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변 대게 너나 먹어” 욕먹었던 수산물 전문가, 진짜 먹어보니...

김자아 기자 2024. 1. 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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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칼럼리스트 김지민씨가 싱싱한 대게를 방치해 흑변현상을 실험했다./유튜브 '입질의 추억'

이른바 ‘노량진 썩은 대게’ 논란 이후 대게 흑변현상에 대해 설명한 수산물 전문가가 검게 변한 대게를 직접 먹어봤다. 앞서 이 전문가는 10대 학생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썩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게 다리를 구입했다는 사연과 관련 “썩은 게 아니라 흑변현상”이라고 주장했다가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직접 먹지 않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식의 의심을 받았다.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씨는 지난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입질의 추억’을 통해 흑변현상이 일어난 대게를 직접 먹어본 영상을 올렸다.

인천의 한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대게./유튜브 '입질의 추억'

이 영상에서 김씨는 직접 인천의 한 수산시장을 방문해 싱싱한 활(活)대게를 구입한 뒤 각각의 대게를 실온(섭씨 22~24도)과 시원한 베란다(섭씨 10도)에 방치해 흑변현상을 관찰했다. 앞서 ‘노량진 썩은 대게’ 논란 당시 문제가 된 대게가 절단 대게였던 점을 감안해, 대게의 몸통과 다리를 분리해 실험했다.

그 결과 실온과 베란다에 둔 대게 모두 방치한지 얼마 되지 않아 흑변현상이 서서히 시작됐다. 약 20시간 뒤 실온에 방치한 대게는 내장 부분과 다리 절단 부분이 먹물처럼 완전히 검게 변해 있었고, 껍질에도 거뭇한 흔적이 가득했다. 베란다에 방치한 대게는 실온 방치 대게보다는 덜했지만 확연히 검게 변한 상태였다.

김씨는 “산소와 지속적으로 맞닿으면서 살도 물러졌고 내장이 흘러 녹아내렸다”고 했다. 또 게딱지에 고인 검은물을 가리키며 “게의 혈액”이라며 “거의 먹물처럼 됐다”고 했다.

어류칼럼리스트 김지민씨가 흑변현상이 일어난 대게를 직접 시식했다./유튜브 '입질의 추억'

냄새를 맡아본 김씨는 “신기하게도 그냥 대게에서 나는 냄새가 난다. 썩은내는 나지 않는다”며 내장쪽에서도 “썩은내가 나지 않는다. 장에서 날 수 있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다만 내장의 상태는 육안으로 봤을 때 먹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찜기에 찐 대게를 시식했다. 먼저 베란다에 둔 대게를 먹어본 김씨는 “활대게를 바로 쪄 먹었을 때에 비해서는 부드러움이 조금 덜하다. 뻣뻣하고 수분기도 날아간 느낌”이라면서도 “그런데 여전히 단맛이 진하고 활게엔 없는 감칠맛이 매우 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숙성이 되면서 감칠맛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어류칼럼리스트 김지민씨가 흑변현상이 일어난 대게를 직접 시식하고 있다./유튜브 '입질의 추억'

곧 실온에 둔 대게를 먹어봤다. 겉으로 봤을 땐 수분감 없이 말라 보였지만 대게를 직접 시식해보고는 “희한하네. 맛있는데?”라며 “감칠맛이 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내장도 먹어본 김씨는 상하진 않았지만 비린맛이 강하다며 “내장이 안 묻은 부분은 다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은 것의 정체는 멜라닌 성분”이라며 “멜라닌은 우리한테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 성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썩은 게 아니더라도 상품성은 떨어지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대체로 절단 대게에서 흑변현상이 쉽게 발견되는 점을 언급하며 “(절단대게는) 그만큼 저렴하게 판다”고 말했다. 예컨대 활대게 1㎏ 시세가 7만~8만원 수준이면, 절단대게 시세는 1만5000원 수준이다.

끝으로 김씨는 “검게 된 게 모두 안 썩은 건 아니다. 검게 되고 나서 썩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이를 역이용하면 안 된다”며 “단순히 검게 변한 게로 먹을 수 있는 상태면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한테 도움이 돼서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류칼럼리스트 김지민씨./유튜브채널 '입질의 추억'

앞서 김씨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매장에서 10대 학생에게 흑색 반점이 생긴 대게를 팔았다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일과 관련, “썩은 게가 아니라 흑변현상”이라는 의견을 냈다. 흑변현상은 대게나 킹크랩이 가지고 있는 티로신(아미노산의 일종)이 체액과 피에 들어 있는 티로시네이스라는 화합물질과 산소를 만나 생기는 멜라닌 색소 침착 현상을 말한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로 “당신이 직접 먹어보면 믿겠다” “수산시장 사람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거 아니냐”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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