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소비자 감동 시켜라” … 합리적 가격·맞춤 서비스 통했다

박정경 기자 2024. 1. 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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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국가고객만족도 조사
총점 78.2점, 전년比 0.2점 하락
1위는 85점 받은 세브란스병원
SKT·KB국민카드 부문별 정상
업종별로 최고 83점-최저 75점
기업간 고객서비스 상향 평준화
교육서비스 향상률 2.8% ‘최고’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2023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이동전화서비스 부문 1위에 오른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가족단위 해외 여행객들의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가족로밍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SK텔레콤 제공

한국생산성본부(회장 안완기)의 ‘2023 국가고객만족도(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NCSI) 조사’ 결과, 국내 82개 업종, 334개 조사대상 기업·대학·공공기관 중 세브란스 병원이 85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객만족도 82점 이상의 ‘상위 톱(top) 9’에는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서울아산병원, 고려대안암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병원 6개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대구교통공사(도시철도), 롯데면세점(면세점), 삼성물산(아파트)도 ‘톱 9’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총점은 78.2점으로 2022년의 78.4점에 비해 0.2점(-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를 제외하고 NCSI는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여왔지만, 지난해 소폭 하락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5일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고객 중심 경영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외 어려운 경기상황과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의 비중과 영향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NCSI 조사는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대 등이 공동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고 있다.

‘2023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신용카드 부문 3년 연속 1위에 선정된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 제공

◇1위 비결은 ‘소비자 중심’ 사고 =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병원 업종의 세브란스병원으로 85점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은 전년에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 만족을 병원 경영의 최우선 지표로 두고 환자가 병원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는 ‘환자 가치 경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2021년 3월 시작한 ‘꿀잠 프로젝트’다. 꿀잠 프로젝트 중 하나는 입원 환자 숙면을 위해 온열 수면안대와 귀마개를 꾸러미로 제작해 배부하는 것이다.

대구교통공사는 82점으로 도시철도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삼성물산도 82점으로 아파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업계 최초로 서비스 브랜드인 ‘래미안 헤스티아’를 도입해 입주고객에게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헤스티아 매니저와 고객서비스(CS) 엔지니어는 입주 고객 요구를 능동적으로 찾아내 다양한 연차별·연중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또한 82점으로 면세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리오프닝 이후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이동전화 서비스 부문 1위에 오른 SK텔레콤(79점)은 청년 세대 맞춤형 ‘0 청년 요금제’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구독 서비스 ‘T우주’ 등을 선보였다. 생명보험 부문 1위에 선정된 삼성생명(80점)은 보험 신계약 품질관리(QC) 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해결지원팀을 구성해 불편 사항을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 신용카드 부문 1위인 KB국민카드(79점)는 농·산·어촌 청소년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14개 경제 부문 중 9개 하락 = 14개 경제부문 중 4개 경제부문의 고객 만족도가 상승하고, 1개 경제부문이 정체, 9개 경제부문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11개 경제부문이 상승했던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년과 비교 가능한 전체 75개 업종 중 지난해 고객만족도가 상승한 업종은 11개 업종으로 전년도 35개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4개 업종 정체, 40개 업종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1위를 차지했던 기업의 순서가 뒤바뀐 업종이 13개, 공동 1위로 나타난 업종이 17개로 나타났다. 업종별 NCSI는 최고 83점에서 최저 75점의 분포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확인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선두기업들의 고객 만족 노력으로 상위권 기업 간 고객만족도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가 차원의 NCSI 향상에까지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높은 NCSI 향상률을 기록한 경제부문은 교육서비스업으로, 전년 대비 2.1점(2.8%) 상승했다. 운수 및 창고업이 1.2점(1.5%), 공공행정, 국방·사회보장행정 1.0점(1.3%),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0.5점(0.6%) 상승으로 뒤를 이었다. 교육 서비스업 부문은 국립대, 사립대, 전문대 모두 전년 대비 점수가 올랐다. 전국 고교 3학년 학생 수가 30만 명대로 급감하면서 지방대를 중심으로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학교가 학생 이탈을 막기 위해 환경 개선과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운수 및 창고업 부문 역시 야외활동 자유화와 내국인의 ‘호캉스(호텔+바캉스)’ 열풍에 맞춰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반면, 2023년 NCSI 하락 폭이 가장 큰 경제부문은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1.6점(-2.0%)의 지수 하락을 나타냈다. 호텔 업종의 고객만족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바일 체크인 등 비대면 서비스가 늘고 인적 서비스 영역이 줄면서 전년 대비 정체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2023년은 경기 침체로 인해 가격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시대로 회귀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또 “악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소비자에게 가격 대비 가치를 얼마나 높게 체감하게 하는지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며 “2024년에도 우리 기업들이 그런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가성비 선호하고 건강 관심 커져… 통신·식음료 서비스 기대감

■ 올 주요업종별 만족도 전망

기능성 아웃도어 꾸준히 순항

한국생산성본부는 ‘2023 국가고객만족도(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NCSI) 조사’를 통해 주요 업종별 ‘2024년 고객 만족(CS) 전망’도 5일 공개했다. 고물가 속 ‘가성비’ 제품 선호 현상 및 건강한 생활 추구 경향으로 통신·식음료 등 업종은 치열한 제품·서비스 경쟁 속에서 고객 만족 향상이 예상된다.

통신서비스업 부문은 시장 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가격 및 제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경쟁사 대비 빠른 신상품 출시 및 혁신 아이디어가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이동통신서비스의 경우 고물가로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 서비스로 이탈을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런 경향이 가속함에 따라 통신사들은 ‘청년을 위한 특화 혜택’ ‘청년 요금제’ 등을 신규로 내놓고 있다. 또,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고객이 자신의 이용 패턴에 적합한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다양화하고 있다.

유선통신 중 인터넷TV(IPTV) 서비스의 경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미디어 플랫폼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 서비스 내에서 여러 제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추천 기능을 개선하거나 사용자환경(UI)을 개편하는 등 플랫폼 고도화도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 이용의 편의성과 유용성 향상 노력은 향후 IPTV 서비스의 만족도 수준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 업종은 소프트웨어 혁신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는 지금까지 본원성능 및 디자인, 폼팩터 등 하드웨어의 혁신으로 시각적이고 체감하기 쉬운 혁신을 선보인 결과, 제품 품질 만족도가 우상향해왔다. 지난해에는 1인 가구 증가, 개인 생활 다변화에 맞춰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스마트싱큐’ 등이 출시됐으나 일부 얼리어답터 고객에게만 인기를 끌었다.

식음료 시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을 성장과 자기 계발의 한 종류로 여기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소비 트렌드가 열기를 띠고 있다. 이런 소비자 입맛에 맞춰 새로운 제품군이 선보여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포화 시장인 음료 업계는 기존 제품의 ‘제로슈거(무가당)’ 버전을 주로 출시해왔지만, 제로슈거 감미료 맛에 대한 불호 의견 또한 누적되고 있어 향후 실패작이 나올 수 있어 보인다. 주류 업계 또한 제로슈거 제품, 알코올을 덜어낸 ‘무알코올·비알코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엔데믹 이후 호황이 예상됐던 패션 업종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에 아웃도어 의류 시장만 꾸준히 순항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를 흡수하고, 활동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다. 여성용 화장품 업종은 대면 활동 증가로 럭셔리 뷰티 브랜드와 다양한 중소 브랜드가 메이크업 제품 출시 및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팬데믹 이후 규모가 회복되고 있지만, 올해는 정체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시기 지속된 대규모 대기 수요는 올해 일정 부분 해소된 반면, 물가 상승 및 고금리로 인한 고객들의 경제적 부담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외 경제 상황 변화와 신차 효과가 만족도 변화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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