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정재훈의 알아두면 약이 되는 상식 3

이번 겨울, 감기약 수급에 비상이 걸릴 정도로 온갖 호흡기질환이 유행 중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 감기약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본다.

Q. 흔히 병원 처방약이 감기에 잘 듣는다고 하는데요, 병원 처방약과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약의 효과는 얼마나 다른가요?

A. 병원에서 감기 증상에 처방하는 약에는 아편계 진해제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침이 심한 증상일 땐 처방약이 더 효과적입니다. 또한 병원 처방약과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약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는 안전성입니다. 일반약은 가족과 함께 먹어도 되지만, 처방약은 처방을 받은 사람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부작용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Q. 감기약을 먹다가 증상이 나아지면 복용을 줄이거나 중단해도 되나요?

A. 그래도 됩니다. 감기약은 애초에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용도이므로 필요할 때만 복용해도 됩니다.

Q. 감기약을 자주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질까요?

A. 일반 감기약에는 내성을 유발할 만한 성분이 없습니다. 항히스타민제에는 내성이 생기지 않거든요. 항생제는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는 듣지 않으므로 감기약에는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으며, 항생제가 들어 있지 않으니 내성을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Q. 감기약을 복용하고 얼마나 지나야 술을 마셔도 되나요?

A. 그냥 술을 안 마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감기약에는 진정 작용이 있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들어 있습니다. 술과 감기약을 함께 복용하면 졸음과 진정 작용이 더해져 부작용이 커질 수 있죠. 감기약에 함유된 진통제 성분 역시 술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술은 코막힘, 가려움증, 두통과 같은 감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Q.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감기약을 먹어서 예방할 수 있을까요?

A. 감기약으로는 감기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손 씻기와 같은 예방 수칙을 잘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기약은 콧물, 코막힘, 두통과 같은 증상을 일부 완화하여 불편을 줄여줄 수 있을 뿐입니다.

Q.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항생제, 꼭 먹어야 할까요?

A. 호흡기 감염이 의심되어 항생제가 처방된 경우에는 끝까지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감기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속을 버리나요? 그리고 빈속에 먹으면 안 되나요?

A. 감기 증상은 약을 복용하든 안 하든 1~2주 정도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약을 장기간 복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염진통제는 빈속에 복용하거나 장기간 복용할 경우 위장 점막을 손상시키거나 위궤양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부분의 약국 종합감기약에는 소염진통제 대신 해열진통제가 들어 있어 위장 점막에 해를 끼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Q. 테라플루는 감기약으로서 어떤 효과가 있나요?

A. 테라플루는 2023년 9월 미국 FDA 자문위원회에서 코감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페닐에프린이 주성분입니다. 해열진통제(데이타임, 나이트타임)는 타이레놀과 동일한 성분으로 효과가 있으며, 나이트타임에 함유된 항히스타민(제페니라민말레산염)는 콧물, 재채기 증상 완화와 졸음을 유발하는 진정 효과로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코막힘 완화에는 효과가 없는 것이죠. 한편 테라플루와 다른 감기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은 성분 중복 및 과잉 위험이 있어 추천하지 않습니다. 가래를 묽게 해주는 거담제처럼 단일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은 함께 복용해도 괜찮습니다.

정재훈 @ckvore

약사, 그리고 푸드라이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년간 약사로 활동했다. 과학,역사,인문을 아우르는 강한 잡식성으로 늘 새로운 것을 탐미하며, 잡지, TV,라디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약과 음식에 대한 흥미롭고 과학적인 정보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 <<정재훈의 식>>,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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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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