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분진도 살핀다… '유로7' 합의

박찬규 기자 2024. 1. 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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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무늬만 친환경은 안돼…전기차 관점 바뀐다①] 전기차도 무게 줄이고 효율 개선 필요

[편집자주]전기차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 배출가스가 없어 '친한경차'의 대표주자로 주목됐지만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주기적평가(Life Cycle Assesment·LCA) 시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 전기 자체의 생산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럽연합은 엄격한 환경규제를 준비하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가는 구매보조금을 없애고 있다. 국내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타이어의 친환경 제품에 적용되는 지속가능한 원료 구성도 /사진=한국타이어
▶기사 게재 순서
① 타이어 분진도 살핀다… '유로7' 합의
② 전기차 구매보조금도 '재활용'에 초점
③ 완전한 EV 전환까지는 PHEV 주목

'유로7'(EURO 7)로 불리는 최신 환경규제 윤곽이 드러났다. 그동안 규제는 자동차 등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운송수단의 배출가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규제는 주행 시 발생하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분진에도 제한을 둔다.

2023년 12월18일 유럽연합(EU) 이사회와 유럽 의회는 '유로7' 환경규제 형식승인과 관련규정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자동차업계는 불확실성이 일부 사라진 것은 반겼지만 해당 기준을 충족할 수준의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

유럽의 환경규제는 '유로5', '유로6' 등으로 구분하는데 숫자가 커질수록 최신 규정이며 과거와 비교해 엄격한 수준을 적용한다. 이번에 잠정안이 마련된 유로7은 2025년 발효 예정으로 유예기간은 발효 후 승용 30개월, 트럭 등은 48개월이다. 2035년까지 배출가스를 사실상 없애는 게 목표다.


무거운 전기차, '유로7' 규제에 타격


유럽 안전성 평가서 최고 안전 등급을 받은 기아 EV9. 무게는 2425kg에 달한다. /사진=기아
현재 적용 중인 '유로6'까지는 내연기관(엔진)에서 배출되는 물질(배기가스)이 중심이었지만 '유로7'부터는 비(非) 배기 미세입자도 규제대상에 포함, 이동수단의 오염물질 전반을 관리한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분진에 대한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제재 기준이 없었다. 유로7 규제가 관심받는 배경이다.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한 탓에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게가 평균 300~400kg 이상 더 나간다. 제동 시 브레이크 패드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저속에서도 순간적으로 내는 힘이 좋아 타이어 마모가 빠르고 도로 파손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유로7 기준에 대응하려면 비 배기 미세입자 발생을 줄이기 위한 설계와 함께 신소재를 통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마모가 적으면서도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 부족함 없는 주행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줄이는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유로7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전기차에는 가볍고 성능 좋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밖에 없다"며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전기차는 브레이크 패드와 타이어 분진 발생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무거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적용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배출량은 현재 기준을 유지하지만 이를 평가할 때의 배기가스 측정 압력 등 세부 기준은 강화한다. 유럽연합은 2035년까지 사실상 배출가스를 없애는 게 목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배터리 내구성도 환경규제에 포함한다. 7년 또는 16만km 주행 시 배터리 성능을 72% 이상 유지하는 식이다.

드 브리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 사무총장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도로 운송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성과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초기 유로6의 표준은 첫 번째 유로 표준 배출량의 90% 이상을 줄였다"고 했다.


전기차 속도 조절 나선 유럽


폭스바겐의 전기SUV ID.4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전기차는 전주기적평가(Life Cycle Assesment·LCA) 관점으로 볼 때 배기가스는 없지만 희토류 가공 등 생산과정에서 에너지 사용이 많고, 폐차 시에도 재활용률이 낮아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국산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5은 1회 충전 시 최대 458km를 주행할 수 있는데 일반 가정에서 4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기양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면 충전기가 부족해지는 것을 넘어 전기를 만드는 과정부터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선 전기차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여럿 있었다. 이기형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전기·수소차가 탄소중립의 해결책으로 떠오르지만 전기나 수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탄소 배출이 증가하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탄소중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연료와 기술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각국 정부는 도로 위의 오염물질을 즉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전기차를 지목하며 관련 정책에 힘을 실어왔다.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관련 기술의 발전속도가 더뎌지며 충전 인프라 문제, 전력 수급 문제 등 그동안 감춰진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 제한을 공식화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 중 60%를 차지한다.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린 전기차의 60%도 중국산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등 에너지 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유럽 전기차 속도 조절에 영향을 미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새로운 환경규제는 기업들이 준비해왔더라도 실제 시행 시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며 "수출에 있어 까다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핸디캡이 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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