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무너져 내린 아파트 외벽…6명 앗아간 붕괴, 3년째 '네탓 공방'[뉴스속오늘]

채태병 기자 2024. 1. 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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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2년 1월 공사 중 붕괴돼 인부 6명이 숨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2022년 1월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일었다. 공사 중이던 39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외벽이 붕괴, 잔해들이 공중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큰 충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붕괴 사고가 난 건설 현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짓고 있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2단지 201동이었다. 이 건물의 23~39층 외벽이 두부처럼 무너져 내렸고, 당시 현장에서 작업 중이었던 인부 6명이 잔해에 깔렸다.

공중에서 쏟아진 잔해들은 공사 현장 울타리 너머까지 날아가 주차된 차량들에 파손 피해를 주기도 했다.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에 소방 당국은 곧바로 중장비를 투입, 잔해에 매몰된 6명의 인부를 구조하고자 수색 작업에 나섰다.

2022년 1월 공사 중 붕괴돼 인부 6명이 숨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나 매몰자 수색은 난항을 겪었다. 실종자 대부분이 아파트 고층에서 작업 중 매몰됐고, 섣부르게 잔해를 치우다가는 2차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서다.

구조 작업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이자, 대통령 특별지시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꾸려지기도 했다. 중수본은 추운 날씨에도 작업을 이어갔고, 사고 발생 29일 만인 2022년 2월 8일에 모든 실종자를 찾아냈다. 잔해에 깔렸던 6명의 인부는 모두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붕괴 사고 2주기인 올해 1월 11일, 사고 현장에서는 추모식이 열린다. 사고 피해자 가족과 광주 서구 공무원,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 등 100여명이 추모식에 참석한다. 일반 시민을 위한 분향소도 사고 현장 한편에 설치될 예정이다.

콘크리트 관리 엉망, 무단 공법 변경까지
정몽규 HDC그룹 회장(오른쪽 세 번째)을 비롯한 HDC현대산업개발 임직원들이 2022년 5월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사망자가 6명이나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진상 조사에 돌입했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약 2개월의 조사 끝에 "현장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는 꼭대기인 39층 바닥의 콘크리트를 타설한 뒤 PIT층(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이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무려 16개 층의 외벽과 기둥이 연쇄적으로 붕괴한 것으로 봤다.

위원회는 39층 바닥의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이 당초 설계와 다르게, 무단으로 변경돼 시공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38층은 거푸집과 지지대를 설치한 뒤 콘크리트 타설하는 재래식 공법으로 진행됐지만, 39층의 경우 콘크리트 가벽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철근 자재를 쓰는 무지보 공법이 적용됐다.

2022년 1월 공사 중 붕괴돼 인부 6명이 숨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로 인해 PIT층 바닥이 모든 무게를 견뎌야 했고, 설계보다 강한 하중이 실리자 그대로 붕괴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위원회는 36~38층의 동바리(타설된 콘크리트가 일정 강도를 얻기 전까지 하중을 버티게 하고자 설치하는 것)를 조기 철거한 점도 붕괴 사고에 일조한 것으로 봤다.

위원회는 벽과 바닥을 이루는 콘크리트의 품질 자체도 부실했다고 밝혔다. 붕괴 현장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시험체가 설계 기준 강도의 8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하면 철근과 잘 붙지 않고, 이는 곧 안정성 저하로 이어진다.

이번 재난이 인재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이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022년 5월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사고의 피해자와 가족,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몽규 회장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기업의 존립 가치는 없다"며 광주 화정 아이파크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철거와 재시공 관련 비용을 약 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3년째 이어지는 책임 공방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형사적 책임을 가리기 위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HDC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한 3개 법인과 개인 17명이다.

해당 재판은 2022년 4월 13일에 접수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열린 공판에서는 붕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동바리 철거 지시자 △공법 임의 변경 지시자 △공법 변경에 따른 붕괴 위험성 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들의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피고인들은 붕괴 참사의 책임 여부를 시공사, 하청업체 등을 가리지 않고 서로에게 떠넘기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증인 심문 등 절차를 남겨둔 해당 재판은 다음 달 19일 속행된다.

2022년 1월 공사 중 붕괴돼 인부 6명이 숨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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