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원칙과상식…김종민‧이원욱‧조응천 '탈당', 윤영찬 '잔류'

서어리 기자 2024. 1. 1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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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현근택 공천 멀어진 탓?…주변에 잔류 사유로 '지역구민 반대' 언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해 온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가운데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결국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다. 윤영찬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직전 잔류를 선택했다.

원칙과상식 소속 김‧이‧조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비정상 정치에 숨죽이며 그냥 끌려가는 건 더 이상 못하겠다"며 탈당의 변을 밝혔다.

세 의원은 "우리는 왜 이 길을 가는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졌다면 이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치와 싸우는 것도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이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양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방탄 정당, 패권 정당, 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거부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절망했다"며 "이 약속을 선거 유불리를 이유로 뒤집는다면 정치적 신의는 바닥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어느 쪽도 선택할 수가 없다는 민심이 3분의1이 넘는데 여기에 응답하는 정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50% 민심이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신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며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시시비비를 가릴 새로운 정치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정치의 높은 담장을 허물고 누군가는 길 하나를 내야 한다"며 "우리가 어디까지 길을 낼지 모르지만, 우리 뒤에 오는 새로운 이들이 이어 달릴 수 있는 정도라도 길을 낸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세상을 바꾸려면 국민 역량을 모아내는 국민통합 정치, 연대·연합정치로 가야 한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정치로 가기 위한 개혁대연합, 미래대연합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연합할 것"이라며 "<원칙과상식>은 뜻 맞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 미래를 위한 토론광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세 의원은 이 대표의 2선 후퇴 및 통합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며, 이같은 요구를 당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할 것이라고 수차례 예고해왔다. 그럼에도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 이 대표와 당 지도부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탈당을 감행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재명 대표로부터 일체 답이 없었다"면서 "다만 어저께 밤에 어제 낮부터 이재명 대표의 측근은 아니고 몇몇 의원들이 중재안을 만들어 가지고 늦추면 어떻겠냐. 일요일 정도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중재안 내용에 대해선 "최고위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조기 통합선대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충분히 얘기가 되어서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 하는 안을 갖고 왔다면 고민했을 텐데, 이제 대표가 이야기하겠다 하니 저희도 언론이나 국민과 한 약속 있기 때문에 더 시간을 드리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원도당위원장이 서울에 출마한다는 것을 지도부 주의에 불구하고 지역구에서 출판기념회하고 입장 발표를 하는데 (당 지도부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이런 걸 보고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됐는데, 이런 현실을 놔두고 시간 갖고 보자는 것은 저희의 결단을 뒤집을 만한 요인이 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조 의원도 "저희가 며칠 전 갑자기 통합비대위 요구를 하거나 당이 변화해야 한다고 한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 이야기(중재안)도 오늘 처음 들었다. 지금까지 뭐했느냐"고 되물었다.

신당 창당 필요성과 관련해선 김 의원은 "양당이 모두 자기 기득권을 위해, 누구 하나(윤석열 대통령)는 재의요구권을 자기 가족을 위해 쓰고 누구 하나(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자기 방탄에 (쓰면서) 같이 가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결합할 세력에 대해선 "자세한 이야기는 창당 계획을 정리해서 내일 모레(12일) 정도 공식 발표를 드리도록 하겠다"며 "기득권 정치에 반대하는 누구라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합류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해선 "이낙연 대표님과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제안을 드리면 저희는 이낙연 대표도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 외에 다른 여러분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거라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연대의 축으로 꼽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선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면서도 "과거 어떤 정치를 했든 이 엄중한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정치 하자, 미래로 가자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털어놓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 사람은 윤 의원의 이탈에 대해 개의치 않고 신당 창당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네 명이 같이 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당혹스럽고 저희도 안타깝다"면서도 "윤 의원의 결정은 개인적인 문제이고, 저희가 가려는 것은 새로운 정치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건데 그길을 멈출 순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 '천아용인'에서도 '용'이 하나 (탈당 명단에서) 빠졌다. 여기(원칙과상식)서도 뭐 하나 빠지다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10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응천, 이원욱, 김종민 의원. ⓒ연합뉴스

윤 의원은 이날 원칙과상식 기자회견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잔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저는 오늘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함께해온 원칙과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잔류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며 "그 흔적을 지키고 더 선명하게 닦는 것이 제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선산을 지키는 굽은 나무처럼 비바람과 폭풍우를 견뎌내고 당을 기어이 재건해 나가겠다"며 "그래서 누구나 다 다시 합쳐질 수 있는 원칙과 상식의 광장으로 만들려 한다"고 했다.

원칙과상식 나머지 세 사람에 대해선 "신당의 가치와 염원에 대해 동의한다. 그 분들 또한 대한민국 정치를 걱정하고 바꾸려는 분들"이라며 "성공하시길 바란다. 이 분들에게 누구도 돌멩이를 던질 자격은 없다"고 했다.

그간 수차례 탈당 의지를 밝혀왔던 윤 의원은 최근 주변에 '지역구민의 반대'를 이유로 잔류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지역구(경기 성남중원)에서 경쟁 중이던 친(親)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탈당 결심이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전날 이 대표가 현 부원장에 대한 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하면서 현 부원장의 공천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잔류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나머지 세 의원은 전날 밤 늦게까지 윤 의원을 설득하려 했으나, 끝내 윤 의원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그간 원칙과상식은 당 지도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공천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의원이 돌연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서 공천 문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나머지 세 명의 탈당 명분마저 퇴색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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