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없는 아파트, 1000만원 더 비싸도 사겠다"

정영희 기자 2024. 1. 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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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방지 아파트, 분양가 폭탄 될까(3)] 대책 마련 나선 대형건설업체들
GS건설 직원이 경기 용인에 위치한 용인기술연구소에서 태핑 머신(Tapping Machine)을 이용해 경량 바닥충격음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GS건설
◆기사 게재 순서
(1)층간소음 아파트 '준공 불가'… 주택업계 "무리한 정책"
(2)층간소음 더 심한 오피스텔·원룸… 대책 사각지대 놓여
(3)"층간소음 없는 아파트, 1000만원 더 비싸도 사겠다"

정부의 아파트 층간소음 대책에 따라 소음기준 미달 시 준공승인을 불허하고 공공주택부터 1등급 설계를 전면 시행한다. 준공승인이 안되면 재검사에 통과시까지 입주에 차질이 발생한다. 이때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손해배상 책임을 지거나 브랜드 이미지 손실마저 감당해야 한다.

시공능력 상위 주요 건설업체들은 부랴부랴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데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충격음 기준인 49데시벨(dB)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기준 이상의 소음 감축을 목표로 한다. 아직 실증이 이뤄진 결과가 없어 기준 변경 등의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10대 시공사 층간소음 연구 박차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0년 '층간소음연구소' 조직을 세웠다. 2년 후인 2022년 지하 1층~지상 4층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안랩'으로 독립했다. 층간소음 저감 기술 연구가 이뤄진다. 건물 구조별로 바닥 재료의 조합을 통해 최상의 층간소음 저감 기술과 공법을 실증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도 시범 적용했다.

현대건설의 'H 사일런트 솔루션 패키지'는 층간소음 '제로'를 목표로 마련된 소음·진동 해결 통합 솔루션이다. 바닥 충격음 성능 등급 평가에서 경량중량 충격음 1등급(37dB 이하) 인정서를 취득한 바닥시스템 'H 사일런트 홈'과 주파수 대역을 고려한 평면설계를 통해 소음을 개선하고, 거실 부분 슬래브에 층간소음 저감용 부재를 배치·보강함으로써 진동을 감소시키는 'H 사일런트 프레임' 기술 등이 포함됐다. 현재 개발단계를 거쳐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2021년 자사가 보유한 12개 특허기술을 집약, 총 5단계의 차음 구조로 구성된 '디 사일런트(D-Silent) 바닥구조'를 개발했다. 바닥 판에 완충 성능을 부여하고 이중 공기층 바닥 완충재와 특수 모르타르(시멘트에 모래를 첨가하고 물을 섞은 것), 진동 방지용 콘크리트 슬래브를 적용해 잔여 진동을 잡는다. 지난달에 층간소음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D-사일런스 서비스'의 첫 도입에 나섰다. 공동주택 거실과 팬트리 벽면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로 자동 알림을 보내준다.

GS건설은 2022년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5중 바닥구조를 개발했다. 한국에서의 첫 시도다. 3중 습식바닥 공법을 적용, 콘크리트 슬래브 위 바닥 마감 두께를 기존 110∼120㎜에서 140㎜ 수준으로 늘리고 고탄성 완충재를 사용해 소음을 줄이고자 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건축주택연구소 용인기술연구소 내 친환경건축연구팀을 꾸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같은 해 대우건설은 '스마트 3중 바닥구조'를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쳤다. 층간소음 주요 원인인 중량 충격음을 저감하기 위해 콘크리트 슬래브의 강도를 높이고 차음재와 모르타르를 보다 두껍게 했다. 콘크리트 슬래브에 철근을 추가해 바닥 강도를 상향 조정했다.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 '분양가 폭등'


자재 증가로 건축비가 오르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층수도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30층 아파트의 기존 21㎝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 규정이 26㎝로 늘어난 경우 총 145㎝가 확장돼 설계를 바꿔야 한다. 높이 제한이 있는 지역일 경우 1개 층을 줄여야 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아파트 바닥을 더 두껍게 지으면 건물 높이 제한을 그만큼 완화한다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분양 가구 수 감소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공사비 증액은 그대로다.

기둥식 구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벽이 위층 슬래브, 즉 바닥면을 지탱하는 형태는 벽식 구조다. 기둥으로 지지하면 기둥식 구조로 부른다. 바닥 울림이 벽을 타고 옆집으로 전달되는 벽식 구조와는 달리 기둥식 구조는 이러한 소음이 보와 기둥으로 분산돼 층간소음 방지에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기둥식 구조는 활발히 사용되지 않는다. 2007년부터 10년간 공급된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가운데 98.5%(194만가구)가 벽식 구조를 채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성이 떨어진다.

한국주택협회 분석 결과 벽식 구조의 실내 층고는 평균 2.90m지만 기둥식은 3.25m로 더 높다. 3.3㎡당 골조 공사비도 더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둥식으로 지으면 층당 층고가 높아져 가구 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가 기둥식 구조에 대한 용적률 추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22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기둥식 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효과를 입증 시 건축기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진행된 바는 없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공사에선 얼마나 소음을 줄일 수 있을지 검증되진 않았다"며 "개발 여건이 되지 않는 중견·중소 건설업체와 하도급업체, 인테리어·철근·콘크리트 업계로 영향이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승 우려에도 소비자들은 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공동주택 거주자 대상 층간소음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공동주택 거주자 1000명 중 86%는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다면 분양 시 50만원 이상의 금액을 추가로 분담할 수 있다고 답했다. 1000만원 이상 부담할 의향이 있거나 금액과 무관하게 부담하겠다는 응답도 각각 3.8%, 3.4%로 나타났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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