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한파에 작물 얼었는데…전남 대파·배추, 소비까지 ‘꽁꽁’

이상희 기자 2024. 1. 5.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연말 내린 폭설과 연이은 한파로 배추·대파 같은 겨울작물의 언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남의 한 산지 유통인은 "겨울배추 가격은 김장철 소비량에 좌우되는데 이번 김장철에는 예년의 3분의 2 정도밖에 배추를 팔지 못했다"면서 "김장철 소비가 급감하면서 산지출하 대기량이 늘었고 그 결과 수확량이 줄었는데도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밭떼기로 넘기지 못한 농가는 배추값을 건지는 것은 고사하고 밭을 정리하기 위해 또다시 비용을 들여야 할 형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남지역 대파·배추 작황 비상
잎 누렇게 변하고 무름병 퍼져
생산량 줄었는데…가격은 약세
전남 진도군의 한 배추밭에서 산지 관계자가 언피해로 잎이 누렇게 변한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내린 폭설과 연이은 한파로 배추·대파 같은 겨울작물의 언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추는 소비부진까지 겹치면서 농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12월20일 이후 지역에 따라 최대 30㎝가 넘는 폭설이 덮친 데다 기온이 영하 10℃ 아래로 떨어지는 한파가 3일 이상 이어졌다. 이후 날씨 상황은 나아졌으나 겨울작물은 언피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푸른색을 띠어야 할 이파리가 누렇게 타들어가는가 하면 뿌리가 물러지는 무름병까지 발생하면서 작황이 나빠졌다.

가장 먼저 피해를 본 작물은 대파다. 대파가 완전히 파묻힐 정도로 눈이 쌓인 데다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푸른 잎이 모두 갈색으로 변한 채 누워버렸다. 며칠 새 기온이 오르면서 눈은 녹았다 해도 이미 갈색으로 변한 이파리는 회복되지 않아 수확량과 상품성이 떨어졌다.

조한호 진도 선진농협 팀장은 “중심 줄기가 살아 있는 대파는 시간이 지나면 새로 잎이 올라오면서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회복하는 데는 20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만큼 이달 말경에나 출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추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무름병이 퍼지면서 뿌리 부분이 물러지고 배추 속잎이 썩는 ‘꿀통’이 발생했다. 잎 끝부분이 누렇게 타버려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도 보인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밭면적의 최대 30%까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 산지 관계자 의견이다.

해남군 산이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이윤호씨(52)는 “현재 이파리 끝 부분이 누렇게 변해 만지면 부서지는 상태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누런 부분이 이파리 아래쪽으로 번지면서 품위는 더 떨어질 것”이라면서 “밭을 산 상인들이 서둘러 수확 작업을 해 배추를 냉동창고에 넣고 있는데, 이는 피해를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언피해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확연함에도 배추값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약세로 돌아설 조짐이어서 농가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실제 눈이 오기 직전인 지난해 12월2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배추 상품 10㎏ 한망 가격이 8800원이었지만 날씨가 나아진 25일 이후에는 6000원대를 기록했다.

산지 관계자들은 소비 감소가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남의 한 산지 유통인은 “겨울배추 가격은 김장철 소비량에 좌우되는데 이번 김장철에는 예년의 3분의 2 정도밖에 배추를 팔지 못했다”면서 “김장철 소비가 급감하면서 산지출하 대기량이 늘었고 그 결과 수확량이 줄었는데도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김장철 이후 산지 거래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라는 점이다. 보통 1월경에는 대부분 밭떼기거래가 끝나 상인들 소유가 되는데 올해는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밭이 적지 않다. 지역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밭이 전체의 3분의 1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밭떼기로 넘기지 못한 농가는 배추값을 건지는 것은 고사하고 밭을 정리하기 위해 또다시 비용을 들여야 할 형편이다. 해남 일부 지역에서는 생산비의 절반 값만 받고 밭을 넘기는 사례도 있다.

이에 정부가 작황 저조에 소비부진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는 농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김경채 해남 황산농협 조합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피해가 속출하면서 배추농가 수익구조가 심각하게 나빠진 상태”라면서 “농가 보호는 물론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서둘러 산지 폐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