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표 헬기⋅구급차로 부산~서울 4시간 이송…서울대병원 설명에도 풀리지 않는 4가지 쟁점들

김명지 기자 2024. 1. 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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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 대표의 피습 상처의 심각성
②부산대병원의 혈관재건수술 역량
③환자 가족 요청에 따른 병원 전원
④광역시에서 서울로 헬기 이송 특혜
부산에서 신원 미상 남성에게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이송되고 있다./뉴스1

서울대병원이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상처 수술 경과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한 뒤 헬기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송된 것을 두고 억측과 낭설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상태가 위중하다면 인근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어야 했고, 응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서울까지 헬기까지 타고 갈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당시 이 대표 목 부위의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기도 손상이나 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 과장은 복부대동맥, 말초동맥폐색증, 경동맥협착증 등 혈관 전문의다.

민 교수에 따르면 이 대표는 피습 직후 목 뒷근육에 1.4㎝의 칼에 찔린 자상을 입고, 목 속에 있는 내경정맥 둘레의 60%가 손상을 입은 위급한 상태였다. 민 교수는 서울로 이송된 직후 1시간 40분여에 걸쳐 혈관의 9㎜를 꿰맸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목 부위는 혈관, 신경, 기도, 식도 같은 주요 기관이 몰려 있는 곳이어서 상처 크기와 상관없이 위험한 부위”라며 “목정맥과 목동맥의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만약의 경우 정맥 출혈로 기도나 경동맥이 막힐 수 있었다는 우려도 나왔다.

논란은 민 교수가 “(이 대표 수술에)경험이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한 부분에서 촉발됐다. 민 교수의 설명을 해석하면 부산대병원이 내경정맥 손상을 수술할 의료진이 없어서 이송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같은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산대병원은 중증외상 환자를 최종 책임지는 권역외상센터로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우수 의료기관이다. 외상 중환자 전문 외과 전문의가 8명이나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에 정성운 교수를 비롯해 혈관외과 교수가 4명, 장기이식센터에 혈관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도 일하고 있다. 혈관이식외과의 정혁재 교수는 혈관 우회로 수술은 물론 혈관내 치료(인터벤션)도 가능한 명의로 꼽힌다.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술 집도의)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흉기 피습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술 경과 및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부산대병원은 이에 대해 이 대표가 수술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이 대표 가족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의 수술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며 오해의 소지를 차단한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인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응급한 환자라고 해도 환자나 보호자가 원한다고 이송 병원이나 전원 병원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응급의료체계에서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경우에 다른 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지만, 그 외 상황이라면 가족이나 환자의 요청으로 병원을 옮길 수 있는 경우는 없다.

환자 보호자의 거듭된 요청으로 병원을 바꾼다고 해도 이 대표를 헬기로 이송한 것은 특혜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지낸 여한솔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이 대표의 헬기 이송에 대해 “의학적으로는 이송조건에 단 하나도 부합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여 과장은 “지방은 해당 지역 주변의 섬이나 오지에서 119헬기로 이송하는 경우는 있지만 서울이나 경기처럼 다른 권역으로 갈 때 119헬기로 이송하는 경우가 없다”며 “이런 경우 시간이 걸려도 사설구급차로 이송한다”고 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 전용 헬기 운용 세부지침’에 따르면 구급차 운행이 불가능한 지역에 환자가 있거나, ‘최종 치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까지의 이송이 40분 이상일 때 병원 간 이송에 응급헬기를 운용할 수 있다. 부산대 병원이 최종 치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헬기이송은 불필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진료부 과장은 “환자 이송 도중에 발생한 사고로 행여 환자가 숨진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라며 “이번 일은 응급 상황에서도 전문가인 의료진을 무시하고 환자 보호자가 내린 결정을 따라야 하는 우리 의료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도 야당을 이끄는 이 대표의 국가 의전서열을 감안하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곽경훈 분당제생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흉기에 찔렸더라도 부산대가 아니라 서울대에서 수술받았을 것이고, 이를 특혜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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