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히 연결된 ‘마을의 연대’

안영춘 기자 2024. 1. 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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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직후인 2020년 2월, 대구는 가장 이르고 강력하게 직격탄을 맞았다.

어디로든 선을 연결하는 게 몸에 밴 안심마을 사람들은 미싱 동호회 쪽에 촉수를 댔다.

마을 공동체끼리도 연결망이 닿았다.

자립생활을 하는 누군가가 백신을 접종하면 함께 자면서 돌봐주는 품앗이가 이뤄졌다 . 발달장애인끼리도 마을 안에서 촘촘히 연결돼 있기에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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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획] 사람과 사람 잇는 대구 안심마을 ②
안심마을이 재난에 대처하는 법
전국 100여개 이주인권 단체 관계자들이 2020년 6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 대책과 생존 대책 등을 요구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직후인 2020년 2월, 대구는 가장 이르고 강력하게 직격탄을 맞았다. 신천지 대구교회가 바이러스의 유입과 확산의 경로로 지목되면서 도시 전체가 봉쇄나 다름없이 고립됐다. 시민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안심마을 사람들은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때는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어, 약국 앞에 긴 줄을 서야 일주일에 한번 살 수 있었다. 그나마 주민등록이 안 된 이들은 구할 방법조차 없었다.

안심지역의 작은 공장들에는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이 적지 않다. 단톡방에 마스크를 만들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시장에 가서 천을 떼 왔다. 하루 반나절 만에 미싱(재봉틀) 12개가 모였다. 민재는 재단사로 변신했다. 자폐인 특유의 치밀함이 빛을 발했다. 남들은 같은 천에 일렬로 100개를 그릴 때 민재는 기하학적인 배열로 130개를 그렸다. 생산량이 30% 늘었다. 다만 가위로 자르는 데 품이 더 들기는 했다. 그렇게 마스크 1천개가 만들어졌다. 어디로든 선을 연결하는 게 몸에 밴 안심마을 사람들은 미싱 동호회 쪽에 촉수를 댔다. 전국의 동호인들이 한 사람에 대여섯개씩 만들어 안심마을로 보냈다. 순식간에 5천개가 모였다. 다시 미등록 외국인 네트워크에 선을 대고, 마스크 6천개를 전달했다.

마을 공동체끼리도 연결망이 닿았다. 광주에서 연락이 왔다. 섬진강 휴게소와 지리산 휴게소에서 ‘접선’해 구호품을 건네받았다. 독거노인들과 발달장애인들에게 나눠 주기 위해 동사무소들에 주소 정보를 요청했다. 어느 동사무소는 해당 주민들에게 알린 뒤 명단과 주소를 보내줬다. 또 다른 동사무소는 대상자가 더 많은데도 ‘개인정보 제공 불가’라며 거부했다. 위기는 매뉴얼이 작동하지 못할 때 재난이 된다. 작동하지 못하는 매뉴얼만 고집하는 경직된 대응도 위기를 재난으로 키운다. 안심협동조합 이사장 박인규는 “두 동사무소의 차이는 주민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 태도에 따라 관은 주민을 더 안전하게 할 수도 있고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짚었다.

안심마을의 발달장애인들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도 남달랐다. 자립생활을 하는 누군가가 백신을 접종하면 함께 자면서 돌봐주는 품앗이가 이뤄졌다 . 발달장애인끼리도 마을 안에서 촘촘히 연결돼 있기에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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