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취득세 빼줄 테니 세 든 빌라 올해 사라고?

채신화 2024. 1. 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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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다세대·다가구 지원 3종 세트 예고
소형·저가주택 매입 시 취득세 감면 등 혜택
'빌라시장' 살리기라지만…'폭탄 돌리기' 우려

정부가 또 빌라 지원책을 내놨다. 세 들어 있는 빌라를 사면 취득세를 깎아주고 등록임대사업자의 경우 의무임대 기간에도 집을 내다 팔기 좋게 길을 터줬다. 

고금리, 전세사기 등으로 다 죽어가는 다세대 주택 시장을 심폐소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非)아파트 거부감이 여전히 높은 것이 시장 상황인 만큼 '리스크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쓰러져가는 빌라 시장, '심폐소생술' 간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역전세 위험성이 높은 다세대·다가구주택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해 '다세대·다가구 지원 3종 세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임차인이 거주 중인 소형·저가주택(아파트 제외) 매입 시 최대 200만원까지 취득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대상은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액 수도권 3억원 및 지방 2억원 이하 주택 으로 해당 주택에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 임차인이 생애 최초로 주택을 취득한 경우 등이다.

임차인이 월세나 전세로 거주하던 집을 사려고 할 때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구입에 매력적인 면이 있다. 가령 수도권은 3억원짜리 빌라를 사면 취득세 1.1%인 330만원 중 130만원만 내면 된다. 취득세 감면은 올해만 한시 적용한다. 

또 살던 집을 매입해도 추후 청약 시 무주택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점도 빌라 구매 의사를 자극할 수 있다. 추후 해당 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취득해도 '생애 최초 취득세 감면'도 적용한다. 다만 이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또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 의무 기간 중에도 주택을 양도할 수 있게끔 했다. 현재는 임대 의무 기간 중 비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주택을 양도하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올해 한해서 의무 기간이 지나지 않아도 한 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역주택공사에 팔 수 있도록 했다. 

역전세난에 과태료 부담 없이 공공에 팔아 전세금반환보증금을 마련하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적용 대상은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액 수도권 3억원 및 지방 2억원 이하 주택 △3가구 이상 등록한 임대사업자가 1가구까지 양도 가능하다. 

아울러 연내 LH 등에서 구축 다세대·다가구 주택 1만가구 이상을 매입하기로 했다. 

다세대·다가구 지원 3종 세트./그래픽=비즈워치

이번 정책으로 얼어붙은 빌라 거래가 촉진되고, 공공임대 등 서민 주거 지원이 강화될 거란 게 정부 기대다. 수도권 3억원 이하 재개발 구역 빌라를 산 뒤 '몸테크'하면서 청약을 노리는 게 가능해지고, 발이 묶였던 주택임대사업자 매물은 공공이 사들여 더 저렴하게 풀릴 수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다세대·다가구 시장은 가뜩이나 아파트에 밀리는데 전세사기 사건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지면서 점점 더 외면받고 있다"며 "이를 방치하면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빈집, 슬럼화 등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파트 시장은 입주 물량 감소, 전셋값 상승 등의 상황에서도 공급 촉진 요소가 별로 없기 떄문에 비아파트 시장이라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임차인이 빌라를 살 수 있게 하면서 주거 사다리를 연결해주고, 등록임대사업자 양도 규제 완화도 임대차 공급을 일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아파트?…"원하는 건 아파트인데" 

다만 우려도 공존한다.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역전세, 전세사기 등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매입 및 공급 문턱을 낮추는 것은 시장과 기존 임대인의 위험을 상대적 취약계층에 떠넘기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서 빌라 전셋값이 떨어지고 보험 가입이 어려워진 가구가 늘고 있다. 실거주하지 않는 한 빌라를 매입하기도 전세로 임차해 살기도 어려워진 셈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수도권 국토교통부 연립·다세대 전월세 실거래가와 주택 공시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2022년 체결된 연립 다세대 전세 계약의 66%가 동일한 금액으로 2024년에 계약을 갱신할 경우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연립·다세대 전세보증 가입 가능 여부./그래픽=비즈워치

2024년부터 변경되는 전세보증 가입요건인 담보인정비율 90%를 초과해서다. 이는 근저당권 등 선순위 담보채권이 아예 없는 것을 가정한 수치다. 일부 선순위 채권이 있을 것을 감안하면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한 주택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63% △경기도 66% △인천 86%에 달하는 만기 예정 빌라 전세계약이 기존 전세금으로 전세보증에 가입이 불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빌라 매수 환경이 척박한 만큼 이번 '다세대·다가구 지원 3종 세트' 등 만으로는 거래 촉진에 한계가 있을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의 요구와는 달리 비아파트 중심의 활성화 대책이 연달아 나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해 9·26 대책을 통해 비아파트 중심 공급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신임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비슷한 내용을 주택 공급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포비아 투성이' 다세대, 늘리는 게 답일까?(2023년12월7일)

고금리, 매수 심리 저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으로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로 '숫자 채우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근본적인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 완화, 오피스텔 주택 수 배제 등 추가 규제 완화를 비롯해 임대차 계약 시스템 보완 등이 꼽힌다.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서민 주거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비아파트 규제 완화 요구에 관한 청원'(동의 기간 2023년 11월23일~12월26일) 글에 5만명 넘게 동의한 상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주거의 다양성, 서민 주거 안정 등을 위해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도 꼭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2020~2021년 아파트 대체제로 무리하게 공급하면서 부작용이 나오고 전세사기 등으로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 상향으로 전셋값이 회복을 못하자 공급 및 순환이 안 되고 있다"며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안전하게 계약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과도한 갭투자 방지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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