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잡이는 극도의 고통”... 산천어∙송어 축제에 어류는 괴롭다

고은경 2024. 1.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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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송어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올해도 맨손으로 어류를 잡는 행사로 구성된 축제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한다는 측면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동물축제인 산천어축제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어류에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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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5일 화천 산천어축제 얼음낚시터에서 잡혀 올라온 산천어의 모습. 화천=하상윤 기자

평창 송어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올해도 맨손으로 어류를 잡는 행사로 구성된 축제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한다는 측면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릴 예정이던 평창 송어축제는 얼음 두께 문제로 한 주 연기된 29일부터 치러지고 있다. 홍천강 꽁꽁축제는 5일부터, 화천 산천어축제는 6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얼음판 위 물고기 낚시를 주제로 하는데 모두 맨손으로 어류를 잡는 체험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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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동물축제인 산천어축제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어류에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동물단체들은 "산천어가 굶은 채 옮겨지고, 행사장에서도 낚싯바늘에 상해를 입거나 맨손잡이 행사에 동원돼 질식사한다"며 "산천어축제의 실상은 비정한 동물 대량학살이자 시대를 거스르는 생명 경시의 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산천어축제에 이용되는 물고기 대부분은 일반적인 낚시 형태가 아닌 눈, 아가미, 아랫배, 턱, 꼬리에 바늘이 박혀있고, 몸의 여기저기가 찢긴 채 건져 올려지고 있다.

1일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에 사용되기 위해 전국의 양식장에서 출발한 산천어들이 화천 하남면 논미리 축양장에 도착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코리아는 ①산천어 양식에 공급되는 사료 중 84%가 어린 물고기로 만든 생사료인 점 ②맨손잡기는 밀집사육, 굶주린 상태, 장거리 이동으로 지칠 대로 지친 산천어를 죽기 전까지 공포의 상황으로 모는 잔혹한 프로그램인 점 ③아이들에게 '동물을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익히게 하는 점을 지적했다. 단체는 "산천어축제를 본떠 맨손잡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축제는 36곳이나 된다"며 "반생태적인 축제 방식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반대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동물학대 논란이 있음에도 축제가 지속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외에 식용 목적의 어류는 동물보호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2020년 동물단체 등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춘천지검은 이와 같은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1월 강원 화천군에서 열린 2023화천산천어축제 맨손잡기 체험행사에 참가한 외국인이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고 있다. 이는 지칠 대로 지친 산천어를 공포로 몰아넣는 행위라는 게 동물단체의 지적이다. 화천군 제공
화천 산천어축제 얼음낚시터에서 산천어가 잡혀 올라오는 순간들을 기록했다. 세 갈래로 갈라진 훌치기 바늘에 물고기의 눈알, 아가미, 아랫배, 이마 등이 걸려 있다. 화천=하상윤 기자

하지만 식용이라고 해도 일부러 동물을 학대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욱이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의 복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시민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이 농업환경윤리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축제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는 동물복지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이 비윤리적'(71%)이며 '동물을 무분별하게 다루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62%)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더불어 인제 빙어축제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얼음이 얼지 않아 아예 열리지 못했고 양평 빙송어축제도 같은 이유로 실내행사로 대체되는 등 기후변화가 동물축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축제의 성격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020년 포유류와 어류 등 다양한 생물을 포함한 동물이용축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지만 축제를 위축한다는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이견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천 교수는 "맨손잡이는 동물에게 극도의 고통을 느끼게 한다"며 "어류를 가두고 학대하는 천편일률적 축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축제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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