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토성 비행도 거뜬하게 해준 ‘중력도움 항법’

한겨레 2024. 1. 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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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우주탐사 역사 (10)
행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차례로 근접비행하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실현한 미 항공우주국의 보이저 2호(상상도). 미 항공우주국 제공

보이저 2호는 하나의 탐사선으로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근접비행하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실현했다. 보이저 2호는 목성까지만 갈 수 있는 속도로 지구를 떠났지만, 목성을 근접비행하면서 중력도움 항법으로 탐사선의 속도를 높여 토성을 향해 날아갔고, 토성에서 다시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천왕성을 향해 날아갔고, 천왕성에서도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해왕성을 향해 날아갔다. 행성에 도달할 때마다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다음 목적지 행성까지 가는 것을 반복한 것이다. 하나의 탐사선으로 4개의 외행성을 근접비행할 기회는 176년 후에나 다시 오는 드문 기회였다. 보이저 2호의 탐사로,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 행성탐사는 당시 기준으로 명왕성을 제외한 태양계의 모든 행성에 적어도 한 번씩 방문하게 되었다.

행성을 가까이에서 탐사하려면, 행성을 근접비행하면서 지나가는 탐사선을 보내거나 행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을 보내야 한다. 행성과 행성의 위성을 좀 더 자세히 탐사하려는 목적이라면 궤도선을 보내 행성 가까이에서 긴 시간 동안 관측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행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려면 역추진으로 속도를 줄여 궤도선이 행성의 중력에 갇혀야 하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추진시스템과 연료를 싣고 가야 하고 이에 따른 궤도선의 질량도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자세한 탐사를 위한 정밀 과학장비도 궤도선의 질량이 커지는 다른 요인이다. 궤도선의 질량이 커지면 훨씬 더 강력한 발사체를 써야 하는데, 목성처럼 먼 행성에 궤도선을 보내는 경우에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된다.

1970년대에 지구와 인접한 행성인 금성과 화성에 처음으로 궤도선을 보낸 이후, 세번째 목적지로 선택된 목성에 궤도선을 보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는 큰 질량의 궤도선을 목성으로 직접 보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강력한 로켓이었던 새턴 5형 로켓이라면 가능했겠지만, 스카이랩 발사 이후에는 비용문제 등으로 더는 사용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목성에 훨씬 못 미치는 곳까지만 보낼 수 있는 발사체를 사용하고도 목성이나 그 너머의 천체에 도달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한다.

갈릴레오호, 금성과 지구 중력을 이용해 목성까지

목성 궤도선의 첫 주인공은 미국의 갈릴레오호(Galileo)이다. 탐사선 이름은 16~17세기의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서 따왔다. 목성을 근접비행한 파이어니어 10, 11호와 보이저 1, 2호, 그리고 발사는 갈릴레오호보다 늦었지만 목성에는 더 일찍 도달한 율리시스호(Ulysses)를 이어 다섯번째로 목성을 방문한 탐사선이었다. 이전의 목성 탐사선보다 갈릴레오호의 질량은 상당히 컸다. 발사 시점에서의 총 질량은 2562kg으로 파이어니어호보다 거의 10배 컸고 보이저호보다는 3배 정도 컸다. 그중 3분의 1이 넘는 925kg이 추진을 위해 탑재된 연료와 산화제 질량이었다.[1]

갈릴레오호는 목성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선과 목성 대기에 진입해 목성에 떨어지면서 대기를 측정하는 대기 탐사선(atmospheric probe)으로 구성되었다. 궤도선에 탑재된 과학장비는 10개였고, 대기 탐사선에 탑재된 과학장비는 6개였다. 많은 과학장비도 갈릴레오호의 질량이 이전 목성 탐사선에 비해 컸던 것에 한몫했다. 궤도선에는 추력이 400N인 주 엔진 1개와 추력이 10N인 소형 추진체 12개가 탑재됐다. 목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역추진을 포함해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해야 할 궤도수정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였다. 참고로 400N은 지구표면에서 41kg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다. 추진 시스템의 연료와 산화제로 모노메틸하이드라진(MMH)과 사산화이질소(dinitrogen tetroxide)가 탑재됐다.

그림 1. 애틀랜티스 우주왕복선 화물칸에서 분리되기 전의 갈릴레오호와 IUS 로켓. 우주왕복선에 실려 지구 저궤도에 올려진 갈릴레오호는 UIS 로켓의 추진으로 금성을 향해 날아갔다. 사진 출처: NASA

갈릴레오호는 애틀랜티스 우주왕복선에 실려 1989년 10월18일 발사되어 지구 저궤도에 올라갔다. 갈릴레오호가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기 위한 추진은 별도의 IUS로켓(Inertial Upper Stage Booster: 관성상단로켓)이 담당했다. IUS로켓에 장착된 갈릴레오호는 우주왕복선에서 분리됐고, 우주왕복선에서 충분히 멀어진 후 IUS로켓의 추진으로 금성을 향해 날아갔다. 목성으로 직접 보내는 발사체 대신 금성까지만 보내는 발사체를 사용한 것이다.

갈릴레오호는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첫번째 중력도움 항법과 지구를 근접비행하는 두번째와 세번째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서 목성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를 얻었다. 더 긴 거리의 항로를 날아가야 했기 때문에 목성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훨씬 더 길었다. 지구에서 목성으로 바로 날아간 파이어니어호나 보이저호가 지구에서 목성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이 1년 6개월에서 1년 11개월 정도 걸렸던 반면, 갈릴레오호가 목성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6년이 넘었다.

갈릴레오호는 목성으로 가는 도중에 소행성 탐사도 수행했다. 두번째의 중력도움 항법을 마치고 화성 너머의 궤도를 돌던 갈릴레오호는 1991년 10월29일 가스프라 소행성(951 Gaspra)에서 1400km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다. 최초의 소행성 근접비행이었다. 세번째 중력도움 항법을 마치고 목성을 향해 가던 갈릴레오호는 1993년 8월28일 이다 소행성(243 Ida)에서 2400km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다. 이때 찍은 사진 분석을 통해 이다 소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인 다크틸(Dactyl)을 발견했다. 1994년 7월에는 슈메이커-레비 혜성(Comet Shoemaker–Levy 9)이 목성에 충돌하는 사진도 찍었다. 갈릴레오호는 발사 후 고출력 메인 안테나를 제대로 펴지 못해 저출력 보조 안테나를 통신에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슈메이커-레비 혜성 혜성의 목성 충돌 사진과 관측 데이터를 지구에서 다 받는 데는 수개월이 걸렸다.[2]

그림 2. 발사에서 목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 진입까지 갈릴레오호의 궤적. 갈릴레오호는 금성을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 1회, 지구를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 2회를 합쳐 총 3회의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서 목성을 향해 날아갔다. 탐사선 궤적 데이터 출처: JPL Horizons System

목성에선 위성 중력을 이용해 비행 궤도 수정

목성을 향해 날아가던 갈릴레오호는 1995년 7월13일 목성에서 약 8200만km 떨어진 곳에 도달했을 때 대기 탐사선을 분리했다. 대기 탐사선은 12월7일 목성 대기에 진입해 하강하면서 대기관측 데이터를 갈릴레오 궤도선으로 보냈다. 갈릴레오 궤도선은 대기 탐사선과의 통신을 마치고 49분 동안의 역추진으로 초속 0.63km를 감속해 목성 주위를 230일에 한 바퀴씩 도는 긴 타원 모양의 공전궤도에 진입했다.[3]

갈릴레오 궤도선은 목성 위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도 여러번 시행했다. 목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기 전에는 목성에서 가장 가까운 위성인 이오(Io)를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목성에 다가가는 방향을 조절하고 속도를 줄였다. 그만큼 목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을 위해 감속해야 하는 속도도 줄었고, 역추진에 사용하는 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3] 이후에도 목성의 주요 위성을 근접비행할 때마다 갈릴레오 궤도선은 중력도움 항법으로 궤도를 수정했다.[4] 궤도 진입 후 임무를 마칠 때까지 약 8년 동안 갈릴레오 궤도선의 비행궤적은 변화무쌍했다. 궤도선의 추진 시스템도 사용했지만, 궤도수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목성의 위성을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이었다.

그림 3. 목성에 다가간 때부터 목성에 충돌할 때까지 갈릴레오 궤도선의 변화무쌍한 궤적. 궤도수정 대부분을 목성 위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이 담당했다. 탐사선 궤적 데이터 출처: JPL Horizons System

우주선 연료로 쓰인 핵폭탄의 원료

목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5배 더 멀리 떨어져 있다. 태양에서 먼 만큼 태양 빛도 목성에서는 더 어둡다. 목성에서의 태양 빛 밝기는 지구에서의 태양 빛 밝기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갈릴레오호가 제작될 당시에는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태양전지(solar cell)의 발전효율도 낮았다. 이 때문에 궤도선이 탐사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태양전지로 만든 태양광 패널(solar panel: 태양전지판)도 생산하기 어려웠다. 갈릴레오 궤도선은 태양과 패널 대신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2대를 탑재했고, 발사 때 기준으로 570W, 목성에 다가갔을 때 기준으로는 493W의 전력을 생산했다. 요즘 게이밍 데스크톱 컴퓨터가 사용하는 전력 수준이다. 목성 대기에 진입해 짧은 시간 동안만 관측활동을 수행한 대기 탐사선은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받았다.

갈릴레오 궤도선에 탑재된 발전기에 사용된 물질은 핵폭탄에도 사용되는 플루토늄이었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에는 플루토늄-239를 사용했고, 갈릴레오 궤도선의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에는 플루토늄-238을 사용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런 핵물질을 탑재한 탐사선이 발사되고 지구 근접비행도 한다는 것 때문에 갈릴레오호 발사를 반대하는 반핵단체의 시위도 있었다.

갈릴레오 궤도선은 대기 관측선을 이용해 목성의 대기 구성성분을 측정했고, 목성 주위를 공전하면서 목성의 자기장과 관련된 측정도 했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Io), 칼리스토(Callisto), 가니메데(Ganymede), 유로파(Europa), 아말테아(Amalthea)도 근접비행하면서 관측했다. 특히 유로파 표면 아래에 소금물의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5] 갈릴레오 궤도선은 목성 궤도에 진입한 지 8년 2개월이 지난 2003년 9월21일 목성에 충돌함으로써 임무를 마무리했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유로파가 오염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갈릴레오호보다 거의 1년 늦은 1990년 10월6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지구 저궤도에 올려진 뒤, 바로 목성을 향해 날아간 율리시스호는 갈릴레오호보다 더 일찍 목성에 다가갔다. 율리시스호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라틴어 번역에서 따왔다. 나사(미 항공우주국)와 유럽우주국(ESA)이 합작한 율리시스호는 질량은 370kg로 파이어니어 10, 11호보다는 큰 질량이지만 보이저 1, 2호보다는 작은 질량이어서 지구에서 바로 목성으로 보낼 수 있는 탐사선이었다. 태양 탐사가 주목적인 율리시스호는 발사 후 1년 4개월만인 1992년 2월8일 목성에 다가가 독특한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했다.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율리시스호가 날아가는 방향을 태양계 행성 공전면에 대해 80.2도 남쪽 방향으로 꺾은 율리시스호는 태양의 북극과 남극을 모두 볼 수 있는 태양 주위의 극궤도(polar orbit)를 돌았다.[6]

그림 4. 갈릴레오호가 찍은 사진들. 위: 가스프라 소행성(왼쪽)과 이다 소행성(오른쪽). 이다 소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인 다크틸(오른쪽 끝)도 갈릴레오호의 사진에서 발견했다. 중간: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는 장면. 아래: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와 유로파. 사진 출처: NASA
그림 5. 태양 탐사선 율리시스호의 궤적. 발사 후 1년4개월만에 목성에 도달한 율리시스호는 목성을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으로 방향과 속도를 변경해 태양의 북극과 남극을 관측할 수 있는 극궤도에 진입했다. 탐사선 궤적 데이터 출처: JPL Horizons System

목성 궤도선 주노와 주스는 왜 태양광 패널을 달았을까 

갈릴레오호 이후의 목성 궤도선으로 미국의 주노호(Juno)와 유럽연합의 주스호(JUICE: JUpiter ICy moons Explorer)가 있다. 발사할 때의 질량이 3625kg으로 갈릴레오호보다 더 무거운 주노호는 2011년 8월5일 애틀러스V(Atlas V)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발사 후 화성보다 조금 더 멀리 가는 타원궤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온 주노호는, 지구를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목성에 다가갔다.[7] 발사 4년 11개월 후인 2016년 7월4일 목성에 가까이 다가간 주노호는 역추진으로 속도를 줄여 목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했다. 주노호를 제작할 당시에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의 원료로 사용되는 플루토늄-238의 품귀현상이 있어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를 탑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태양전지 기술 발전으로 태양광 패널의 발전 효율이 향상되어, 주노호는 목성 탐사선으로서는 처음으로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전력을 생산했다. 넓이가 50㎡였던 주노호의 태양광 패널은 목성에 도달했을 때 486W의 전력을 생산했다. 목성의 이름을 따온 고대 로마신화의 신 유피테르(Jupiter)의 부인인 유노(Juno)에서 주노호의 이름을 따왔다.

주스호는 발사할 때의 질량이 6070kg으로 주노호보다도 더 무겁다. 추진 시스템의 연료 질량이 전체 질량의 반인 약 3000kg이었다.[8] 2023년 4월14일 아리안 5(Arian 5)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지구를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을 3번 시행하고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을 1번 시행해 속도를 높여 8년 후인 2031년 7월 목성에 도달할 예정이다. 주스호에도 태양광 패널이 탑재됐다. 면적이 85㎡인 태양광 패널은 목성에 이르렀을 때 850W의 전력을 생산한다.

그림 6. 목성 궤도선 갈릴레오호(오른쪽 위), 주노호(왼쪽 위), 그리고 주스호(아래). 태양전지 기술이 덜 발달했던 1989년에 발사된 목성 궤도선 갈릴레오호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로 궤도선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했고, 태양전지 기술이 충분히 발달했던 2011년과 2023년에 발사된 목성 궤도선 주노호와 주스호는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했다. 그림 출처: NASA, ESA

카시니-하위헌스호는 어떻게 토성까지 갔나

목성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은 토성에도 갈 수 있다. 목성에서 탐사선 속도를 높이는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하면 된다. 카시니-하위헌스호(Cassini-Huygens)는 금성과 지구, 그리고 목성을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으로 토성에 도달한 후 역추진해 토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한 최초의 토성 궤도선이다.[9] 토성을 근접비행한 파이어니어 11호, 보이저 1, 2호에 이은 4번째 토성 탐사선이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17~18세기 천문학자 조반니 도메니코 카시니(Giovanni Domenico Cassini)와 17세기 네덜란드 과학자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에서 이름을 따온 카시니-하위헌스호는 나사가 제작한 궤도선 카시니호와 유럽우주국이 제작한 타이탄 착륙선 하위헌스호로 구성됐다. 카시니-하위헌스호의 총 질량은 5712kg으로, 목성을 탐사한 갈릴레오호보다 2배 이상 큰 질량이었고, 보이저 2호보다는 8배 정도 컸다. 탐사선 질량 중에서 추진 시스템의 연료와 산화제 질량만 3132kg이었다. 추진시스템은 추력이 442N인 주 엔진 1개와 추력이 1N인 소형 추진체 16개로 구성됐다. 주 엔진의 연료로는 모노메틸하이드라진(CH3NHNH2)을 사용했고, 소형 추진체의 연료로는 하이드라진(N2H2)을 사용했다.

1997년 10월15일 타이탄 IV(Titan IV)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카시니-하위헌스호는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 2번과 지구를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 1번을 시행해 목성에 도달하는 속도를 얻어 목성을 향해 날아갔다. 2000년 12월30일에는 목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토성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로 높여 토성으로 향해 날아갔다. 발사 6년 8개월16일만인 2004년 7월1일 카시니-하위헌스호는 토성 고리를 통과해 토성 상공 1만8000km까지 접근했고, 이때 96분 동안의 역추진으로 초속 0.633km 줄여 148일에 토성을 한 바퀴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했다.[10] 이후 로켓 추진과 타이탄(Titan)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토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를 수정했다. 카시니 궤도선은 타이탄을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을 37번 시행했고, 이를 통해 조절한 속도는 초속 90km에 달한다. 이는 카시니 궤도선에 추진 시스템만으로 낼 수 있는 속도증분인 초속 2.5km의 약 37배에 해당한다.[11]

목성보다 더 먼 토성에서는 태양 빛의 강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약해서 탐사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패널로 얻기 어렵다. 이 때문에 카시니 궤도선에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 3대와 32.7kg의 플루토늄-238이 탑재됐다. 짧은 기간 동안 타이탄에서 탐사활동을 한 하위헌스 착륙선은 카시니 궤도선에서 분리되기 전에 충전한 내장 배터리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았다.

그림 7. 카시니-하위헌스호가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을 2번, 지구를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을 1번, 그리고 목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해 토성에 도달하는 궤적. 탐사선 궤적 데이터 출처: JPL Horizons System, 탐사선 그림 출처: NASA/JPL

2004년 12월 25일 카시니 궤도선에서 분리된 하위헌스 착륙선은 2005년 1월14일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Titan) 표면에 착륙했다. 하지만 지구로 통신을 중계하던 카시니 궤도선과의 통신문제로 하위헌스호가 얻는 데이터의 많은 분량을 잃었다. 카시니 궤도선의 주요 관측 결과로는 토성의 고리 사이에 있는 길이 8km의 위성인 다프니스(Daphnis) 발견과 토성 위성 중 6번째로 큰 엔셀라두스(Enceladus) 표면에서 물질을 내뿜는 것을 관측한 것 등이 있다. 카시니 궤도선은 토성 주위를 294번 돌면서 토성의 위성에 다가가는 근접비행을 총 162번 수행했다.

카시니-하위헌스호는 토성과 토성의 위성을 탐사하면서 45만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고, 수집한 과학 데이터의 총량은 635기가바이트에 이르렀다.[12] 카시니 궤도선은 2017년 9월15일 토성의 대기에 진입해 토성의 내부로 떨어져 임무를 마무리했다.

그림 8. 카시니-하위헌스호가 찍은 토성과 토성의 위성 관측 사진들. 첫째줄: 토성 전경. 둘째줄: 카시니호가 2005년에 발견한 길이 8km의 위성 다프니스. 셋째줄: 카시니호가 찍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 사진(왼쪽)과 하위헌스 착륙선이 타이탄에 착륙해 찍은 타이탄 표면 사진(가운데), 그리고 카시니호가 근접비행하면서 찍은 사진 9개를 이어 붙인 사진(오른쪽). 넷째줄: 토성 위성 중에서 6번째로 큰 엔셀라두스 전경(왼쪽)과 내부 물질을 뿜어내는 부분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오른쪽).
주)

[1] “Galileo Jupiter Arrival”, Press Kit, NASA, (1995) https://www.jpl.nasa.gov/news/press_kits/gllarpk.pdf

“Galileo orbiter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89-084B

[2] “Galileo Observations of Comet Shoemaker-Levy 9 Colliding with Jupiter”, NASA, https://www2.jpl.nasa.gov/galileo/sl9info.html

[3] “Galileo Trajectory Design”, L. A. D’Amario, L. E. Bright, and A. A. Wolf, Space Science Review, 60, 23, (1992)

[4] “Deep Space Craft: An Overview of Interplanetary Flight”, D. Doody, Springer Praxis Books (2009)

“A Gravity Assist Primer - NASA Science”, NASA, https://science.nasa.gov/learn/basics-of-space-flight/primer/

[5] “Galileo - NASA Science”,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galileo/

“Galileo - Jupiter Missions”, NASA, https://www.jpl.nasa.gov/missions/galileo

[6] “Ulysses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90-090B

“PR 29-1995: Ulysses reaches maximum latitude over the Sun's northern pole”, ESA, 1995년 8월 29일, https://sci.esa.int/web/ulysses/-/36863-pr-29-1995-ulysses-s-first-north-polar-pass

[7] “Juno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2011-040A

“Juno (spacecraft)”,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Juno_(spacecraft)

[8] “JUpiter ICy moons Explorer (JUICE)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JUICE

“Jupiter Icy Moons Explorer”,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Jupiter_Icy_Moons_Explorer

“juice”, ESA, https://sci.esa.int/web/juice/-/50069-spacecraft

[9] “Cassini Mission to Saturn”, JPL/NASA, https://smd-cms.nasa.gov/wp-content/uploads/2023/09/cassinifactsheet.pdf

[10] “PDS information - Cassini-Huygens”, NASA, https://pds.nasa.gov/ds-view/pds/viewMissionProfile.jsp?MISSION_NAME=CASSINI-HUYGENS

[11] “Cassini - Navigation - NASA Science”,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cassini/spacecraft/navigation/

[12] “Cassini-Huygens”, NASA, https://science.nasa.gov/mission/cassini/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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