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多행복] ‘북적북적 5남매’ 엄마 신한미 판사 “행운을 낳고 웃음꽃도 다섯 배”

조연우 기자 2024. 1.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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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다 보니 10년간 출산 반복…법조계 ‘자식 부자’
맞벌이 워킹맘, 주변 도움으로 공직 생활 유지
바쁠 땐 ‘서울대 교육학과’ 둘째 딸이 동생들 돌봐
가족 외출 시 ‘결합가정’, ‘친척 애들’ 오해받기도

두 자녀만 낳아도 ‘애국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신한미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슬하에 3남 2녀를 둔 법조계의 다둥이 엄마다. 신한미 판사는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를 하다 만난 남편 강인구 법무법인 남명 변호사와 1997년도에 결혼해 같은 기수로 연수원에 들어가 신혼을 보냈다.

다섯 자녀를 둔 신한미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연우 기자

현재 신한미 판사는 3남 2녀를 맞벌이로 키우면서 지난 27년간 공직 생활을 유지한 ‘워킹맘’이다. 법조계에서는 ‘자식 부자’, ‘다둥이 엄마’로 유명하다. 많은 아이를 낳아 북적북적 행복하게 사는 건 4대 독자인 남편과 남동생 한 명밖에 없던 신한미 판사의 오랜 바람이었다. 어린 시절, 부부 둘 다 주변에 형제 많은 친구를 부러워하며 자라 다자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한다.

신 판사는 연수원 시절 첫째 강현모(25)를 시작으로 둘째 강지우(23), 셋째 강예모(20), 넷째 강지예(17), 다섯째 강윤모(15)를 차례로 낳았다. 신 판사는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같은 반에 자녀가 다섯인 엄마가 있어서 신기했는데, 저도 어느새 다섯 자녀를 둔 엄마가 됐다”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다섯째까지 낳을 줄 몰랐다”고 했다. 그가 일곱 식구와 함께 외출하는 날이면 결합가정이나 친척 아이들로 오해받은 적도 여러번 있었다고 했다.

2020년도에 촬영한 신한미 판사, 강인구 변호사 부부 가족사진./ 신한미 판사 제공

조선비즈는 지난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신한미 판사를 만나 신혼이었던 연수원 시절부터 현재 다둥이 엄마로 사는 삶, 출산을 꺼리는 청년들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가족 소개 부탁드린다.

“1995년 고시촌 스터디모임에서 남편 강인구 변호사를 만나 사법시험에 동시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29기생 시절 결혼했다. 결혼하고 바로 첫째가 생겨서 출산이 임박했던 연수원 마지막 시험 날에는 교실 뒤편에 누울 수 있는 벤치에서 시험지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10년간 딸 둘, 아들 둘을 낳아 다둥이 엄마가 됐다.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커서 첫째, 둘째, 셋째는 대학교에 진학했고 넷째, 다섯째는 아직 중고등학생이다.”

─계획된 출산이었는지.

“남편이 4대 독자인 데다 저마저도 남동생이 5대 독자여서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지만 다섯까지 낳을 계획은 없었다. 넷째와 다섯째는 우리 가족에게 우연히 행운이 찾아온 거로 생각한다.”

─힘든 부분도 있었겠지만, 다둥이 가족만의 행복이나 장점이 있는지.

“첫 번째는 다양성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아이들 관심사나 성격이 각각 너무 달라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참 많다. 예컨대 막내는 공부하던 형, 누나와 다르게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중학생 때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양식 자격증을 땄다. 막내 덕분에 조리 학원 설명회도 처음으로 다녀와 봤다. 가족 행사 때 북적북적한 분위기도 좋다.

두 번째는 형제간 우애가 좋아서 서로 알뜰살뜰 챙겨주는 점이다. 특히 둘째는 어릴 때부터 교육에 관심이 많아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 진학했다. 야근하는 날엔 둘째가 동생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뒤 양팔에 넷째와 다섯째를 안은 채 침대에 잠들어있기도 했다. 방학 땐 아이들끼리 모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도 한다. 막내는 애교가 많아서 형제 모두가 예뻐한다. 첫째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데, 힘들 때마다 본가로 돌아와서 막내부터 찾는다.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세 번째는 든든한 내 편이 다섯이나 있다는 거다. 남편이 가끔 과음하고 집에 오는 날에는 아이들이 아빠를 부축해 준다. 그럴 땐 세상에 모든 사람이 나를 비난해도 우리 아이들만큼은 평생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이 학생회장에 나서는 날에는 형제들이 삼삼오오 모여 같이 공약을 만들기도 한다. 세상에 둘도 없는 내 편이 다섯이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었는지.

“운이 좋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방 근무 때는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고, 아이들이 크고 나서는 동생들을 돌봐줘서 힘든 게 덜했다. 시간 활용이 조금 더 유동적인 남편은 일하다가도 중간에 아이들 등하교를 해주면서 육아에 신경을 썼다. 전주에서 야근이 잦던 시절엔 어린이집 원장이 사정을 알고 아이들을 늦은 시간에 대신 돌봐주기도 했다. 인복이 없었더라면 절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끼리 선의의 경쟁도 있어 자녀 모두 공부를 잘할 것 같다.

“첫째, 둘째가 욕심도 있고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동생들도 긍정적인 경쟁심이 생겨 따라 하는 편이다. 다행히 셋째까지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했다. 첫째는 서울대 의과대학, 둘째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셋째는 삼수 끝에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가톨릭대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첫째와 둘째 덕에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집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것 같다. 서로 학교 정보도 주고받더라. 그러다 보니 나머지 동생들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다.”

─외부에서는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 다둥이 자녀를 키우는 게 가능했다는 시선이 있을 것 같다.

“돈이 있다 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가 신생아일 땐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직접 모유 수유를 했고, 엄마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로는 등교 시간, 하교 시간, 식사 시간이 각자 다르다 보니 시간표만 한가득 들고 다녔었다. 부모의 경제력보다는 아이를 끝까지 믿고 지지해 주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는 자율성을 주는 대신 그만큼 스스로 책임을 지게끔 했다.”

─법원에서 보장해 준 출산휴가, 육아휴직 제도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아이를 많이 출산할 수 있었던 건 법원에서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제도가 잘 갖춰진 덕분이라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로 제도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넷째부터는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을 좀 더 사용하는 방식으로 아이와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휴직제도뿐만 아니라, 휴가가 끝나면 아이를 바로 맡길 수 있는 안전한 어린이집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도 유명 어린이집은 대기 번호가 있을 정도로 입학하기 어렵더라.”

─출산을 꺼리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6·25 때에 비해 살기가 편한데 왜 아이를 안 낳을까에 대해 생각해 봤다. 요즘엔 소셜미디어(SNS)에서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어서인 것 같다. 그러나 아이가 어릴 때 잠깐 힘들 뿐, 그 뒤로는 아이가 주는 기쁨이 훨씬 많다. 크고 나면 형제들끼리 의지가 되고 서로 지켜줘서 더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됐다. 부부 사이도 더 돈독해졌다. 자녀가 없었으면 남편과 대화도 단절됐을 만큼 부부간 대화 주제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다 없어진다.

출산율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소년 보호 재판을 받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가정환경이 불우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이혼가정에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출산을 더욱 꺼릴 것이다. 저출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혼 절차에서 미성년 자녀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협의 이혼제도의 개선과 면접 교섭 전문가를 도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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