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영화평론가가 꼽은 ‘올해의 책’ 3권이 모두 베스트셀러

한겨레 2024. 1.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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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빨간 테 안경'으로 유명한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올해의 책'으로 꼽은 책들이 새해 벽두부터 서점가에서 화제다.

구독자 5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이기도 한 이동진 평론가는 지난해 말 업로드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주관적으로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책 3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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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빨간 테 안경’으로 유명한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올해의 책’으로 꼽은 책들이 새해 벽두부터 서점가에서 화제다. 구독자 5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이기도 한 이동진 평론가는 지난해 말 업로드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주관적으로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책 3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40분이 넘는 방송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자신이 읽은 책들 가운데 소설 분야를 제외하고 주목할 만한 책 3권을 골라 추천했다. “아름답고 슬프기도 하며 희망이 차오르는 수필집”이라는 추천사와 함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제목 자체에 책의 지향과 역사를 보는 관점을 그대로 담고 있는 책”이란 소개와 함께 ‘이주하는 인류’를, 그리고 “나머지 두 책도 그렇지만 강력히 권해드릴 수 있는 책”이란 설명과 함께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를 소개했다.

이동진 평론가의 ‘올해의 책’ 소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마자, 소개된 3권의 책 판매량이 급증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이 집계한 2024년 1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목록에 따르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 종합 1위,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원더박스) 종합 4위, ‘이주하는 인류’(미래의 창) 종합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3권 모두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하기 전까지는 순위권 밖에 있던 책들이었지만, ‘올해의 책’ 유튜브 영상이 올라온 뒤 갑작스럽게 순위가 급상승했다. 온라인서점은 발 빠르게 ‘[세트] 이동진 2023 올해의 책 – 전3권’ 상품을 구성해 적극적인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팟캐스트가 한창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던 시절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진행하면서 ‘영화뿐 아니라 책도 재미있게 소개하는 사람’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2년 5월 시작한 ‘이동진의 빨간 책방’은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큰 사랑을 받으며 대단한 영향력을 지녔던 팟캐스트였다. 이동진 평론가는 그 후에도 꾸준히 여러 매체를 통해 책을 소개해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소개한 책 3권이 모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게다가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대작을 쏟아내는 연말연시 성수기에 ‘한 명’의 ‘영화평론가’가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한 올해의 책 목록이 출판 시장 전체에 이렇게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연말연시가 되면 대형서점을 비롯해, 신문과 잡지 등 여러 매체가 다양한 방법과 기준을 가지고 ‘올해의 책’을 선정해 발표한다. 그런데 여기에 선정된 책들은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할뿐더러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경우도 드물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 영화평론가가 추천한 책들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과 비교하면, 대형서점과 언론매체의 책 추천이 더욱 초라해 보인다. 어디 그뿐인가. 영화평론가가 이렇게 열심히 그리고 맛깔스럽게 책을 소개하는 동안, 책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출판평론가나 도서평론가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대중적인 인기가 없어서일까, 미디어 장악력이 없어서일까. 책을 소개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들면서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북칼럼니스트, BC에이전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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