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파트도 혹시?…“불 나면 다 죽을판” 소화기 없는 곳 수두룩
스프링클러·완강기·대피 옥상 없고
소화기 세대별 별도 구비
잡동사니가 소화전·대피로 막기도
“소방설비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최근 아파트 화재가 빈발하면서 이같은 공포심에 불을 당기고 있다. 지난달 25일 도봉구 아파트 화재로 2명이 숨졌고 이달 2일엔 군포시 아파트에서 불이나 1명이 숨졌다. 그 사이에 서울, 인천, 수원 등에서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몇몇 사고가 있었다. 이들 화재에는 공통점이 있다. 준공 2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로 소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진은 서울·경기 지역 준공 20년 이상된 노후아파트 5곳을 찾아 소방시설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스프링클러와 완강기는 없었고 소화기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았다.
경기 고양시 행신동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지역이다. 이곳 A아파트는 1995년 준공돼 총 662세대가 살고 있다.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 복도마다 있어야 할 소화기도 없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소화기는 세대별로 개별 구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1994년 준공돼 330세대가 살고 있는 B아파트에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 마침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해 관리사무소 직원이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는 “습도가 높으면 아무때나 경보기가 울려 애를 먹고 있지만, 시설을 개선할 예산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17층짜리 C아파트(1997년 준공)는 12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직선 거리로 30m 앞에 주유소가 있어 화재 시엔 대형 사고로 번질 위험이 있었다. 아파트 안내게시판에는 ‘아파트 내 흡연금지’ ‘담배 꽁초 아무데나 버리지 말 것’ 등 화재 관련 경고문이 다수 붙어 있었다.
각 층 엘리베이터 앞 현관과 복도에 완강기와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화기는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소화전이 있는 복도가 있고 없는 복도도 있었다. 화재 발생 시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옥상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문 앞에는 ‘물탱크 관리 위해 평상시에는 잠금 상태로 관리하니 비상시 17층에서 열쇠 받으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서울 성동구의 D아파트는 총 21층으로 246세대(1994년 준공)가 살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16층 이상에만 설치돼 있고, 그 아래층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완강기는 전층에 없었다. 방화문 앞뒤로 주민들이 자전거와 개인물품 등을 잔뜩 쌓아두고 있어 비상시 계단으로 대피가 어려운 상태였다.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기존 건물에 대한 소급(遡及) 적용은 어렵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세대별 배관 및 헤드 설치 가능 여부뿐만 아니라 물탱크 설치가 가능한지 건물 구조체 안정성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노후아파트에서 이같은 작업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기·화재감지 장치 등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주민 대피 훈련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후아파트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어 주민들이 비용을 들여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요건을 완화해 현행 소방법을 따르도록 계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아파트의 자동화재탐지 설비는 수명이 다했을 수 있고, 세대별 소화기도 정상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관리사무소의 꾸준한 점검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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