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태도는 21세기 최고의 처세술… 공부하면 행복해져요”

박동미 기자 2024. 1. 9. 0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과학 인생 학교’ 출간 장대익·이명현… 이달 말부터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화학자 장대익 가천대 교수
“사피엔스는 ‘위대한 잔가지’
관찰이 습관되면 현상 보이고
나만의 가설도 세울수 있게돼”
천문학자 이명현 갈다 대표
“인간 존재는 ‘별먼지’ 같은 것
자아 고민 등을 이론으로 풀어
과학의 소비방식 바꾸는 운동”
최근 서울 종로구 과학책방 갈다에서 만난 장대익(왼쪽) 교수와 이명현 대표. 올해 과학을 바탕으로 한 멘토링 프로그램 ‘과학 인생 학교’를 시작한다. “과학적 사고 훈련이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라고 말하는 두 과학자가 서점에 꾸려진 ‘뉴턴의 방’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백동현 기자

“‘과학적인 태도’야말로 21세기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처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과학책방 갈다에서 만난 천문학자 이명현 갈다 대표와 진화학자 장대익 가천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표정이 진지하고 사뭇 결의에 차 있다. 갈다의 공동창업자로, 과학을 대중에 알려온 국내 대표 과학 저술가로, ‘과학’하는 곳이라면 늘 함께한 두 사람. 또 재미있는 계획이 있는 듯하다. 들어 보니, 그 ‘처세술’을 직접 가르치겠다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과학 공부를 하면 행복해진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한다.

과학과 처세라니,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처세(處世)’의 본래 뜻이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감. 또는 그런 일’이란 걸 상기하면 의미가 좀 더 확실해진다. 즉, ‘처세’는 ‘인생’이다. 그리고 이들은 종교와 철학이 더는 현대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버거운 시대, 우리의 생존을 위해 ‘과학적인 태도’가 필수라고 말하는 것이다. 얼마 전 두 사람이 함께 출간한 ‘과학 인생 학교’(사이언스북스)에 대한 이야기인가 했는데, 책은 보조수단이고 1월 말 과학을 바탕으로 한 ‘마음챙김’수업을 연다. 책과 같은 이름의 ‘과학 인생 학교’다.

장 교수는 “흔히들 과학적인 태도를 갖자, 과학이 핵심 교양이다, 말하면서도 정작 실질적 질문과 답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수정예 밀착형 멘토링인 ‘과학 인생 학교’가 단순히 과학의 경이로움이나 즐거움을 논하는 수준을 넘어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과학 공부를 하면 진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지, 과학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이고 정직하게 답해 보는 시간인 셈이죠.”

이 대표는 “과학의 소비 방식을 바꾸는 운동”이라고 ‘과학 인생 학교’를 명명했다. 그는 과학이 무언가를 설명해 주고, 지식을 전달하는 ‘호기심 천국’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실존 문제에 답해주는 과학, 실질적 가치를 품은 과학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과학자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이 이토록 ‘과학 공부’와 ‘과학적 태도’를 강조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 두 사람은 “우리가 과학 때문에 인생이 바뀐 당사자들이라서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과학자로서 받아온 사고 훈련과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 그 여정이 과학 비전공자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과학 인생 학교’)도 ‘과학자의 간증집’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책은 핵폭발 원리에서부터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과학을 저 먼 우주가 아닌 ‘나’와 ‘너’ 그리고 ‘우리’에 두고 탐구한다. 보다 다정하게, 그리고 실존적으로. 예컨대 책은 우리, 즉 인간을 ‘별먼지’와 ‘잔가지’로 정의한다. 이는 각각 천문학자인 이 대표(‘별먼지’)와 진화학자인 장 교수(‘잔가지’)를 가리키는 말이면서, 인간 존재를 통찰하게 해주는 매우 과학적인 표현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별로부터 왔다. 은유가 아니라 화학적으로 정말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별먼지’다. 또, 다윈이 제창한 40억 년 생명의 나무에서 사피엔스는 잔가지 중 ‘잔가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주와 생명과 인간의 모든 것을 품고 있기에, ‘생각하는 별먼지’이고 ‘위대한 잔가지’이지요.”(장 교수)

과학은 통념에 도전하고 항상 그 근거를 묻는다. 그 지독한 합리성이 혹시 삶을 허무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 반문하자, 이 대표는 “삶의 유한함과 우연성을 깨닫게 되면 허탈보다는 주어진 환경이나 결과에 대한 겸허함이 생기고, 갑자기 벌어지는 일에도 충격이 덜하다”고 했다. 이런 귀한 ‘삶의 지혜’가 정말 과학으로 가능할까. 장 교수는 “다만, ‘과학적 태도’는 공부하고, 연습하고, 실천하는 고되고 성실한 과정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절대 만만치 않다”고 했다. 몸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여서까지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 인생 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두 사람은, 끝으로 일상에서 ‘과학적 태도’를 기를 수 있는 실천법을 귀띔했다. 약속 장소에서 한 정거장 미리 내려 걸으며 동네 구경하기, 횡단 보도 남들보다 5초 정도 천천히 걸어가며 사람들 보기 등이다. 이런 ‘관찰’이 습관이 되면 ‘현상’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인간행동이나 사회 변화에 자신만의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는 것. 당연하게도 이걸로는 부족하다. 이 대표는 “잘 쓰인 과학서를 읽고 토론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추천했다. 천문학자의 선택에 이어 진화학자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꼽았다. 그리고, 마지막 당부. “어려워도 허들을 좀 넘으셔야 해요. 그래야 과학이 재미있어지고, 인생도 그렇습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