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견·엑스레이 없이도 마약 소지자만 '쏙쏙'… "무기는 데이터"

이환직 2024. 1.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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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건에 40.6㎏'.

인천공항본부세관 여행자 정보분석과 백종성(52) 주무관이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1개월간 적발한 마약 밀반입 건수와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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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세관 여행자 정보분석과 백종성 주무관
각종 데이터 분석, 우범 여행자 선별해 정밀 검사
'국경 마약 파수꾼', 2023년 '올해의 세관인' 선정
지난해 '올해의 인천공항세관인'에 선정된 인천공항본부세관 여행자정보분석과 백종성 주무관이 3일 청사에서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제공

'43건에 40.6㎏'.

인천공항본부세관 여행자 정보분석과 백종성(52) 주무관이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1개월간 적발한 마약 밀반입 건수와 분량이다. 한 달 평균 4건 가까이를 잡아낸 것이다. 그가 적발한 마약은 10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코카인, DMA(엑스터시)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마약 단속 최전선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백 주무관의 무기는 엑스레이(X-ray) 검색기나 마약 탐지견이 아닌 '데이터'다. 공항세관에서 그가 맡고 있는 정확한 업무는 '여행자 정보분석 업무 총괄'이다. 언뜻 보면 마약 단속과 관련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우범 여행자를 선별하고 정밀 검사를 하는 일이야말로 마약 단속의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여행자가 주요 마약 밀수 경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백 주무관은 4일 "국내에서 적발되는 마약의 90%가 관세에서, 또 관세 적발의 90%가 인천공항에서 각각 적발된다"며 "마약 밀수 경로는 국제우편-특송화물-여행자 순으로 많은데, 모든 화물을 엑스레이로 검사하고 주소나 개인통관부호 등을 기입하는 우편·특송과 달리 여행자는 적발이 쉽지 않아 가장 고난도 업무로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마약 밀수는 국제우편·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방식에서 여행자를 이용한 대면 방식으로 점차 전환되는 추세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마약 밀수 경로 비중은 건수 기준으로 국제우편 46%, 특송화물 28%, 여행자 25%, 일반화물 1% 순이다. 전년 동기 대비 여행자는 103%가 늘어난 반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은 각각 34%, 9%가 줄었다.

백 주무관은 여행자정보 사전 분석 제도 등을 활용해 무기인 데이터를 확보한다. 항공사로부터 승객 명부와 항공권 예약 정보 등을 넘겨받아 분석하는 여행자정보 사전 분석 제도는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계기로 도입됐다.

그는 "관계기관 등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정보를 최대한 침해하지 않으면서 여행 경로와 패턴, 예약 시점, 전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마약 우범자를 선별한다"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동료들과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AI) 우범 여행자 선별 프로그램도 활용하고 있는데, 워낙 민감한 정보가 많아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요구해도 데이터를 넘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올해의 인천공항세관인'에 선정된 그는 최근 사회초년생 등이 수백만 원의 운반비 유혹에 빠져 마약 밀반입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백 주무관은 "20대 남성들이 클럽에서 만난 이들로부터 300만~500만 원을 준다는 꼬임에 빠져 태국에서 많은 양의 케타민 등 마약을 들여오다가 적발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마약은 해서도 안 되고 범죄에 가담하는 것도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백종성 주무관이 3일 청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제공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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