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전세 다 막혔네"… 실거주 의무 폐지, 결국 폐기수순 밟는다

이미연 2024. 1. 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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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갈등에 국회 문턱도 못넘어
전세대란 가능성·무주택자 '한숨'
공사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경. 사진 연합뉴스

실거주의무 폐지가 담긴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해 폐기 수순을 밟게됐다. 건설업계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언급했지만 여야 합의가 원활치 않아 입주를 앞둔 단지들에서의 혼돈이 예상된다.

9일 건설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 개최 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어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아예 소위 자체를 열지 못했다.

작년 초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대책을 내놨다. 전매제한 완화는 주택법 시행령 사안으로 정부가 추진해 올해 4월 시행된 반면,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폐지는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정책 발표 다음달인 지난해 2월 발의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의 야당의 반대로 작년 연말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총선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야당 의원들이 지역구 민심을 달래기 위해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지난해 12월 국토법안 심사 소위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안건을 보류했다. 여당에서는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원칙 때문에 정작 실수요자가 피해보는 모순적 상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며 주택법은 그대로 두고 시행령에서 조건부로 예외를 허용하자고 주장해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 규제를 받는 물량은 전국 66단지, 4만3786가구다. 1.3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제한은 풀렸지만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라 집을 팔 수도 전세를 놓을 수도 없게 된 것.

특히 이 중 30%에 달하는 올해 입주를 앞뒀다. 특히 내년 초로 예정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1만 2032가구) 아파트 입주 시기가 이르면 올해 11월로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 입주 전 전매를 예정하고 분양권을 받은 이들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전세세입자를 들여 잔금을 막으려던 청약 당첨자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현행법상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상제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 당첨자는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

정부는 이번에 법안통과가 안되더라도 추후 법안통과를 전제로 소급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불안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의무 폐지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단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15일부터 전매제한이 풀린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실거주의무가 폐지되면 분양권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입주권 거래만 활발했다. 실제 이 단지에서는 작년 10월과 11월 각각 4건씩 입주권이 거래됐데 이어 12월 8건이나 거래되기도 했다.

둔촌주공보다는 세대수가 적지만 2800여 가구의 대단지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경우 작년 3분기 6건의 입주권이 손바뀜됐으나, 4분기에는 단 1건만 거래되면서 법안통과 여부를 주목하고 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통과돼지 않아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전세대란까지 올 가능성이 있다며 무주택자가 더 걱정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월 첫째주(지난 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라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수도권(0.06%→0.06%)도 상승폭을 유지했고, 서울(0.08%→0.07%)은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오름세가 유지되고 있다. 실거주의무로 전세물량이 풀리지 않으면 '전세대란'까지는 아니여도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시장 불안은 정치권에서도 예상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4만4000가구만이 아니라 주택 분양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원칙 때문에 정작 실수요자가 피해보는 모순적 상황을 그냥 놔둬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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