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없어도 다이어 안 쓴다, 센터백 또 다쳤는데 '무조건 판매'... 토트넘 10년 생활→초라한 결말 '뮌헨 이적 눈앞'

이원희 기자 2024. 1. 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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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이원희 기자]
에릭 다이어(가운데). /AFPBBNews=뉴스1
에릭 다이어. /AFPBBNews=뉴스1
잉글랜드 토트넘이 무조건 센터백 에릭 다이어(30)를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센터백 줄부상에도 다이어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더 부트룸은 6일(한국시간) "토트넘이 부상 타격을 입었음에도 안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다이어를 판매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전날(5일) 유럽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다이어의 바이에른 뮌헨(독일) 이적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뮌헨 소식을 주로 다루는 독일 기자 플로리안 플라텐버그 역시 같은 소식을 전했다. 플라텐버그는 SNS에 "뮌헨과 다이어는 이적과 관련해 구두합의를 마쳤다. 완전 이적 가능성도 있다"며 "오피셜이 난 것은 아니지만,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빠르게 새 영입을 이루고 싶어한다. 다이어는 지난 해 여름이적시장에서도 뮌헨의 관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토트넘은 다이어를 쉽게 놓아줄 전망이다. 다이어는 토트넘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뒤 자리를 잃었다. 올 시즌 리그 4경기에 출전했고 선발 출장은 딱 한 번뿐이었다. 이것도 토트넘 수비진 줄부상과 주전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출장정지징계를 받아 어렵게 얻은 기회였다. 지난 시즌만 해도 다이어는 리그 33경기에 나섰다. '별들의 무대' 유럽챔피언스리그 7경기도 뛰었다. 하지만 올 시즌 후보 신세로 밀렸다.

심지어 토트넘은 센터백 옵션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다이어를 쓰는 대신 풀백 에메르송 로얄을 중앙 수비수로 내세웠다. 이날 열린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3라운드 번리전에서도 벤 데이비스와 에메르송이 주전 센터백 호흡을 맞췄다. 에메르송과 데이비스는 지난 달 31일 본머스전에서도 선발로 나섰다. 이 경기에서 다이어는 벤치 명단에 있었다가 후반 38분 교체로 겨우 출전했다. 다이어는 번리전에 뛰지도 못했다. 벤치 명단에도 없었다. 잉글랜드 대표팀까지 경험한 다이어이기에 상당히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번리전에서는 데이비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햄스트링 부상의 경우 한 달 정도 경기에 뛰지 못해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엄청난 악재. 가뜩이나 센터백 옵션이 없는 상황에서 데이비스까지 다쳤다. 다이어 이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무조건 다이어를 이적시키겠다고 밝혔다.

벤 데이비스. /AFPBBNews=뉴스1
벤 데이비스(오른쪽). /AFPBBNews=뉴스1
매체는 "토트넘에 다이어의 미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보다 데이비스, 에메르송 같은 선수들을 선호했다. 이는 다이어의 위치가 어떤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스가 다쳤지만, 토트넘은 네덜란드 센터백 미키 반더벤이 장기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반더벤은 번리전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컨디션이 경기에 뛸 만큼 올라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해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반더벤은 지난 해 11월 첼시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한 달 넘게 재활에 집중한 끝에 복귀전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비스의 부상에도 반더벤이 복귀해 토트넘에 큰 타격은 없는 셈이다. 다이어를 쿨하게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반더벤은 지난 여름 볼프스부르크(독일)를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토트넘은 수비진 개선에 적극적이었고, 2500만 파운드(약 410억 원) 거금을 주고 반더벤을 영입했다. 첫 시즌부터 반더벤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그 11경기에 출전했고 경기당 평균 태클 1.6회, 걷어내기 2.9회 등을 기록했다. 패스성공률은 94.6%나 됐다.

반더벤은 토트넘 수비진의 '터줏대감' 다이어를 밀어내고 주전 센터백을 차지했다. 반더벤이 들어오면서 토트넘 수비가 확 달라졌다. 지난 시즌 크리스티안 로메로-다이어 주전 센터백 체제에서 토트넘은 리그 38경기에서 63실점을 기록했다. 리그 20개 팀 가운데 4번째로 많은 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로메로와 반더벤이 센터백을 책임지고 있다. 파트너가 달라졌을 뿐인데 토트넘 수비가 탄탄해졌다. 리그 20경기에서 29실점을 기록했다. 리그 최소 실점 공동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반더벤이 있었을 때는 수비가 더 탄탄했다.

덕분에 토트넘은 12승3무5패(승점 39)로 리그 5위에 위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리그 선두 리버풀(13승6무1패·승점 45)과 격차도 크지 않다.

'캡틴' 손흥민과도 환상 케미를 과시했다. 특히 지난 해 11월에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두 선수 모두 특급 활약을 펼쳤다. 당시 반더벤은 태클 2회, 걷어내기 4회, 패스성공률 99%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후반 21분 팀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쐐기골을 뽑아냈다.

경기 후 손흥민과 반더벤은 어깨동무하고 끌어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스포츠전문 더 보이 핫스퍼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손흥민과 반더벤은 승리를 축하했다. 구단 분위기나 선수들 간의 유대감은 우리가 오랫동안 본 것 중 가장 최고인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미키 반더벤(왼쪽) 부상 장면. /AFPBBNews=뉴스1
번리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미키 반더벤(가운데). /사진=토트넘 SNS
사실 다이어도 반더벤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뒤 출전시간을 위해 새로운 이적 팀을 찾아 나섰다. 이 가운데 뮌헨이 영입에 관심을 드러냈다.

잉글랜드 국적의 다이어는 다른 잉글랜드 선수들과 달리 특이하게도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 출신이다. 부모님 사업 문제로 어린 시절, 그의 나이 7살 때 포르투갈로 건너갔고, 새로운 나라에서 축구선수 꿈을 키웠다. 스포르팅은 포르투갈 레전드 루이스 피구,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수많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배출한 팀이다. 다이어가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것은 2014년이다. 10년간 활약했으나 이별이 가까워졌다. 초라한 결말이다.

다이어 입장에선 뮌헨은 좋은 선택지다. 뮌헨은 독일 최강팀이기에 우승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다이어도 해외리그에서 뛰는 것에 긍정적이다. 앞서 다이어는 "2~3년 후 내가 어디에서 뛸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나는 아직 어리고 시간이 많이 있다. 서두르지 않겠지만 언젠간 다시 해외에서 뛸 것 같다. 나는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경험하는 것을 즐긴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처럼 다른 축구를 즐기길 기대한다"고 현지 매체와 인터뷰해 화제가 됐다.

안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사진=토트넘 SNS
에릭 다이어(가운데). /AFPBBNews=뉴스1
토트넘에서 푸대접을 받았지만, 뮌헨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올 시즌 뮌헨은 센터백 다욧 우파메카노, 마타이스 데리흐트가 잦은 부상을 당해 고전에 빠졌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만이 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김민재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해 한 달 정도 소속팀 일정에 결장할 예정이다. 뮌헨은 새로운 센터백이 필요하다.

특히 다이어는 수비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영국 더하드태클은 "다이어는 센터백과 측면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하다. 그는 뮌헨과 투헬 감독에게 중요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뮌헨 스쿼드의 깊이를 더하는 측면에서도 이상적인 영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뮌헨은 센터백뿐 아니라 포백을 보호할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다이어를 영입한다면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독일 FCB인사이더도 "다이어의 장점은 센터백과 측면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이어는 뮌헨 공격수 해리 케인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고 기대했다. 잉글랜드 공격수 케인은 토트넘의 간판 스트라이커였다. 그러나 지난 여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뮌헨 유니폼을 입었다. 뮌헨에서도 폭풍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이어의 새로운 팀 적응을 도울 수 있다. 케인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이적료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FCB인사이드에 따르면 다이어의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70억 원) 정도다. 다이어의 몸값은 1200만 유로(약 170억 원)로 평가받는데, 이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 내고도 다이어를 영입하는 것이다. 다이어가 토트넘에서 자리를 잃은 것도 있고, 다이어의 계약기간은 오는 6월이면 만료된다.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이적료도 떨어졌다.

뮌헨 외에도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 AS로마(이탈리아) 등이 다이어 영입에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은 다이어의 친정팀이다. 유스 생활을 거쳐 이곳에서 프로 무대까지 밟았다. 스포르팅을 떠났지만, 다이어의 친정팀 사랑은 여전하다. 휴가기간에는 스포르팅을 방문해 어린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곳에서 다이어는 폭풍 성장했다. 스포르팅 각 연령대 팀에서 주장 역할을 맡으며 리더십까지 발휘했다. 지난 시즌 다이어는 영국 디애슬레틱를 통해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부터 팀 코치까지 스포르팅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나는 항상 스포르팅과 함께 할 것이다. 모든 이 클럽 덕분"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로마는 토트넘을 맡았던 '은사' 조세 무리뉴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무리뉴 체제에서 다이어는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다이어의 선택은 뮌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뮌헨으로 이적할 경우 다른 이적팀보다 주전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도전을 택했다.

팀 동료 히샬리송과 인사하는 에릭 다이어(왼쪽). /AFPBBNews=뉴스1
김민재. /사진=김민재 SNS
다이어가 뮌헨으로 이적한다면, 대한민국 수비수 김민재와도 호흡을 맞춘다. 토트넘에서는 '캡틴' 손흥민과 함께 뛴 다이어지만, 뮌헨에서는 김민재의 동료가 된다. 지난 시즌 전 소속팀 나폴리(이탈리아)의 세리에A 우승을 이끈 김민재는 지난 해 여름 뮌헨 이적에 성공했다. 이적 첫 시즌부터 철벽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마타이스 데리흐트, 다욧 우파메카노 등 월드클래스 센터백들과 경쟁에서도 승리해 주전 멤버로 활약 중이다. 덕분에 뮌헨은 12승2무1패(승점 38)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줄부상 악재 속에서도 김민재의 활약을 앞세워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팬들의 사랑도 독차지했다. 김민재는 6일 발표된 분데스리가 전반기 베스트11에 선정됐다. 팬들이 투표로 뽑은 것이고 베테랑 센터백 마츠 훔멜스(도르트문트)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유럽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뮌헨도 조별리그 A조 1위를 거머쥐며 16강에 진출했다.

상복도 터졌다. 김민재는 2023년 한 해 동안 세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에서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수비수 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아시아 수비수가 발롱도르 후보에 들어간 건 김민재가 최초였다. 김민재의 발롱도르 22위는 역대 아시아 선수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손흥민이 2022년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인 11위를 차지했다. 또 손흥민은 2019년에도 22위에 오른 바 있다.

이를 비롯해 김민재는 아시아 축구연맹(AFC)이 선정하는 '올해의 국제선수상', 2023 대한축구협회(KFA) 남자선수 부문 '올해의 선수' 영광도 품에 안았다.

영국 더 가디언은 지난 달 2023년 베스트 플레이어 톱100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한국 선수가 둘이나 들어갔다. 공격수 손흥민은 24위, 김민재는 37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발롱도르 출신'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25위), 유럽 트레블 주역 존 스톤스(맨체스터 시티·26위),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27위)보다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토트넘 선수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순위였다. '새로운 파트너' 제임스 매디슨이 77위,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88위에 자리했다.

김민재도 37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센터백 포지션만 놓고 봤을 때는 3위였다. 맨시티 듀오 후벵 디아스(21위), 존 스톤스(26위) 다음으로 순위가 높았다. 심지어 김민재는 최고 센터백으로 평가받는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44위)도 앞섰다. 김민재보다 순위가 좋은 뮌헨 동료는 해리 케인(4위), 자말 무시알라(20위) 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나폴리(이탈리아)에서 함께 뛰었던 빅터 오시멘(9위), 흐비챠 크바라츠헬리아(12위)도 포함돼 영광을 함께 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가운데). /AFPBBNews=뉴스1
에릭 다이어(왼쪽). /AFPBBNews=뉴스1

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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