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에 집 더 사도 1주택자 유지…투기 재현 우려도[2024 경제정책방향]
앞으로는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주택을 한 채 더 사더라도 1주택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세컨드 홈’을 과세 때 주택수에서 제외해 ‘지방 인구 유입’와 ‘부동산 경기 부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도권과 5개 광역시가 포함되고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이 대폭 확대될 경우 사실상 2주택을 허용하는 것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상 비수도권 전체에 ‘규제완화’
정부는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주택 1채를 더 사도 1주택자로 간주해 주택 보유·거래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수도권에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주택을 새로 사더라도 주택수에서 빼줘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에서 여전히 1주택자의 특례를 받는다.
재산세의 경우 세율이 0.05%포인트 인하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 특례를 적용받는다. 종부세는 12억원까지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고령자·장기보유일땐 최대 80%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미 소유한 집을 팔때 내는 양도소득세도 12억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2021년 10월 최초 지정된 후 5년 주기마다 갱신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총 89곳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거의 대부분 지역이 해당된다.수도권에서도 경기도 가평군과 연천군,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은 인구감소 지역이다. 5대광역시 중에서는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대구에서는 남구·서구 등이 포함된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소멸 위기 지역에 있는 주택은 주택수 산입에서 제외해 ‘생활 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다”면서도 “읍·면·동이 아닌 시·군·구 단위로 범위를 넓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정주여건 개선 없인 투기수요만 몰릴 것”
지금도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 지역(5대 광역시 제외)에서 3억원 이하의 주택을 사면 종부세와 양도세를 부과할 때 1주택자로 간주됐다. 경기 연천, 인천 강화· 옹진군도 같은 혜택이 부여됐다.
이번 대책은 이를 대폭 확대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가액이나 적용 지역 등 구체적 요건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현재의 부동산·건설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서, 적용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는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수도권과 5대광역시도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커보인다.
아울러 매입가능한 주택의 공시가격도 대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저가주택이 해당되지만 6억원 혹은 9억원으로 상향조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지역의 고가주택도 인구감소주택이면 매입이 가능하게 된다. 지역은 고가 주택 몇채만 팔려도 집값이 들썩이는 특성이 있어 이 경우 지역에 부동산 투기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인구감소지역을 핑계로 집값을 부양하려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주 여건 개선이 없는 대책은 투기만 가능하게 만들어 오히려 현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디딤돌·보금자리론은 예년 수준 공급
정부는 각종 주택자금 대출 지원책도 내놨다. 우선 청년·출산가구를 대상으로 한 버팀목 등 전세대출 지원은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재직 청년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지원의 경우 주택의 보증금 기준(2억원→3억원)과 대출 한도(1억원→2억원)가 각각 확대된다.
디딤돌 주택구입자금 대출과 보금자리론은 예년 수준으로 공급된다. 지난해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 운영은 내년 1월29일부로 종료되지만, 내년에는 신생아 특례 대출이 신설되면 이 대출을 포함해 총 35조원 규모의 디딤돌 대출이 공급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소득 대비 높은 수도권 집값이 오르거나 거품이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면서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가 되살아 날 수 있다는것이다.
정부의 집값 부양의지는 가계부채 대책에서도 엿보인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는 가계부채 목표치를 2027년까지 GDP대비 10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상 관리를 안하겠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해치지 않는 적정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80%이다.
이번 대책은 4월 총선 표심을 겨냥한 대책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요건을 가급적 빨리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이나 3월초 발표가 예상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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