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친구 휘파람 알아본 돌고래…동물은 목소리를 구분할까

김지숙 기자 2024. 1. 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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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동물도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미국 시카고대학의 2013년 연구를 보면 돌고래들은 헤어진 지 20년이 넘은 ‘친구’의 휘파람 소리를 알아듣고 반응을 보였다. 제이슨 부르크 제공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동물도 상대의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나요?

‘당신의 목소리가 첫인상을 좌우한다’, ‘외모가 매력의 출발점이라면 목소리는 종착점이다’. 목소리의 개성을 강조하는 말이 많습니다. 외모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 목소리도 똑같은 목소리는 없습니다. 우리는 상대의 목소리로 성별, 성향, 감정, 건강 상태 등을 추측하고 가족, 친구처럼 친근한 사람의 목소리라면 먼 거리에서도 단번에 알아듣죠. 동물도 각자의 독특한 ‘목소리’를 서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A.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체마다 독특한 발성을 지닙니다. 지금까지 100종이 넘는 포유류와 조류에서 개별적인 특징이 발견됐어요.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의사소통, 개체 상호작용, 짝짓기 등을 위해 소리를 사용하고 서로를 기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목소리는 폐에 있던 공기가 성대를 진동시키며 입술을 통해 나오는 소리입니다. 돌고래는 머리에 있는 분기공(숨구멍) 아래 ‘소리 입술’(phonic Lips)를 진동시켜 클릭음이나 휘파람 소리를 내죠. 새는 후두 이외에도 제2의 발성 기관인 울대를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줍니다. 박쥐도 우리는 들을 수 없는 매우 높은 초음파로 ‘대화’를 나누고요.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셈이죠. 자연스레 같은 종이더라도 개체마다 소리에도 개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짝짓기 철이 되면 깃털을 현란하게 치장하고 경쟁적으로 청명한 울음소리를 뽐내는 새들만 봐도 그러한데요, 이런 궁금증은 우리만 가진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동물도 소리로 서로를 인지한다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동물계에서 똑똑하기로 유명한 돌고래부터 알아볼까요. 2013년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진이 사육시설 6곳에서 큰돌고래 43마리의 소리를 5년간 녹음해 관찰했습니다. 같은 수족관에서 지내다 다른 시설로 옮겨진 돌고래에게 한때 같이 지내던 친구의 소리를 들려준 결과, 돌고래들은 낯선 소리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과거에 함께 지낸 적이 있는 돌고래의 소리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극의 황제펭귄. 사진/ Wikimedia Commons

심지어 암컷 돌고래 ‘베일리’는 20년 전 다른 수족관으로 간 돌고래 ‘알리’의 휘파람 소리를 듣자 스피커 가까이 접근하며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베일리가 기억한 것이 ‘목소리’라기 보다는 돌고래들이 자신의 ‘이름’처럼 사용하는 휘파람 소리를 알아봤을 거라는 것이 연구진의 추측이었습니다. 각자 고유한 휘파람 소리로 서로 알아보고 오랫동안 기억한다는 점이 신비한 점이겠지요.

극한의 환경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새끼를 돌보는 남극 펭귄도 음성을 통해 가족을 구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극 킹조지 섬에서 펭귄을 연구하는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2017년 먹이를 찾는 젠투펭귄들이 울음소리로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황제펭귄을 연구한 김정훈 박사는 “우리가 듣기에는 다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펭귄들은 미묘한 소리의 차이를 인지한다. 황제펭귄 부모들은 약 1㎞ 밖에서도 자신의 새끼 소리를 구분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 과학자들은 박쥐가 목소리로 상대를 구별한다고 말합니다. 박쥐는 사회적 동물로 무리를 이뤄 살아가고 사람처럼 후두, 성대, 비강을 이용해 소리를 낸다는 겁니다. 독일 하노버 수의과대학 한나 카스타인 박사와 연구팀이 2013년 큰위흡혈박쥐(Megaderma lyra)를 두 달간 관찰했더니 박쥐들은 같은 둥지의 박쥐나 다른 둥지의 박쥐 소리 모두에 반응을 보였지만, ‘아는 박쥐’의 경우 더 많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야행성인 박쥐가 밤에 둥지를 찾아가기 위해선 목소리 구별이 중요했을 거라고 봤습니다.

박쥐는 사회적 동물로 무리를 이뤄 살아가고 사람처럼 후두, 성대, 비강을 이용해 소리를 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외에도 ‘음성 지문’을 갖고 있다고 밝혀진 동물은 앵무새, 늑대, 긴팔원숭이, 하이에나 등 여러 동물이 있고 개구리, 거북이, 어류 등도 음향적 의사소통을 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멍냥이 또한 가족과 친구의 소리는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권혁호 수의사는 “가축화된 개나 고양이는 상대의 음성 톤, 억양 등으로 상대를 알아차린다. 멍냥이는 청각뿐 아니라 후각, 시각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해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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