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했던 골프 황제와 나이키… “이젠 굿바이”

송혜진 기자 2024. 1.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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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포츠 인사이드] 우즈와 나이키 27년 동행 마침표

1996년 신인 골퍼 타이거 우즈(미국)가 21세 나이에 프로 전향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장. 우즈는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셔츠를 걸치고 나타났다. “헬로, 월드”라고 인사하면서 ‘골프 황제’의 등장을 알렸다.

그해 나이키는 우즈와 당시로서는 역대 최고 수준인 5년 4000만달러(추정치) 후원 계약을 맺고 우즈를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86·미국)는 “우즈는 스포츠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사람들이 골프를 보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장담했다. 나이키는 이 ‘헬로 월드’ 인사말을 광고 문구로 활용했다. 세계 최고 스포츠용품 업체와 세계 최고 골프선수의 동행은 그 뒤로 27년간 이어졌다.

그러던 지난 9일 우즈는 소셜미디어에 “27년 전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 중 하나와 파트너십을 시작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며 “많은 날이 놀라운 순간과 추억으로 채워졌다”고 쓰면서 나이키와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나이키 역시 소셜미디어에 “타이거, 대단한 라운드였어(It was a hell of a round, Tiger)”라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래픽=양진경

◇27년간 5억달러 이상 후원

나이키는 1984년부터 골프화와 의류를 만들었으나 시장을 지배하진 못했다. 하지만 우즈와 손을 잡은 뒤로 급성장했다. 다양한 인종의 소년·소녀들이 골프채를 들고 “나는 타이거 우즈다”라고 말하는 광고를 제작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나이키 의류와 신발을 쓰던 우즈는 서서히 골프 장비도 나이키 제품으로 갈아탔다. 2000년 공을 시작으로 이후 10년간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우드, 퍼터를 차례로 바꿨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82승, 메이저 15승을 올리는 내내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붉은 셔츠는 우즈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남았다. 그가 2000~2001년 나이키 공을 사용하며 ‘타이거 슬램’(4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을 이루자 나이키의 골프공 시장 점유율이 1%에서 6%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우즈가 2005년 마스터스 16번홀에서 칩샷을 홀에 넣는 순간, 중계 화면에는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공이 잡혔다. 공이 홀컵 가장자리에 잠시 멈췄다가 마술처럼 떨어지던 그 장면이다. 에이펙스 마케팅 그룹은 “우즈가 4라운드에 진출하면 그 순간 나이키는 200만~400만달러에 달하는 (홍보)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나이키는 우즈가 부상과 스캔들로 고전한 2009년 이후에도 그를 떠나지 않았다. 다른 후원사인 게토레이나 AT&T 등은 철수한 뒤였다. 우즈와 나이키는 계약을 여러 번 갱신했다. 2001년에 5년 1억달러(이하 추정치), 2006년엔 8년간 연 2000만~4000만달러, 2013년에는 10년 2억달러 계약으로 우즈를 지원했다. 27년간 최소 5억달러(약 6592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 부진으로 골프 부문 축소

하지만 나이키 골프 사업은 2013년(7억9200만달러)을 정점으로 성장을 멈췄다. 나이키는 2016년 골프 장비 사업에서 발을 뺐고 의류와 신발에 집중했다. 우즈는 클럽은 테일러메이드, 공은 브리지스톤으로 교체했다. 나이키 골프 사업 매출은 4억7800만달러(2019년)까지 떨어졌다.

우즈는 2021년 교통사고 후 이듬해 마스터스로 복귀하면서 나이키가 아니라 두툼한 풋조이 골프화를 신고 나왔다. 사고 후유증이 다리에 남아 코스를 걷는 데 어려움을 겪은 그는 “좀 더 안정적인 다른 것(신발)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우즈의 새로운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함께 일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별이 가까이 왔다는 전망이 많았다.

우즈는 이날 나이키와 결별을 알리면서 “또 다른 챕터가 있는지 궁금할 텐데 분명 또 다른 챕터가 있다”고 썼다. 그는 다음 달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 호스트로 나설 예정이다. 어떤 브랜드와 새로 계약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키가 골프 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래픽=양진경

◇조던·호날두...수퍼스타 마케팅

나이키는 스포츠 스타를 내세워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홍보 전략으로 성장을 구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구 마이클 조던(61·미국)이다. 이 밖에 축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포르투갈), 농구 르브론 제임스(40·미국)와 케빈 듀랜트(36·미국), 테니스 로저 페더러(43·스위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나이키는 1984년 NBA(미 프로농구)에 갓 데뷔한 조던에게 나이키 신제품에 이름을 쓰는 걸 허락하는 대가로 25만달러와 향후 제품 수입의 5%를 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에어 조던’ 브랜드의 시작이다. 나이키 조던 브랜드 매출 규모는 2022년 기준 50억달러에 달한다. 호날두와는 2003년 처음 계약했다. 2016년 종신 계약으로 갱신하면서 매년 2100만유로씩 주고 관련 사업이 성공하면 최대 4000만유로씩을 더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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