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따로, 개통 따로’ 자급제폰부터 늘려야

구교형 기자 2024. 1. 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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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플레이션 시대 ‘허리띠 졸라매기’
중저가폰을 활성화하려면…
삼성전자가 지난 5일 출시한 44만9900원짜리 스마트폰 ‘갤럭시 A25 5G’의 그래픽 이미지.
가성비폰 주력한 LG 사업 철수 후
삼성·애플 양강 고착 고가폰 대세
외국산 힘 못 써 ‘가격 경쟁’ 저해

스마트폰 가격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당 2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폰이 등장하면서 ‘폰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의 합계 시장점유율이 99%에 달하는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더 높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의 일환으로 중저가폰 활성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 여건은 이를 이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

3위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국내에 중저가폰 선택지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 사업자였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한때 원가 절감을 위해 외주설계생산(ODM) 방식의 스마트폰 도입 비중을 높이면서 고가폰 판매에 주력하는 삼성전자나 애플과는 다른 길을 걸으려고 애썼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2020년 2월26일 출고가 31만9000원짜리 ‘LG Q51’을 출시했다. 6.5인치 디스플레이에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한 이 제품은 LG페이, 지문인식, 구글 어시스턴트 등 당시 프리미엄급 제품에 들어가는 편의 기능을 탑재했다. 같은 해 9월25일 출시된 실속형 스마트폰 ‘LG Q31’도 출고가는 20만9000원에 불과했지만 미국 국방부 군사표준규격인 ‘밀리터리 스펙’을 통과했다. 저온, 습도, 고온, 진도, 분진, 충격 등의 테스트를 거친 내구성이 강한 제품이었다.

이런 LG전자의 판매 전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실제 고령층과 취학아동층이 주고객이었던 중저가폰 시장에 20~30대 젊은층 유입이 늘어나면서 판매 대수가 늘었다. 그러자 삼성전자와 애플도 경쟁적으로 대당 60만원 이하의 보급형 제품을 출시했다. 그 여파로 일시적이긴 했지만 중저가폰 시장이 풍성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LG전자의 가성비폰 판매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5년 2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2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 규모가 5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생산할수록 손해인 구조였던 데다 신제품 출시 등으로 앞선 사업자들을 추격할 만한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21년 7월 스마트폰 사업에서 공식적으로 발을 빼기에 이르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A34 5G’와 ‘갤럭시 A24 LTE’ 제품이 진열돼 있다.

‘외산폰 무덤’ 한국…삼성·애플 양강 고착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굳어졌다. 두 회사는 경쟁적으로 프리미엄폰에 주력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애플이 유일한 경쟁자이기 때문에 굳이 중저가폰 라인업을 확충할 유인이 없었다. ‘갤럭시 A’ 시리즈 같은 저렴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주력해 판매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중저가폰은 특정 통신사 전용 단말기 형태로 출시되는 비중이 컸다. SK텔레콤 ‘갤럭시 퀀텀’과 ‘갤럭시 와이즈’, KT ‘갤럭시 점프’, LG유플러스 ‘갤럭시 버디’ 같은 통신사 전용폰이 잊을 만하면 새로 나왔다. 이들 제품은 통신사 공시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알뜰폰과 달리 저가 요금제 가입이 제한되는 게 단점이다.

국내에서 외산폰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가격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한 기타 제조사들의 지난해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이 기간 모토로라는 폴더블폰 ‘레이저40 울트라’를, 영국 브랜드 낫싱은 기기 내부가 보이는 투명 디자인의 ‘폰 투’를 내놨지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보다 앞서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다수의 중저가폰을 앞세워 한국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정부 ‘30만~80만원대’ 출시 유도
삼성 중저가폰 내놨지만 조족지혈
제조사 미온적이면 자급제폰 한계
값싼 샤오미 한국 진출 채비 변수

저가 요금제 결합 ‘자급제폰 확대’ 관건

이번엔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30만~80만원대 단말기를 올해 상반기 3~4종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온 다음 삼성전자와 KT가 협업한 40만원대 ‘갤럭시 점프3’가 공개됐다. 이어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갤럭시 S23 팬에디션(FE)’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갤럭시 점프3는 KT에서만 가입할 수 있고, 갤럭시 S23 FE는 출고가 84만7000만원으로 중저가폰이라고 부르기에는 가격이 높은 편이다. 그러자 이달 5일 44만9900원짜리 ‘갤럭시 A25 5G’를 새로 시장에 내놨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지려면 자급제폰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 자급제폰은 가전매장,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매한 뒤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하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자급제폰을 사서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 이 역시 관건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저렴한 기기를 시장에 출시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래야만 저렴한 기기 구매와 낮은 요금제 가입이 맞물려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샤오미는 또 한 번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에 보급형 스마트폰 ‘레드미노트 13’ 출시가 임박했다고 알려졌다. 샤오미는 그간 레드미노트 시리즈를 내놓을 때마다 출고가를 29만원대로 설정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제품 가격 책정이 예상된다. 가격대만 감안하면 정부가 밀고 있는 중저가폰 활성화 정책에 부합한다. 하지만 중국폰이 보안에 취약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린다는 게 문제다.

일부에서는 중고폰 시장 활성화를 대안으로 얘기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폰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708만대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정책적으로 중고폰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불식시킨다면 자연스럽게 단말기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사진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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