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신을, 그다음 세상을 사랑하라[책과 삶]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메리 올리버 지음 | 민승남 옮김
마음산책|232쪽|1만6000원
자연의 경이감과 생의 기쁨을 영혼을 울리는 시어로 노래해 온 메리 올리버(1935~2019)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출간됐다.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올리버가 일흔 중반에 접어들어 쓴 시들이다.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느끼는 경이를 변함없이 노래하면서도 생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삶의 유한성을 담담하고도 명징하게 전한다.
“가끔 나는/ 어디서든/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축복받지.”(‘이른 아침’)
이런 지극한 행복의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올리버는 스물아홉에 첫 시집을 낸 후 미국 매사추세츠 프로빈스타운에 자리 잡고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숲과 들판, 바닷가를 걸으며 그 모습을 눈에 담고 가슴에서 차오르는 기쁨을 노트에 받아적었다. 그는 들판에 숨겨진 새 둥지에서 따스한 알들을 발견하고는 “뉴욕시의 전기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경이를 느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예순을 넘어 조금 더 나이를 먹었고, 날개를 단 기분을 느끼는 날들도 있지”(‘할렐루야’)라고 노래한다.
노년의 올리버는 생과 사를 삶과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인다. 연못가에서 발견한 기러기 새끼 여섯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날지 못하자 “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훨훨 날아간/ 그 다섯 마리 새끼와// 두 부모에 대해선/ 기뻐하고/ 남아야만 했던 날개 없는 한 마리는/ 가슴에 품어주었지”(‘연못에서’)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과거의 고통을 내려놓고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인다. 올리버는 유년 시절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고, 집 밖으로 나와 숲속을 거닐며 상처를 회복하고 기쁨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시인이 발견하고, 전하고픈 “내 앎의 전부인 이 진실”은 이렇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기를. 그다음엔 그걸 잊어./ 그다음엔 세상을 사랑하는 거지.”(‘우선, 달콤한 풀’)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 서영교 “김건희 여사 성형 보도한 카자흐 언론…속상해”
- [단독] 액트지오·검증단·석유공사 ‘수상한 삼각 연결고리’ 찾았다
- [단독]이승기 장인 주가조작 ‘유죄취지’···판결문 뜯어보니 견미리도 ‘연루’
- 이성윤 “특활비로 술먹고 민원실에 대변 본 검사들...공수처 조사해야”
- [주말N] 아, 부럽다···땅부자에 세금도 내는 ‘600살 석송령’
- 하천에 따릉이 27대 집어 던진 남성 경찰 출석···혐의는 부인
- 저커버그 집에 홀로 찾아간 이재용…메타·아마존·퀄컴 CEO와 연쇄 회동 “AI 협력 확대”
- 요즘 당신의 야식이 늦는 이유···배달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 부산 사직 뒤흔든 카리나 시구에 담긴 '프로야구와 연예인'의 상관관계
- ‘김건희 명품백’ 폭로한 기자 “내 돈으로 샀다, 이제 돌려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