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72] 포항 구룡포 백고둥 구이
제주바다에 소라, 서해에 피뿔고둥이 있다면, 동해에는 물레고둥이 있다. 서식지가 다르니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연체동물 중 가장 종 수가 많은 복족류에 속한다. 이동 거리가 짧은 한정된 서식지에서 먹을 것을 얻어야 한다. 서식지의 특성에 따라 맛이 다르다. 바다생물만 그럴까. 물레고둥은 동해 심해의 사니질 어장에 서식하며 죽은 어류를 먹는 대형 고둥이다. 구룡포 어민들은 ‘백고동’이라 부르며, ‘참골뱅이’라고도 한다. 고둥은 선사시대부터 유용한 식량 자원이었다.
물레고둥을 처음 맛본 곳은 ‘일본인 가옥 거리’로 알려진 구룡포 뒷골목이다. 어둠이 일찍 내리는 겨울 허름한 숙소를 잡아 두고, 불빛을 따라 찾아간 옴팡한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처음 들어본 ‘백고동 회’를 시켰다. 그 값이 고래 고기만큼 비쌌다. 부드럽고 달짝지근하면서 식감마저 좋았다. 그리고 8년 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백고둥을 만났다. 권선희 ‘구룡포 시인’이 안내한 집이었다. 이번에는 구이로 주문했다. 그사이 고래고기는 메뉴에서 사라지고 백고둥은 가격 대신 ‘시세’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물레고둥을 구이나 무침으로 먹지만, 일본은 회와 초밥으로 즐긴다.
물레고둥은 통발에 청어나 꽁치를 미끼로 넣어 잡는다. 수심은 대게나 피문어가 서식하는 조건과 비슷하다. 통발은 그물과 함께 수심이 깊은 동해안의 요긴한 어구이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은 미리 바다에 넣어 놓은 통발을 올리고, 남은 사람은 통발에 미끼를 넣어 차곡차곡 쌓아 다음 조업을 준비한다.
구룡포시장에서 만난 상인이 비슷한 황고둥과 흑고둥이 백고둥으로 둔갑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일러주었다. 황고둥은 백고둥에 비해서 껍질이 얇아 잘 부서지고, 흑고둥은 껍질이 검은색이다. 흑고둥과 달리 백고둥과 황고둥은 구별이 어렵다. 가격은 흑고둥보다 황고둥이, 황고둥보다 백고둥이 각각 두세 배 비싸다. 시장에서 곧잘 둔갑하는 이유다. 백고둥 내장은 녹진하고 고소하다. 권 시인은 살은 내게 권하고, 내장을 즐기면서 탈이 나지 않는 고둥이라고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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