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더 스타일리시한 남자들의 슬리퍼

김의향 THE BOUTIQUE 기자 2024. 1. 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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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패션 히트작인 구찌의 ‘홀스빗 퍼 뮬(mule: 뒤꿈치가 트인 신발)’.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번영기를 누리던 시기에 사랑받으며, 남자들도 한겨울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게 했다. 그 뒤로 남자들의 겨울 슈즈에서 뮬과 슬리퍼가 사라지는 듯 하더니 지난 겨울 부활했다. 그리고 여자들 사이에서 보송보송한 양털, 모피, 패딩 소재 겨울 슬리퍼가 유행의 정점에 치달으며, 럭셔리부터 스포츠와 캐주얼 브랜드까지 모든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남자들을 위한 겨울 슬리퍼를 쏟아냈다. 이 정도 되면 겨울 슬리퍼 하나 정도는 신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1953년 로퍼 장식으로 처음 사용된 홀스빗(horsebit) 디테일을 더한 구찌의 남성 다크 브라운 가죽 슬리퍼.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던 시기, 맨발에 신는 겨울 슬리퍼의 유행을 이끌었다. 구찌 홈페이지.

슬리퍼의 유행은 해외 유명 남성 셀러브리티들 사이에서 먼저 퍼져 나갔다. 특히 저스틴 비버는 ‘하우스 슬리퍼’의 편안함에 푹 빠져, 실내 슬리퍼를 사계절 내내 신고 다닐 정도다. 그의 슬리퍼 룩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런 슬리퍼의 유행 역시 엔데믹 트렌드라 할 수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집과 집 주변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되며 ‘원마일 웨어(one-mile wear: 집과 집 근처 1마일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가 빅 트렌드가 됐다. 집에서 입는 홈 웨어가 가벼운 외출복으로 사랑받으며, 하우스 슬리퍼도 외출용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발렌시아가의 퓨리 슬라이드(Furry Slide) 슬리퍼. 화이트의 폴리티컬 캠페인(Political Campaign) 자수 장식이 특징인 인조 양털 소재 슬리퍼다. 발렌시아가 홈페이지.

처음에는 스타일의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셀러브리티들과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실내용으로 제작된 슬리퍼를 그대로 외출용으로 신고 다녔다. 그러나 곧 패션 브랜드들이 발빠르게 진짜 외출용 슬리퍼를 멋지게 디자인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실내 슬리퍼처럼 보이지만 견고한 밑창과 안정된 착용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잘 벗어지는 슬리퍼의 단점을 보완해, 살짝 뒷굽이 올라오도록 디자인하여 슬리퍼이지만 스니커즈처럼 신고 다닐 수 있게 디자인도 다양하게 발전했다.

이번 시즌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 소재로 재해석한 루이 비통의 ‘LV 이지 뮬’. 루이 비통의 아이코닉한 모노그램 패턴을 양각으로 새긴 디자인이다. 루이 비통 홈페이지.

2023년 남자들의 겨울 슬리퍼는 여성들의 겨울 슬리퍼 이상으로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하다. 발 사이즈가 큰 여성들은 남성용 슬리퍼가 더 패셔너블하다면서 남성용 슬리퍼를 구매해서 신을 정도다. 슬리퍼 유행의 부활 물결을 타고 구찌의 아이코닉한 ‘홀스빗 퍼 뮬’도 다시 등장했고, 루이 비통의 LV 모노그램이 프린트된 인조 모피 소재 뮬은 요즘 유행하는 와이드 팬츠와 근사하게 조화된다. 마르니의 송아지 가죽 ‘카프 헤어 베어풋 스타일 블로퍼’ 시리즈들은 형형색색 컬러풀하다. 둥근 앞코의 질 샌더 양털 슬리퍼는 유행하는 조거 팬츠를 더욱 ‘쿨’해 보이도록 한다.

마르니의 블루 ‘카프 헤어 베어풋 스타일 블로퍼’. 인체공학적인 가죽 안창과 고무 밑창이 맨발로 걷는 듯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마르니 홈페이지.
질 샌더의 ‘라운드 토 시어링 슬리퍼’. 둥근 모양의 앞코와 따뜻한 양털 소재로, 브랜드 로고를 새긴 가죽 안창과 고무 밑창으로 디자인됐다. 파페치(farfetch) 홈페이지.

어그의 부활 또한 겨울 슬리퍼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 어그의 대표 히트작인 ‘타스만 슬리퍼’와 ‘코케트 슬리퍼’ 모두 남성용으로 만날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남성용 겨울 슬리퍼들을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푸마 등 대부분의 스포츠 브랜드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능적인 소재와 착용감의 겨울 슬리퍼를 찾을 수 있다.

에르메스의 아이코닉한 ‘H’ 이니셜 장식의 스웨이드 고트 스킨(goat skin)과 양털 소재의 뮬. 모던 클래식 캐주얼 룩을 연출해준다. 에르메스 홈페이지.
양털 소재의 톰 브라운 슬라이드 슬리퍼. 둥근 앞코 디자인에 톰 브라운 시그니처 스트라이프가 장식됐다. 톰 브라운 홈페이지.
강렬한 블루와 퍼플의 모노그램 패턴이 프린트된 인조 모피 소재의 ‘LV 이지 뮬’. LV 이니셜 액세서리가 장식된 길이 조절 가능한 스트랩이 특징이다. 루이 비통 홈페이지.
뉴발란스의 대표적인 겨울 슬리퍼 '퍼플리'. 합성 가죽에 플리스 안감 소재로 따뜻하고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발등의 텅(tongue: 발등 보호나 물을 막기 위한 혀 모양의 디자인) 이 특징이다. 뉴발란스 홈페이지.

슬리퍼는 이제 남성들의 일상 패션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 패턴과 소재도 다양하고 패셔너블해졌으며, 평상시 입는 데일리 룩과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여름이 아닌 겨울에 신을 때 더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슬리퍼! 지금이 남자 슬리퍼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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