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걱정NO"..'각시탈'·'경성크리처' 놓친 배우 뜨끔할 박서준의 소신 [인터뷰 종합]

하수정 2024. 1. 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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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하수정 기자] 약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2년 KBS2 드라마 '각시탈'이 일본군의 만행에 대항하는 내용인만큼 한류배우들이 연달아 고사했고, 캐스팅 난항을 겪었다. 그 당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주원에게 주인공 자리가 돌아갔고, 최고 시청률 22.9%를 기록하며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똑같은 시대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역시 731 부대의 잔혹한 생체실험을 소재로 괴물이 탄생한다는 판타지물 크리처 장르다. 예전보다 K-콘텐츠의 위상과 한류스타의 위엄이 더욱 치솟은 상황에서 주연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톱스타 박서준이 나섰고, 후배 한소희도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의 주연 배우 박서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700억 원이 투입된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 장태상(박서준 분)과 윤채옥(한소희 분)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SBS '스토브리그'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강은경 작가가 의기투합해 1945년 봄의 화려한 본정거리부터 거대한 비밀을 감춘 옹성병원까지 전 세계를 집어삼킬 강렬한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연말 파트1(1~7부)에 이어 새해를 맞아 파트2(8~10부)까지 오픈되면서 시즌1의 모든 에피소드와 궁금증이 풀렸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TOP 10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경성크리처'는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에서 2주 연속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인도, 싱가포르 등에서 흥행몰이 중이다.

박서준은 극 중 경성 제1의 정보통인 장태상으로 분해 열연했다. 자수성가 사업가이자 경성 최고의 전당포인 금옥당 대주이기도 하다. 영화 '드림' '콘크리트 유토피아', 예능 '서진이네', 할리우드 데뷔작인 마블의 '더 마블스', 그리고 '경성크리처' 시리즈까지 지난 1년간 누구보다 열일 행보를 펼쳤다. 

박서준은 2년을 온전히 투자해 '경성크리처'를 완성했다며, "공개되고 반응을 자세히 보기는 어렵다. 초반에 기사나 이런 반응들은 봤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관심도가 높았나' 생각했다"며 "호불호 반응도 있었는데, 파트1와 파트2로 나눠서 공개하는 건 내가 설정하는 게 아니었다. 거기까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여태까지 작품을 하면서 호불호 평가가 안 갈린 적은 없었다.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아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매 작품 그런게 있어서 그런 부분을 보고 감정에 동요를 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관심도가 높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굉장히 만족한다는 박서준은 "난 만족스러웠다. 2년 가까이 이렇게 길게 찍은 작품이 처음이었다. 모든 순간을 기다려본 적도 처음이다. 아직 덜 만져진 편집본을 볼 때 기대감이 더 생기기도 했다. '완성본은 어떨까?' 머릿속에 그려봤다. 그러면서 공개되는 날을 많이 기다렸다. 처음 공개 됐을 때 함께 작업했던 시간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했다.

특히 어제(10일) 강은경 작가와 정동윤 감독은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선뜻 나서는 배우가 없었다"며 고충을 언급했다.

강은경 작가는 "이 시대를 담는다는 것 자체가 많이 엄중하고, 가볍게 소비만 되는 드라마라 자신도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 젊은 감독과 배우님들이 애를 써서 잘 만들어주셨다"며 "이 시대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이야기하고 싶었던 소재다. 사실 상황적으로 많이 막히기도 했다. 출연하겠다는 배우가 일단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최근 들어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거의 없어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많이 들어가는 제작비다. 그 제작비를 감당하려면 좋은 배우가 들어와 줘야 하는데, 선뜻 하려는 분이 없어서 시도를 많이 했는데 잘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다 감독님과 만났는데, 시대극에 관심이 많더라. 젊은 감독을 통해 그려지는 경성 시대가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박서준은 "'주연 배우로 나섰다'는 표현은 웅장한 것 같다.(웃음) 나도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그 시대를 표현하는 작품을 굉장히 경험하고 싶었다. 근데 작품이란 게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고 모든 게 다 맞아야 한다. 내 시간도 맞아야 하고 상대 배우의 시간이 맞아야 한다..딱 맞는 타이밍에 딱 맞는 작품도 필요하다. 다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마침 내가 딱 이 시대적 배경을 표현하는 작품이 하고 싶을 때 '경성크리처'가 있었다. 시대극과 크리처라는 조합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한류스타로 꼽히는 박서준은 인기에 개의치 않고 '경성크리처'를 선택했다. "일본 내 인기나 출연 전 부담감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안 그래도 새해를 맞아 1월 2일 일본에 다녀왔다. 미리 행사가 잡혀 있는 게 있었다. 일본에도 일본인 친구가 있어서 '경성크리처'가 동시에 오픈되니까 '어떠냐?"고 했더니, 다들 작품에 반감을 가지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얘길하더라. 내 지인이라서 그런 진 모르겠다.(웃음) 다들 좋게 봤다고 해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해줬다. 일본에 공연을 가고 이런 것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인기가 많은 것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한 건 없었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이날 박서준은 일부 시청자들의 '독립군을 비하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그는 "장태상이 말은 독립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어머니도 독립군이고, 마음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내가 지켜야할 게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태상에겐 본정 거리 사람들이 더 중요했던 것"이라며 "태상이 항상 말은 '내 돈이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이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고, 또 모두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들도 태상을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애써 거부하려고 하다가 나중에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촬영 내내 독립군을 낮게 표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동시에 그런 반응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고 다시 되돌아봤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대사가 나얼댁이 '그런 거 있으면 바로 바로 얘기해 버려라'라고 한 부분이다. 그런 극한의 상황이 생기면 무슨 선택을 하든, 누구도 욕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관점을 보는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면면을 보여주는 대사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박서준은 "독립군을 비하하거나 그렇게 묘사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겠나"라고 강조했다.

일본 731 부대의 생체 실험과 관련해 박서준도 알고 있었지만, 작품에 임하면서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나도 '경성크리처' 초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역사를 배우지만, 비주얼적으로 경험을 해본 건 사진 정도였다. 그런것들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걸 봤을 때 충격이 배가 됐다. 분명히 계속해서 기억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그런 지점에서 이 드라마도 보여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몰랐던 사람들에겐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이미 알았던 사람에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나 역시 역사적 사실에 무게감을 두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우로서 표현해보고 싶었다. 작품이 공개되면 그런 무게감을 안 느낄 순 없다. 작품에서 전달하는 이야기가 보는 시청자에게도 잘 전달되면 좋겠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소희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박서준은 "처음에 화면으로 모니터를 봤을 때 정말 깊이감이 있었다. 그냥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연이 설명되는 느낌을 받았다. '되게 재밌는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초반에는 같이 호흡하는 장면이 없어서 한 달 이상 안 본 적도 있다. 그래서 더욱 같이 찍는 장면들을 기대한 것 같다. 난 상대 배우한테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소희 씨가 좋은 것들을 많이 가진 배우라서 '리액션만 잘해도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를 느꼈다.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 훨씬 더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후배를 칭찬했다.

박서준과 한소희는 '경성크리처'에서 수준급의 액션신을 소화했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박서준은 "소희 씨가 정말 열심히 준비해 오더라. 그걸 보고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웃음) 액션이라는 게 한 컷, 한 컷, 찍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후반에는 결국 체력 싸움이 된다. 체력을 지키려면 현장에서 만큼은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농담도 많이 했다. 서로 힘이 되려고 노력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소희는 물론, 박서준도 부상을 입었는데, "부상은 늘 있고, 액션은 안 다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덜 다치자'는 마인드로 임한다. 요즘에는 관절이 안 좋아졌다. 어깨가 고질적으로 안 좋은 편이다. 또 촬영에 감정이 들어가면 과해진다. 작게 작게 다칠 때가 있다. 대단히 큰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서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한편 '경성크리처' 시즌2는 2024년 서울, 장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박서준 분)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윤채옥이 다시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대 배경을 경성에서 현대로 옮겨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이고,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 hsjssu@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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