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최초' 코스트코 입점…들썩이는 '백제 왕도' 익산

김혜지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2024. 1. 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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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전 기회" 주민 환영…상권 "타격 없을 것"
대형마트업계 "매출 영향" 긴장…교통난 우려도
7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 코스트코 입점 예정 부지.2024.1.7./뉴스1 김혜지 기자

(익산=뉴스1) 김혜지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 "코스트코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민 모두 기대가 큽니다. 전북뿐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익산을 많이 찾을 텐데 이 기회에 익산이 더 발전하면 좋겠네요."

7일 오후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서 만난 주민 임모씨(70대)가 드넓은 대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이른바 미국 '유통 공룡'이라 불리는 코스트코가 호남 지역 최초로 들어설 부지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익산에 미륵사지와 보석에 이어 명물이 또 하나 생기는 셈이다.

코스트코 매장이 들어설 왕궁면 일대는 백제왕궁박물관과 왕궁리5층석탑이 있는 왕궁리 유적단지를 비롯해 왕궁보석단지테마파크, 익산 식품클러스터 단지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주에서 차로 20~30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이날 찾은 코스트코 입점 부지는 허허벌판이었다. 부지 주변은 현재까지 대체로 한적했다. 인근에는 지난해 신축한 674세대 규모 아파트와 소규모 상가들만 눈에 띄었다.

30일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준공식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서탑(왼쪽)과 동탑을 사람들이 보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1999년 보수를 시작해 준공식을 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2019.4.30/뉴스1 ⓒ News1

왕궁면 주민들은 코스트코 입점 소식에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주민 김모씨(45)는 "코스트코가 들어오면 익산 경제에 훈풍이 부는 거니 두말할 필요 없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주민 박모씨(68)도 "대도시에만 있는 코스트코가 익산에 생긴다니 환영할 일"이라며 "작년에 들어온다고 했다가 무산돼 아쉬웠는데 이번엔 잘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왕궁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이곳은 도심에서 떨어진 조용한 동네"라며 "코스트코가 생기면 유동 인구가 많아져 덩달아 식당 매출도 오르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역 상권에서는 "코스트코가 들어오더라도 매출에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왕궁면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B씨는 "코스트코는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손님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동네 소규모 마트와는 타깃층이 다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25일 오전 대전 중구 오류동 코스트코 대전점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0.2.2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코스트코 측은 왕궁면 일대 약 5만㎡(1만 5000평) 부지에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매장 건설을 위한 기반 공사를 시작,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라고 익산시는 전했다.

부지 내에는 800대 규모 주차장과 주유소 등이 들어선다. 코스트코는 미국계 창고형 대형 할인점으로 식료품·사무용품·가전제품·의류 등 각종 제품을 일반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매장은 회원증을 발급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연회비는 사업자 3만3000원, 개인 3만8500원~8만원이다. 코스트코 이용자 사이에선 "연회비를 내더라도 그만큼 합리적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득"이라는 인식이 있다.

국내에 코스트코 매장은 총 18개다. 대부분 수도권에 모여 있고, 대전·충남 지역까지 입점했으나 제주·호남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제주에선 오는 2026년 개점을 목표로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간 전북도민은 코스트코 매장을 이용하기 위해 1시간20분가량 떨어진 대전이나 세종을 오갔다. 익산에 매장이 들어서면 전북뿐 아니라 광주·전남 주민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전북에서는 5~6년 전 전주 송천동 에코시티 개발 시기에 코스트코 입점설이 돌았다. 하지만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소상공인 보호 등을 이유로 입점을 반대해 무산됐다. 이후 완주 등 도내 다른 시·군에서도 코스트코 입점에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익산시는 지난 2022년 코스트코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애초 ㈜코스트코 코리아 측은 왕궁물류단지 입점을 추진했지만, 사업 대행 업체인 왕궁물류단지㈜의 서류 미비 등으로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이듬해 1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3일 시청 상황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3./뉴스1 김혜지 기자

하지만 정헌율 익산시장은 포기하지 않고 코스트코 측에 대체 부지를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도 익산을 방문, 부지를 물색하다 왕궁면 일대를 호남 최초 코스트코 입점 부지로 낙점했다.

우여곡절 끝에 코스트코와 토지주 측은 지난해 6월 코스트코 개발 사업과 관련한 상호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후 토지주 측은 지난달 27일 도시관리 계획(지구단위계획 구역 및 계획) 변경 입안 제안서를 익산시에 제출했다. 행정 절차의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시는 해당 제안서를 검토한 뒤 주민 의견 수렴과 도로·경관·교통 등 공동위원회(도시계획) 심의 등을 거쳐 대규모 점포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데에는 3~4개월가량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스트코 입점 소식에 전북 지역 다른 대형마트들은 고객을 뺏길까 경계하는 눈치다.

전북에는 전주·익산·군산·남원·김제 등에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이 입점해 있다. 앞서 대전·광주 등에 생긴 대형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 때문에 도내 대형마트 매출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전주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광주와 대전에 신세계 백화점과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등이 생겼을 때 고객 상당수가 그쪽으로 많이 넘어갔다"며 "여기에 익산에 코스트코까지 문을 열면, 같은 대형마트로서 긴장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코스트코 매장이 들어서면 왕궁면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왕궁파출소 관계자는 "코스트코 부지 앞 도로는 익산 IC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라며 "매장이 개장하면 통행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텐데 익산경찰서 지원을 받아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산시는 추후 코스트코 측과 맺을 상생 협약에 △지역민 우선 채용 △지역 우수 제품 입점 △지역 사회 공헌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익산은 지역 여론이 우호적이어서 코스트코 측도 망설임 없이 입점을 결정한 것 같다"며 "어렵게 성사된 사업인 만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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