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잡으면 아시안컵 우승 가능…클린스만호, 카타르 도하는 기적의 땅 or 좌절의 땅?

이성필 기자 2024. 1. 1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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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대표팀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대한축구협회
▲ 축구대표팀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대한축구협회
▲ 축구대표팀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대한축구협회
▲ 축구대표팀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축구대표팀이 10일 오후(현지시간) 결전지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지난달 26일 국내에서 국내파와 휴식기를 맞은 일부 유럽파가 모여 실내 훈련 중심으로 몸을 만들었다.

지난 2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떠나 짧은 담금질을 하면서 6일 뉴욕 대학교 아부다비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퇴장 변수가 있었지만, 이재성(마인츠05)의 결승골을 잘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우승으로 가는 길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달렸다. 한국은 1956년 홍콩, 1960년 한국 개최 대회 우승 이후 반세기가 넘는 64년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극적인 골을 넣으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지만, 아깝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1972 태국, 1980 쿠웨이트, 1988 카타르 대회와 더불어 준우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조금 더 냉정하게 따져 보면 참가국 수가 늘어 16개국 체제로 확대된 2004년 중국 대회 8강, 2007년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공동 개최 대회와 2011 카타르 대회 3위가 최선이었다. 24개국 체제의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는 8강에서 카타르에 덜미를 잡혔다.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수준급 선수들이 모인 상황에서 모두가 우승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회 운영을 영리하게 해야 이뤄질 수 있다. 아무리 선수 면면이 좋아도 조직력과 선수단 안배 등을 해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E조에 속한 한국은 15일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20일 요르단, 25일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바레인과의 첫 경기는 순탄하게 결승으로 갈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역대 전적에서는 11승 4무 1패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는 도깨비팀이었다. 한국을 고생길로 몰아갔던 2007년 대회에서는 김두현이 골맛을 봤지만, 1-2로 패했다. 전반 4분에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내리 두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사우디와 1차전을 비겼던 한국은 바레인전 패배로 스스로 비단길에서 내려왔다. 8강에서 이란을 만나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4-2 승리로 겨우 체면을 살렸지만, 이라크와 4강전에서 역시 승부차기를 벌여 3-4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바레인은 2011 아시안컵도 등장했다. 구자철의 멀티골로 2-1로 승리했다. 후반 막판 추격골을 넣어 한국을 힘들게 만들었다. 2019 아시안컵에서는 16강에서 격돌해 황희찬, 김진수(전북 현대)의 골로 2-1로 이겼다. 연장전에 가서야 김진수의 골로 겨우 이겼다. 한 골 승부로 한국을 괴롭히는 능력이 있는 팀이다.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중심으로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축구협회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중심으로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축구협회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중심으로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축구협회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중심으로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축구협회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중심으로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축구협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이유는 16강 이후의 녹아웃 스테이지를 위해서다. 당연히 1위를 생각하는 한국은 D조 2위를 만난다. D조에는 일본, 인도네시아, 이라크, 베트남이 있다. 일본의 전력이 압도적이고 요르단을 비공개 평가전에서 6-1로 이겨 1위가 유력하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일본 대표팀을 맡았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의 베트남이 이라크와 2위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러봤던 경험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정상적으로 8강에 오르면 C조 1위 또는 A, B, F조 3위를 만난다. 3위로 통과한 팀들이 이란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B조는 호주, 우즈베키스탄, 시리아, 인도다. 호주와 우즈벡이 1위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란이 전력적인 우위를 앞세워 8강에서 한국과 만날 수 있다.

이 순간부터는 클린스만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이란을 넘어야 4강에 가서 A조 1위 카타르 또는 B조 2위 가능성의 우즈벡, F조 2위 예상의 태국과 승부가 가능하다. 8강이 까다롭지, 4강이 의외로 순탄할 수 있다. 물론 우즈벡은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 성장한 자원이 다수 합류해 복병이지만, 한국 수준에서는 상대하기 어렵지 않다.

혹시라도 E조 2위가 된다면 F조 1위와 16강에서 만난다.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키르기스스탄, 오만이다. 사우디가 1위를 한다고 가정하면 태국, 키르기스스탄, 오만 중 한 팀과 만난다. 무난한 상대지만, 8강에서 호주를 만날 수 있다. 유럽 신체 조건을 갖춘 호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호주를 이겨도 A조 1위가 예상되는 카타르 또는 B조 2위 가능성의 우즈베키스탄, D조 1위 유력의 일본과 4강에서 만난다. 결승에서 만나야 하는 일본과 조기 격돌이다. 결승에서 만나려면 바레인전을 반드시 잘 풀어야 한다.

대회 개최지가 주는 기운도 받을 수 있을까. 한국은 알 라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첫 경기를 갖는다. 과거 알 사드 스타디움으로 불렸던 곳이다. 이후 요르단과 2차전은 알투마마 스타디움, 3차전 말레이시아전은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의 기운이 있었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조별리그를 모두 치렀다. 16강은 대회 이후 해체한 스타디움 974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모두 새로운 경기장을 경험하는 셈이다. 그라운드 잔디 상태가 동일하다는 것은 적응에 수월한 부분이다.

한국 축구사(史)에서 카타르 도하는 '기적의 땅'으로 불린다. 1994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을 도하에서 모여 치렀고 일본이 이라크에 극장골을 내주며 2-2로 비겨 골득실에서 앞서 극적으로 본선에 진출하는 영광을 얻었다.

물론 항상 기적의 땅은 아니었다. 2011 아시안컵에서는 4강까지 잘 갔고 연장 종료 직전 황재원의 극장골로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지만, 1~3번 키커 모두 실축하며 악몽의 밤과 마주했다. 고비를 넘은 일본은 결승에서 리 타다나리(이충성)의 결승골로 호주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일본 입장에서도 도하의 비극은 오랜 과거가 됐다. 2011 아시안컵 우승에 2022 월드컵에서는 독일을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코스타리카에 0-1로 졌지만, 스페인을 상대로 '스시타카'의 위력을 보여주며 2-1로 이겨 E조 1위 16강 진출의 힘을 보여줬다.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도 긴장만 덜 했다면 8강 진출도 가능했다. 전반 43분 마에다 다이젠(셀틱)의 선제골로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운영하다 후반 10분 이반 페리시치(토트넘 홋스퍼)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연장전을 지나 승부차기에서 1-3으로 졌다.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 호브 알비언), 요시다 마야(LA갤럭시)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한국도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긴 뒤 가나에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더 두 골에도 2-3으로 패해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지만, 포르투갈을 상대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의 등 패스를 김영권(울산 현대)이 넘어지며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45분 손흥민이 수비수 7명 사이로 넣은 패스를 황희찬이 결승골로 연결 2-1로 승리하며 16강에 올랐다.

기세를 안고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났지만, 전반 초반 너무 얼어 버리면서 1-4로 완패했다. 그나마 백승호(전북 현대)의 만회골이 희망을 준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통계 업체나 스포츠 베팅 사이트 대다수는 일본의 우승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우승, 한국 준우승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하고 유럽팀을 만나서도 주도하는 경기를 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10월 독일 원정 평가전에서 4-1로 대파한 것은 대사건이었다. 이후 튀르키예에도 4-2로 이기는 등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지난해 6월 엘살바도르전 6-0 승리를 기점으로 A매치 10연승이다.

▲ 한국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황재원의 연장 종료 직전 극장골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갔지만 패했다(사진 위). 2019 UAE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하며 결승에 가지 못했다(나머지 사진). ⓒ대한축구협회
▲ 한국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황재원의 연장 종료 직전 극장골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갔지만 패했다(사진 위). 2019 UAE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하며 결승에 가지 못했다(나머지 사진). ⓒ대한축구협회
▲ 한국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황재원의 연장 종료 직전 극장골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갔지만 패했다(사진 위). 2019 UAE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하며 결승에 가지 못했다(나머지 사진). ⓒ대한축구협회
▲ 한국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황재원의 연장 종료 직전 극장골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갔지만 패했다(사진 위). 2019 UAE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하며 결승에 가지 못했다(나머지 사진). ⓒ대한축구협회

도하에서 열린 단일 대회에서 한국은 우승의 맛을 보지 못했다. 2011 아시안컵 외에도 앞서 1988 대회도 조별리그에서 4전 전승, 4강 중국전도 이기고 결승에 올랐지만, 사우디를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기적만큼이나 좌절도 크게 있었던 땅이다.

기대를 갖는 것은 2011 대회에서는 손흥민이 막내로 경험했었다는 점이다. 또, 상당수가 월드컵을 통해 카타르의 느낌을 몸에 완벽하게 넣었다는 점이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국제축구연맹의 기술분석그룹(TSG)에 속했다. 한국 경기를 보면서 강한 인상을 가졌고 이는 대표팀 수장이라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도하에 입성한 대표팀은 바레인전에 모든 리듬을 맞춰가고 있다. 컨디션을 100% 동일하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그토록 기다린 우승이 가능하다. 사막 고온건조 기후지만, 1월은 평균 영상 20도(℃) 안팎이다. 해가 내려가는 시점에는 10도 가까이 내려간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30분에 한국 경기가 집중 배정된 것은 시차 6시간인 한국의 황금 시간대로 연결되지만, 그만큼 축구하기 부담 없는 날씨라 그렇다.

좋은 여건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자율 축구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느냐도 궁금한 부분이다. 카타르에서 소위 2701호 홍역을 겪었던 대표팀은 이번에는 일반인이 출입하기 어려운 호텔 단독동에서 조용하게 생활한다. 환경적인 면에서 외부 영향을 덜 받게 된다.

클린스만 감독이 독일 축구의 상징인 프란츠 베켄바워의 영면에 슬퍼하며 그의 축구 철학을 이어 받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베켄바워는 독일이 세계 최강으로 올라서는 과정에 중심 역할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베켄바워 감독은 제게 월드컵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게 해주신 분이다. 축구는 물론 인간적으로 오늘의 저를 성장시켜준, 저에게 매우 중요한 분이다"라며 슬픔 속에서도 대표팀을 잘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기력으로 보면 공격은 수시로 위치를 바꿔 가며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이강인, 이재성, 황희찬이 자주 자리를 이동하고 손흥민이 조규성과 투톱 형태로 서는 경우도 있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오현규(셀틱) 등 다양성도 있다.

수비는 또 다르다. 김민재가 이전 A매치와 나폴리, 뮌헨에서 보여줬던 리더쉽만 보여줘도 성공적이다. 다만 시즌 중 합류한 유럽, 중동파와 달리 K리거들은 보름여 휴식 후 대표팀에 다시 합류해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라크전에서 이기제(수원 삼성)-김영권-정승현-설영우(이상 울산 현대)로 짜인 수비진은 프리 시즌 몸을 만드는 경기처럼 뛰어 전반에만 두 차례 단독 기회를 허용한 바 있다. 빠른 보완이 필요하다.

고비를 넘지 못해 눈물을 쏟았던 주장 손흥민의 과거를 통한 현재의 통찰과 노하우에 카타르에서 존재감을 알리며 파리 생제르맹으로 가는 계기를 만든 이강인의 재기발랄함 등이 다시 기적의 땅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카타르에서 열린 주요 단일 대회 한국 A대표팀 성적(월드컵 최종예선은 제외)

-1988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한국 1-0 UAE 승 득점: 이태호

조별리그 2차전 한국 2-0 일본 승 득점: 황선홍, 김주성

조별리그 3차전 한국 3-2 카타르 승 득점: 정해원(2골), 김주성

조별리그 4차전 한국 3-0 이란 승 득점: 변병주(2골), 황선홍

4강 한국 2-1 중국 승 득점: 이태호(2골)

결승 한국 0(3SPO4)0 사우디아라비아 승부차기 패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한국 2-1 바레인 승 득점: 구자철(2골)

조별리그 2차전 한국 1-1 호주 무승부 득점: 구자철

조별리그 3차전 한국 4-1 인도 승 득점: 지동원(2골), 구자철, 손흥민

8강 한국 1-0 이란 승 득점: 윤빛가람

4강 한국 2(0PSO3)2 일본 승부차기 패 득점: 기성용, 황재원

3-4위전 한국 3-2 우즈베키스탄 승 득점: 구자철, 지동원(2골)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한국 0-0 우루과이 무승부

조별리그 2차전 한국 2-3 가나 패배 득점: 조규성(2골)

조별리그 3차전 한국 2-1 포르투갈 승 득점: 김영권, 황희찬

16강 한국 1-4 브라질 패 득점: 백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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