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갑진년 새해…‘복’ 부르는 담백한 이 음식 어때요?

서지민 기자 2024. 1. 10.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새로운 한해를 힘차게 시작하는 연초에는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다.

주민들이 오손도손 모여 쌀가마니같이 생긴 만두를 한땀 한땀 빚으며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던 추억이 깃든 요리다.

육질이 다른 무보다 단단해 쉽게 무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고 맛도 유독 매워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향토밥상] (44) 경기 이천 ‘볏섬만두’
쌀가마니 꼭 닮은 모양새
만두피는 오복 상징 오색
무청·고사리 등 넣고 빚어
양지 육수 만들어 전골로
구수하고 깔끔한 맛 일품
게걸무 김치와 먹으면 딱
경기 이천에서는 새해에 복을 기원하며 쌀가마니를 닮은 볏섬만두를 빚어 먹는다. 만두소에 게걸무 무청, 고사리 등 나물이 들어 있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이천의 특산물 게걸무로 만든 무김치는 ‘돌댕이석촌골농가맛집’의 또 다른 별미다. 특유의 쌉싸래하고 투박한 맛을 좋아하는 손님이 많다.

새로운 한해를 힘차게 시작하는 연초에는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다. 경기 이천에서는 이맘때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색 향토음식을 챙겨 먹는다. 바로 볏섬만두다. 곡식을 가득 채운 쌀가마니와 꼭 닮은 만두다.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물론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까지 있는 새해 맞춤 요리다.

임금님께 쌀을 진상하던 이천답게 만두도 가마니를 본떠 만들었다. 볏섬만두는 사각형 모양에 십자(十) 모양의 이음새가 도드라진다. 쌀가마니가 쌓여 있다는 것은 배곯을 일이 없다는 뜻. 주민들이 오손도손 모여 쌀가마니같이 생긴 만두를 한땀 한땀 빚으며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던 추억이 깃든 요리다. 만두피 반죽에는 당근·부추·흑미·치자를 넣어 오복을 상징하는 오색을 냈다.

‘돌댕이석촌골농가맛집’은 볏섬만두를 맛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린다.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태연 대표는 “눈길을 끄는 모양 덕분인지 방송에 여러번 나와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자랑스러운 이천 요리인데 판매하는 식당이 별로 없어 영영 사라질까 걱정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볏섬만두는 2인분 이상, 전골로만 주문할 수 있다. 큰 냄비 가득 만두 7∼8개가 푸짐하게 나온다. 한우 양지머리로 맛을 낸 국물에는 느타리버섯·표고버섯 등이 가득 들어 있다. 먼저 국물을 떠먹어보니 건강식답게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만두를 조심스레 가르면 소도 여느 만두와 확연히 다르다. 두부·고기 사이에 게걸무 무청과 숙주·고사리 등 나물이 잔뜩 들어 있다.

이 대표는 “묵은 나물이 들어가 일반적인 고기·김치 만두와 맛이 다르다”며 “무청이 거칠고 투박한 맛을 내 처음에는 생소할 수 있지만 그 구수하고 매력적인 맛을 못 잊는 손님이 꽤 많다”고 덧붙였다.

게걸무는 이천의 또 다른 특산물이다. 이천에서만 나는 토종 무로 목화밭이나 콩밭 사이에서 재배된다. 육질이 다른 무보다 단단해 쉽게 무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고 맛도 유독 매워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철분·칼슘이 풍부해 건강식 재료로 더할 나위 없다. 특히 식당에서는 게걸무로 직접 담근 김치가 나오는데 이것 때문에 발길을 못 끊는 단골이 한둘이 아니다.

맵고 자극적인 요리에 길들여져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볏섬만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첫술을 뜨고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수와 만두소가 어우러져 음미할수록 깊은 맛을 내니 질릴 틈도 없이 연신 숟가락질하게 된다. 볏섬만두로 속을 채워 든든하고 옹골차게 새해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