시공사인 양우건설과 감리단이 12차례에 걸쳐 제출한 감리·준공 보고서를 허위로 제출한 것을 걸러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시는 주택법 위반혐의로 시공사과 감리단을 경찰에 고발하고 추후 건설사의 사업입찰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현장 역시 공사비 갈등이 있었네요. 작년 9월 시공사가 공정률 90% 단계에서 공사비 추가분담금 76억원과 3개월의 공기 연장을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현장이네요.
자 마지막 현장은 서울 서초구 사당역 인근입니다. 네 서울이 빠질 수 없죠. 흠흠.
방배동 신성빌라 재건축 현장인데요. 어 나 여기 알아-라고 손드시는 분 계신다면 와우 '공사비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시군요. 이곳도 작년 초 조합과 시공사인 동부건설 간의 공사비 갈등으로 한달여간 공사가 멈췄던 곳입니다.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지어진 이 단지의 이름은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 입니다. 90가구 수준의 소규모 재건축 단지지만 일반분양분도 있었습니다. 분양가가 3.3㎡당 5500만원대라 전용 81㎡가 16억원대에 분양됐네요. 2021년 11월 청약당시 23가구 모집에 2650명이 몰리며 평균 115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한 단지입니다.
예정보다 한달 늦은 작년 11월 임시사용승인을 받긴했는데 이 현장 역시 문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104동 동편에 매봉재산 비탈면이 접해있는데 건물과 겨우 2m 간격이라는데요. 폭우시 돌덩이나 흙더미, 나무 등이 굴러내려와 건물의 저층부를 덮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특히 해당 세대의 거실창문이 비탈면과 접해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해당세대는 1층도 아닌 필로티 위 2층인데도 이런 상태라고 합니다. 수분양자들은 분양 당시 분양사무소에 설계도서나 건물모형조차 배치하지 않아 이런 사태에 대해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주차상황은 더 황망합니다. 최초 분양당시 홍보자료상 주차대수는 124대였는데, 입주예정자들이 파악한 주차면수는 현재 116대 정도라고 합니다. 일부 동에서는 1세대 1주차조차 확보되지 않다 다른 동에 주차를 해야하는 사태라고도 합니다.
그나마 확보한 주차공간도 문제인데요, 사진에서 빗자루가 서있는 공간 보이시나요. 시공사 측에서는 단지 현관 입구 필로티 옆 부분까지 주차자리로 주장하고 있다는데요. 실제 자동차 진출입도 쉽지 않아보이는데다가 건물 입구라 사람동선과 겹쳐 안전상의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수분양자들이 이런 민원을 제기하자 구청은 시공사에 안전조치를 해야한다고 지적했고, 이를 이행치 않으면 행정처분이나 고소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작년에 많이 봤던 사안들같지만, 아닙니다. 올해 1월 초부터 발생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사안들입니다. 전 국토부 수장이었던 원희룡 장관은 이런 하자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여러번 현장도 방문하고 경고를 날리는 등의 개선을 외쳤지만, 올해도 별다른 진전없이 '하자투성이 신축아파트'는 전국 곳곳에서 지어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수분양자들이 몇억, 몇십억짜리 하자아파트에 속상해야 하는걸까요. 이번 시간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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