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뜨개는 사랑이다

정우경 화가 2024. 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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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직접 뜨개옷을 만들어 입혀주셨던 기억을 모티브(motive)로 화가 정우경의 뜨개 화풍이 시작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초등학교 5학년 추석 때 엄마와 마루에 앉아 둥근 달을 같이 보며 "엄마 왜 나만 할머니랑 살아요?"라며 물어본 기억이 있다.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긴 겨울밤 졸음을 이겨내며 빨강과 초록의 화려한 실들로 망토, 나팔바지, 모자 등을 손수 뜨개질로 떠서 입혀주시고 작아지면 풀어서 다시 떠서 입혀주셨던 엄마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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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의 원리와 순환 통한
다양한 관계와 경험들이
역사와 인생이 되는 것
정우경 화가

엄마가 직접 뜨개옷을 만들어 입혀주셨던 기억을 모티브(motive)로 화가 정우경의 뜨개 화풍이 시작되었다.

1967년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나는 인삼의 고장 충청남도 금산에서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어머니는 종갓집 장손 며느리로 동분서주 바쁘게 일하느라 연로하신 할머니를 혼자 지내시게 할 수 없어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할머니와 말동무도 하고 잔심부름과 집안일도 거들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초등학교 5학년 추석 때 엄마와 마루에 앉아 둥근 달을 같이 보며 "엄마 왜 나만 할머니랑 살아요?"라며 물어본 기억이 있다. 그 물음에 엄마는 아무런 대답 없이 밤하늘의 달무리만 응시하셨다. 소리 없이 우시는 듯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어머니께 어떤 투정도 하지 못했고 그렇게 철들었다.

엄마는 함께 살지 않았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이란 걸 표현해 주셨다.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긴 겨울밤 졸음을 이겨내며 빨강과 초록의 화려한 실들로 망토, 나팔바지, 모자 등을 손수 뜨개질로 떠서 입혀주시고 작아지면 풀어서 다시 떠서 입혀주셨던 엄마의 사랑이다. 생전의 엄마께서는 "늘 감사하며 순리대로 살거라 그러면 모든 것이 잘 풀리고 감사할 일들이 생긴다"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겨 지금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나는 세상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힘으로서 사랑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작품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 모든 생명체는 태양 에너지로부터 생명을 얻고 각각의 방식으로 다시 그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런 반복되는 순환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숨 쉬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에너지는 모든 생명체의 원동력이며 상호 연결된 관계를 통해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유지된다. 나는 이 에너지원을 어머니 자궁의 양육 환경과 유사한 긍정적이고 무한한 사랑으로 해석한다.

이런 사랑의 에너지를 예술로 승화하고 재해석해 작품으로 구상하고 캔버스에 뜨개 화풍으로 작업하고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라는 주제로 여러 해 동안 작업을 이어가던 중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대지에 충실하라'란 글을 읽게 되었고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산다는 것, 창조의 에너지 원동력은 긍정적인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대지는 내면적인 근본 에너지의 세계라는 생각으로 첫 번째 대지 작품을 준비하고 캔버스에 물감으로 색을 입히고 덧칠하고 또 마르고 덧칠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한 올 한 올 세필로 작업하고 마무리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붓을 잡을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가짐으로 몰입했기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붓을 놓았을 때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감동과 감사함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전율을 느꼈다. 또한 시간과 정성 없이는 좋은 작품도 없다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 당연함을 쉽게 간과하고 넘기기 쉬운 인생의 참된 진리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은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의 과정으로 표현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이렇게 대지 시리즈가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말아라,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더라'라는 말도 있듯 이런 생성의 원리와 순환을 통한 다양한 관계와 경험이 역사가 되고 인생이 된다. 때로는 술술 풀리기도 때로는 엉키고 꼬이면서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내 작품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길 바라며 습관처럼 익숙한 곳에서부터 내 놀이 방식대로 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즐거운 상상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정우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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