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즉·강·끝'과 '대사변' 남북 강경파들의 치킨 게임

정동훈 2024. 1. 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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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육군이 전방 지역인 철원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다음날에는 포병과 기갑부대가 전방 동부와 서부전선에서 일제히 훈련을 했고, 그 다음 날에는 해군이 동서남해 전역에서 해상기동훈련을 했습니다.

동시에 한미 연합 기동훈련도 일주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북한을 겨냥한 대대적인 화력 과시.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힘'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1월 1일)] "대한민국은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북한도 강경 일변도입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사흘간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해안포 사격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포탄은 9.19 군사합의가 해상사격을 금지했던 완충구역에 떨어졌습니다.

군사합의가 파기됐다는 걸, 무력으로 확인한 겁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일의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핵전쟁을 언급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2023년 12월 30일)]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또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며,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고착됐다고 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2023년 12월 30일)]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의 강대강 대치.

하지만 군사적 충돌을 막아온 최소한의 안전판, 9.19 군사합의는, 이제 없습니다.

2024년 한반도는 살얼음판처럼 아슬아슬합니다.

[고영대/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은 정말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로 위기라고 하는 거죠."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스트레이트는 올해 첫 방송에서 강대강 대결로 치닫고 있는 남과 북, 위기로 치닫는 한반도 상황을 점검합니다.

정동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남과 북이 모두 새해 벽두부터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아슬아슬하네요.

한반도에서 정말 전쟁 위기가 커지고 있는 겁니까?

◀ 정동훈 ▶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그나마 충돌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판이었던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 겁니다.

이러다 우발적 충돌이라도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 이휘준 ▶

접경 지역의 주민들은 정말 불안할 것 같은데요?

◀ 정동훈 ▶

네, 그렇습니다.

특히 한반도의 화약고, 서해 북방한계선 지역은 불안감이 정말 커지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접경 지역을 들어가 봤습니다.

◀ VCR ▶

서해 최북단 섬 연평도로 가는 길.

인천에서 배를 타고 145km를 가야 합니다.

연평도는 꽃게잡이철이 끝나면서 한적한 분위기였습니다.

[연평도 어민] "틀 어구 정리하는 거예요. 어구, 어구. 꽃게 잡는 어구."

북방한계선, NLL 북쪽에서 늘 조업하던 중국어선들이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고 합니다.

[박태원/서북5도평화운동본부 상임대표 (연평도 전 어촌계장)] "중국 어선들이 싹 빠져나갔어요. 싫은 중국 어선이라 하더라도 걔네들 있을 때 하고 없을 때 느끼는 압박감은 차이가 있어요. 중국 어선이 들어와서 불법 조업할 시기에는 포를 쏠 수 없기 때문에."

서해 5도 지역.

1999년 1차 연평해전, 2002년 2차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그리고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남과 북의 국지적 충돌 대부분이 발생한, 한반도의 화약고입니다.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한은 이곳의 충돌을 막기 위해, 완충구역을 설정했습니다.

이 구역에서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을 서로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군사합의가 파기되면서, 북한은 연초부터 잇따라, 보란듯이 완충지대로 해안포를 쐈습니다.

우리 군도 K-9 자주포로 맞대응했습니다.

주민들은 긴급히 대피소로 이동했다가, 우리 군의 대응 사격까지 모두 끝난 뒤에야 나올 수 있었습니다.

포 사격이 있었던 어제, 다시 연평도로 들어가 봤습니다.

북한군의 개머리해안 포 진지가 보입니다.

포문이 지금도 남쪽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연평도와 12km 거리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선전 문구가 보일 정도로 가깝습니다.

금요일 상황은 어땠을까요?

[신민혁/연평고등학교 학생] "갑자기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이제 '일단 대피소로 대피를 해라'라는 명령을 받고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는데."

[송영옥/연평도 주민] "100명까지는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몇십 명 거의 꽉 차다시피 했죠, 이 안에. 무서워하고 겁먹는 사람이 있긴 있더라고요."

13년 전인 2010년.

북한은 연평도에 포탄 170여 발을 발사했습니다.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습니다.

건물 320여 채도 부서졌습니다.

[이명재/연평도 문화관광해설사] "이게 불발된 포예요. 추진체에 이제 남은 잔해물이고. 요 앞에 탄두 부분은 터져 나간 거예요. 여기는 이제 큰불 나는 포가 떨어진 거예요. 그래서 이제 지붕이 내려앉을 정도로."

학교에 있던 아이들 30여 명이 대피했던 지하방공호입니다.

방과 후 교사였던 단춘하 씨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단춘하/연평도 주민] "애들한테 '벽 쪽으로 다 붙어' 막 그러고. 막 집이 전등 같은 게 막 흔들리니까 '안 되겠다. 애들 다 나와' 그래서 애들 다 그쪽으로 대피시켰죠."

당시 집 안으로 날아든 포탄 파편은 붉게 녹슬었지만 여전히 날카롭습니다.

지금도 포문이 열렸다는 얘기가 들리면 무섭습니다.

[단춘하/연평도 주민] "'포문 열렸대' 그러면 긴장하는 거예요. 긴장하죠. 그리고 쿵 소리만 나도 '뭐야, 무슨 일이야' 이런 거."

서해5도 주민들만 불안한 건 아닙니다.

임진강을 건너 판문점으로 가는 파주 통일대교.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합니다.

방탄모를 쓰고 있습니다.

신원 확인을 거친 뒤 다리 건너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쪽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9.19 군사합의 파기 이후 군인들 차림부터 달라졌습니다.

[이완배/파주 통일촌 이장] "통일대교 들어올 때 벌써 군인들 철모 쓰고 근무하잖아요."

북한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중화기를 들고 이동하는 북한군을 봤다고도 했습니다.

[정호일/파주 통일촌 주민] "대성동에서 농사를 짓는데 거기 대성동 안에 들어가 보면 지금 북한 애들 초소 새로 만들고 있어요. 만들고 있는 게 보여. 바로 건너에."

취재진 출입은 이 마을까지만 허가가 났습니다.

군은 "안보상황이 엄중하다"며 바로 앞에 보이는 도라전망대 취재는 불허했습니다.

주민들이 도라전망대에서 10년째 해오던 해맞이 행사도 금지했습니다.

[이완배/파주 통일촌 이장] "저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가면 바로 밑에 GP가 있어요. 북측에서 그 앞에다 GP에다가 딱 무기도 갖다 놓고 총을 쏴도 맞을 수 있으니까 여기가 위험하니까 좀 다른 데서 하시라고."

경기도 연천군의 한 마을.

면사무소 앞 콘크리트 바닥이 움푹 패였습니다.

지난 2014년 북한군이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쏜 고사총 탄환이 민가까지 날아와 떨어진 겁니다.

[임재붕/연천군 중면 면장] "총탄은 충분히 날아올 수 있는데. 가까워요. 전단을 그 당시에 많이 날렸으니까."

그동안은 대북전단금지법 덕분에 잠잠했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해 온 한 탈북단체는 "바람 방향이 북쪽으로 바뀌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남북이 한 때 확성기 방송으로 서로 으르렁댔던 경기도 김포의 한 마을.

강 건너 북한 마을이 훤히 보입니다.

주민 2명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북한군 경비초소도 눈에 들어옵니다.

[김은애/애기봉전망대 해설사] "1개 소대, 40명 정도가 저기서 근무하면서 우리를 보고 있는 거죠."

주민들은 2018년 이후 남북이 같이 중단했던 확성기 방송이 다시 시작될까 걱정입니다.

전방부대 관계자는 "방송 지시가 내려오면 언제든 틀 수 있도록 시설 점검은 마쳐놓은 상태"라고 했습니다.

[문경임/김포 조강2리 이장] "빵빵 들리고 무섭더라고요. 조선 무슨 뭐 어쩌고 그냥 그러는데 무서워. 그때는 진짜 무서웠어요."

남북한이 총구를 맞대고 있는 접경지역.

이곳 주민들에게 9.19 군사합의 파기는 실질적인 전쟁 공포입니다.

[황정혜/강화군 교동면 주민] "이스라엘인가 민간인 몇천 명 죽고 있잖아요. 아기들도 죽고. 태어나자마자 죽고. 그거 보니까 아이고, 이거 전쟁 나지 말아야지. 근데 우리나라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내가 내 마음이 그렇다고. 불안해."

◀ 이휘준 ▶

9.19 군사합의가 파기되면서 접경지역 모습이 과거로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동훈 ▶

지금 보신 것처럼 가장 위험한 곳은 서해 북방한계선 지역입니다.

충돌 위험을 막기 위해 설정했던 완충지대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 이휘준 ▶

그럼 연평해전 같은 국지적 충돌이 또 벌어질 위험이 커진 겁니까?

◀ 정동훈 ▶

네, 그렇습니다.

2018년 남북한은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 GP 11개씩을 철거했습니다.

군사분계선 5km 안에서 포 사격과 대규모 기동훈련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5년 만에 합의가 파기되면서, 남북한이 다시 무장하고 있습니다.

◀ VCR ▶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입니다.

지난해 11월 남북한이 잇따라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바로 다음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나무로 된 초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군사합의로 없앴던 감시초소, GP를 복원하고 있는 겁니다.

남한도 GP를 복원하기로 했습니다.

북한 GP가 포니급이라면 우리는 제네시스가 될 거라고 했습니다.

[조태용/당시 국가안보실장 (KBS '일요진단 라이브', 2023년 12월 3일)] "과학화 첨단 장비, 그 다음에 감시 장비를 다 가지고 있는 정말 제네시스 같은 그런 GP를 조만간 저희가 복원할 겁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권총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무장을 풀었던 곳입니다.

군 관계자는 "격투술 훈련만 하다, 최근 권총 사격 훈련을 재개했다"고 했습니다.

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난 직후 체결됐습니다.

남북이 처음으로 맺은 군비 통제 합의입니다.

당시에도 한반도 분위기는 살벌했습니다.

2016년부터 잇따른 북한의 4차,5차,6차 핵실험.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핵탄두를 실어 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발사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일명 죽음의 백조, 전략폭격기 B-1B를 북한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 근방 100km까지 극비리에 출격시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 (2017년 11월 29일)] "꼬마 로켓맨, 그는 병든 강아지입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2018년 1월 1일)]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최종건/당시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야 이러다가 무슨 일 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죠. 정말 바빴어요. 비서관은 비서관대로 어떻게 하면 전쟁을 방지할 수 있느냐."

그러다 남북정상회담과 평양 공동선언이 전격 성사됐습니다.

군사합의는 그 후속 조치였습니다.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최종건/당시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 비핵화하자는 것도 아니고요. 한반도에 지난 70여 년간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었으니 좀 거리를 두고 좀 생각해 보자라는 것이 군사합의의 취지죠."

군사합의 이후 접경 지역의 충돌은 크게 줄었습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237건에 달하던 북한군의 무력 도발은 군사합의 이후 2020년까지 오발 사고 1건뿐입니다.

하지만 군사합의는 남과 북 모두에서 강경파들에겐 불만의 대상이었습니다.

남북관계가 흔들리자, 양쪽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2022년 북한 무인기 영공 침공 사건.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한복판이 무인기에 뚫린 게,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맺은 군사합의 탓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2년 12월 27일)] "북한의 선의와 군사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1일.

북한이 군사용 정찰 위성을 발사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다음날 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했습니다.

북한은 그 다음 날 합의 전면 파기로 맞받았습니다.

정찰 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지만, 군사합의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정찰 위성과 군사합의하고 어떤 연계성이 있는가. 저는 전혀 연계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어차피 윤석열 정부는 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가 한마디로 깰 수 있는 명분만 계속 찾아왔다."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군사합의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2021년 11월 17일)] "상대가 이행을 할 때 우리도 이행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군사합의를 북한이 얼마나 어긴 걸까요?

신원식 국방장관은 북한이 그동안 3,500차례 이상 위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국방백서를 보면, 주요 위반 사례는 17건이라고 나옵니다.

국방장관의 말과 국방백서 내용.

어느 쪽이 맞을까요?

[안규백/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위 국감, 2023년 11월 23일)] "해안포 개방과 북한의 숨 쉬는 소리까지 위반이라고 포함되면 3,500회가 맞겠지요. 이것 전체를 다 과장해서 3,500회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겁니까?"

[신원식/국방부 장관] "아니, 명시화돼 있습니다. 포 덮개를 하게 명시화돼 있습니다."

환기나 청소를 위해 포 덮개를 벗긴 것까지 모두 더해, 3천5백 회라는 논리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효력을 정지한 건 군사합의 1조 3항.

군사분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조항입니다.

국방장관은 군사합의 때문에 북한 장사정포 감시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원식/국방부 장관 (KBS 일요진단 라이브, 2023년 11월 19일)] "사실은 비행금지구역을 통해서 북한을 제대로 전선 지역에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거든요. 정찰 감시 능력을 우리 스스로 족쇄를 찼다는 것이거든요."

정말 군사합의 때문에 감시를 못 했을까요?

군사합의 체결 당시의 군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정찰기들이 뒤로 물러나면서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서 정찰하던 저고도 무인기 송골매로는 장사정포를 볼 수 없게 됐지만, 이북 180km까지 정찰 가능한 중고도 정찰기 백두, 북한 전역을 볼 수 있는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호크로는 여전히 탐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미군 위성이 수집한 정보까지 있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감시 공백이 없다는 겁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신원식 국방장관이 북한이 장사정포, 또는 해안포 포문을 연 것을 다 포함해서 3,600여 회의 군사적인 합의 위반했다고 했습니다. 그 위반했다는 것은 결국 뭐냐 하니까 우리의 최첨단 정찰위성으로 다 보고 있었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반면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서만 볼 수 있는 저고도 정찰기만 보유한 북한은 군사합의 파기로 다시 숨통이 트였습니다.

군사합의로 손해보고 손발이 묶여 있었던 쪽은 오히려 북한이었다는 겁니다.

[황인권/예비역 육군 대장, 전 제2작전사령관] "(비행금지구역이 설정으로) 우리의 시력은 한 1.4 정도가 되지만 북한은 결과적으로 0.01 정도로 뚝 떨어지니까. 그러니까 북한은 오히려 그러한 감시 능력이나 또는 거기에 따른 어떤 표적 관리 이런 것에 대해서 북한은 전혀 못한 거죠."

군사합의 파기와 관련해 미국은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로이드 오스틴/미국 국방부 장관 (2023년 11월 13일)] "이 사안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의견을 나눴습니다.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 나갈 건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동의를 했더라면 '한국을 지지한다, 9·19에 대해 지지한다'고 그랬을 텐데 이것은 곤란하지만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미 논의 과정을 잘 아는 인사는 "한국이 합의를 전부 파기하겠다고 하자 오스틴 장관이 반대했고,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하는 선에서 정리됐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방부는 "한미 간 논의 내용은 비공개 사안이라"며, 미국은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이라고 우리 정부 조치에 지지를 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군사합의 파기를 전후해, 국방장관은 '즉강끝' 방침을 일선 부대에 내렸습니다.

[신원식/국방부 장관 (2023년 10월 9일)] "즉각 응징하라, 강하게 응징하라, 끝까지 응징하라. 이 세 가지 원칙을 절대 잊지 마라."

유사시 오해를 풀 수 있는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은 276일째 끊겨 있습니다.

우발적 충돌 위험은 물론,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도 커진 겁니다.

대화가 사라진 남과 북.

그 자리를 양쪽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채우면서, 전쟁 위험은 더 커졌습니다.

[테렌스 로리그/미국 해전대학 교수] "병력을 더 전방으로 배치하면서 접경지역에서 또다시 우발적 사고나 오판이 발생할 위험성이 잠재적으로 높아질 겁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군사적 긴장은 높아 가는데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채널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군사적 긴장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인 거예요."

◀ 이휘준 ▶

이쯤 되면 군사합의 파기가 정말 누구를 위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정동훈 ▶

윤석열 대통령은 '압도적 힘'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합의는 가짜 평화이고, 진짜 평화는 압도적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논리입니다.

◀ 이휘준 ▶

압도적 군사력을 강조하는 걸 보니까 무기 도입도 많이 늘어나겠군요.

◀ 정동훈 ▶

이미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한국형 3축 체계 무기를 도입하는 데에만, 앞으로 5년 동안 41조 원을 쓰기로 했습니다.

◀ 이휘준 ▶

41조 원이요?

안 그래도 지금 정부 세수가 구멍 나서 걱정이잖아요.

어떤 무기들입니까?

◀ 정동훈 ▶

대부분 공격 무기들입니다.

육해공군이 경쟁적으로 무기 도입에 나서고 있는데, 정말 꼭 필요한 데 돈을 쓰고 있는 건지, 걱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 VCR ▶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지난해 10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시가행진에 참석했습니다.

군은 최신 전략무기인 탄도미사일 '현무', 요격 미사일 'L-SAM'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등장한 무기들은,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무기들입니다.

3축 체계.

윤석열 정부가 북한 핵을 막겠다며 최우선 국방과제로 삼은 무기 체계입니다.

1축은 선제타격.

위성이나 정찰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미리 파악해 타격하는 킬체인입니다.

2축은 요격.

북한이 쏜 미사일을 공중에서 미사일로 요격하는 미사일방어체계입니다.

3축은 보복.

1축, 2축으로도 못 막아 공격당하면 엄청난 화력으로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는 대량응징보복입니다.

이런 선제 타격 중심의 3축 체계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선제공격이라는 국제법 위반의 부담이 당연히 따르는 것이고요. 만약에 오인을 해서 발사하는 징후로 우리가 판단을 하게 되면 우리가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것이 되고 이건 불가피하게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3축 체계에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윤석열 정부가 밝힌 향후 5년 국방비 총 규모는 349조 원.

연평균 7%씩 늘어납니다.

정부 전체 지출 증가율이 3%니까 두 배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3축 체계 구축에 들어가는 돈만 41조 원이나 됩니다.

전체 무기 예산의 3분의 1이 3축 체계에 들어갑니다.

군은 이때다 하고 경쟁적으로 무기 도입을 대거 늘리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새로 도입하는 3축 무기만 14종.

지하 100미터 벙커를 파괴하는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 5, 자폭드론, EMP탄, 한국형 아이언돔, 이른바 '참수부대' 침투를 위한 대형 기동헬기입니다.

공군은 4조 원을 들여 F-35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추가로 사들입니다.

해군도 해상 기반 3축 체계를 별도로 구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대부분 공격용 무기들입니다.

윤 대통령은 3축 무기만 따로 운용하는 전략사령부 창설도 지시했습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파괴력을 계속 향상시키다 보면 실제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우리 전쟁 목표를 초월한 파괴, 그걸 넘어서는 파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됐을 때 상대방도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한다고 가정이 되면 이 전쟁은 이제 이겨도 지는 전쟁입니다. 따라서 이거를 이런 어떤 전쟁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국방의 목표가 될 수가 없고."

대화와 외교 대신, 힘으로 북한 핵을 막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치러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전쟁 위험은 오히려 커집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대폭 늘었습니다.

이때마다, 북한은 무력시위로 맞섰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횟수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급증했습니다.

재작년 34차례, 지난해는 18차례 쐈습니다.

강경책이 강경책을 낳는 악순환입니다.

[고영대/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 "힘에 의한 정책. 그리고 그런 선제공격 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한은 북도 그에 맞서서 똑같이 힘에 의한 정책. 선제공격 전략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핵 대결은 더욱더 격화될 것이고 북이 항복하고 나오기만을 지금 기다리고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압도적이지만, 전쟁이 터지자 이스라엘도 8천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외교가 실패하면, 압도적 힘도 큰 도움이 안 되는 셈입니다.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힘에 의한 평화만으로는 완벽한 평화, 안전한 평화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지금 이스라엘 전비가 1년 총생산을 그냥 넘어가고 있다는 정도 아닙니까? 이기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늘 말하지만 한반도는 전장이 좁아서 이기는 쪽도 다 부서진단 말이에요."

남북한 모두에 존재하는 군부 강경파들에게 군사합의 파기는 예산과 조직을 키우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결국은 국가 안보보다도 정권 안보라는 이러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고 이것이 시기상으로 봤을 때 내년 4월 총선에 활용하려는 그러한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고 생각되고."

◀ 이휘준 ▶

압도적 힘으로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건데, 정말 꼭 필요한 돈을 쓰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정동훈 ▶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힘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만 보더라도, 이스라엘군이 63만, 하마스는 3만에 불과합니다.

압도적 전력을 갖고 있지만, 대화 없이 힘만으로는 평화를 지켜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 이휘준 ▶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외교를 안 하는 건 아니잖아요?

◀ 정동훈 ▶

외교를 안 하는 건 아니죠.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실리를 제대로 챙기고 있는 건지, 걱정이 큽니다.

외교에서도 꽤 큰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 VRC ▶

핵폭탄 투하가 가능한 미군 전략폭격기 B-52H.

하늘의 요새로 불리는 전폭기가 사상 처음 한국 땅에 착륙했습니다.

핵미사일 20기를 탑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전략 핵잠수함 '켄터키함'도 한반도에 입항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핵을 막겠다며, 미국의 전략 핵 자산들을 한반도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일본과도 군사적으로 밀착하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독도 인근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과 합동 군사 훈련을 했습니다.

일본 전투기와 합동 공중 훈련도 건군 이래 처음 실시했습니다.

한미일 세 나라는 지난해 말, 하늘과 바다에서 모두 12차례 함께 훈련했습니다.

군사대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은 반기고 있습니다.

[홍 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해외 파병, 해외 작전 그다음에 적을 상정한 공격 능력 이것까지 모든 것을 사실상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허용을 하는 그리고 미국이 그것을 사실상 보장해 주는, 일본에는 최대의 특혜, 그러니까 미국보다도 더 특혜를 얻게 된 상황이 된 거죠."

한국이 일본과 군사적으로 밀착하면서 내주는 건 없을까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용인했고,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역시, 사실상 일본의 책임을 없애주려 하고 있습니다.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 (강제징용 해법 브리핑, 2023년 3월 6일)] "일본과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지역과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미국도 한미일 3국 협력을 반기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윤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것을 두고 미국 외교의 꿈이 실현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뭉친 안보협의체 쿼드에 미국, 영국, 호주의 오커스, 그리고 한미일 군사협력까지 얻으면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은 완성체가 됩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우리는 북한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러지만 이 한미일 동맹이라는 수단은 북한을 넘어서서 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다시 말하면 중국을 배제하고 견제하는 전략으로 가게 돼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가치외교'를 내세워, 미국 일본과 밀착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한국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2022년 10월 27일)] "한러 양국 관계는 파탄 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북한과 핵 분야 협력을 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입니까? 한국은 기분 좋을까요?"

[장무후이/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현재 한국 정부는 어느 측면에서는 맹목적이고 과도하게 가치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에 대해 한국이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 "통상 국가인 한국에 우리의 통상의 기본적인 재료를 제공하는 국가와 충돌은 한국의 경제적 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돼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강경 일변도 '가치 외교'가 지속 될 수 있을까요?

당장 올해 말 미국 대선이 변수입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어떻게 될까요?

[앤드류 여/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트럼프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대신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윤 대통령에게 성가신 문제가 될 수 있고 미국과 한국 사이에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 핵을 막겠다며 힘의 논리를 선택한 윤석열 대통령.

그러는 사이 외교의 문은 좁아지고 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 (2023년 10월 18일] "억지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외교가 수반돼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외교의 필요성이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그 외교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고 매우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전쟁을 연구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기 힘만 믿고 상대방을 그냥 압도하고 굴복시키려는 장군이나 지휘관을 가장 무능한 지휘관, 무능한 지도자로 봤다는 거예요. 외교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안보를 달성할 수 있으면 그게 그만이지. 오로지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만 평화를 달성한다는 건 외골수거든요. 굉장히 위험한 사고 방식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충돌 지점이 한반도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은 멀리서 하나의 방패를 세워놓은 거고 일본도 방패를 세워놨으니까 우리가 제일 희생되는 거죠. 모든 긴장과 전쟁이 나든 전쟁이 안 나든 전쟁터는 우리가 되는 거잖아요. 손해가 많은 거죠."

◀ 이휘준 ▶

평화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까요?

2024년, 제발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없는 진짜 평화가 뿌리내리길 바라봅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정동훈 기자(jd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560148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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