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돈이다] ③플라스틱 소비 줄이고 자원화…우도에선 ‘쓰레기 없이 카페 투어’

제주=홍다영 기자 2024. 1.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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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의 脫플라스틱으로 1인당 쓰레기 10% 감소
택배 포장은 다회용으로, 소비자는 개인 용기 사용
생산유발 1조4300억, 고용유발 6만7900명 추산
제주 우도에서 다회용컵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 모습. /SK텔레콤 제공

“카페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면 번거롭거나 비용이 들 수 있죠. 하지만 조금 불편하고 금액이 들어도 환경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는 계속 다회용컵을 사용하며 우도의 자연을 지키고 싶습니다.”

제주도 우도에서 지난달 19일 오전 만난 훈데르트 바서 파크(테마파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테마파크는 숙박 시설과 카페를 운영하는데, 카페에서 음료를 포장할 경우 일회용컵이 아닌 다회용컵에 담아준다. 고객은 커피를 마신 뒤 우도 곳곳에 있는 반납기에 반납하면 된다. 훈데르트 바서 파크 관계자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빨대도 옥수수 전분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제품을 쓴다.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에 몸살 앓는 우도

우도가 탈(脫)플라스틱 실험에 나선 것은 여의도 두 배 정도인 면적 6.18㎢인 작은 섬에 관광객이 몰려들어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기 때문이다. 우도 주민은 1600명이지만, 한 해에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우도 해안가에서는 다 쓴 플라스틱 생수병과 휴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도에는 하루 1t을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 소각장이 있지만 용량은 크게 부족하다. 우도에선 보통 하루에 3t의 쓰레기가 나오고, 성수기에는 5t에 달한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일회용컵 없는 우도’ 정책을 시행하며 쓰레기와의 전쟁에 나선 이유다.

대표적인 정책이 2022년 8월 도입된 다회용컵 보증금제다.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만든 일회용컵 대신 세척해 수십회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컵을 사용하도록 했다.

지난달 19일 제주도 우도 해안가에 쓰레기가 버려져있다. /홍다영 기자

◇카페에 플라스틱컵·종이컵 아예 없어…다회용컵 담아 마신 뒤 반납

이날 오전 제주도 성산항 대합실에는 ‘청정 우도를 위한 디지털 서약’ QR코드가 있었다. ‘우도의 자연 환경과 해양 자원을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안전하게 여행하겠습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에 앞장서겠습니다’, ‘다회용컵과 개인 텀블러를 적극 사용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있었다. 청정 우도 디지털 서약에 참여한 인원은 7555명(2022년 8월~작년 6월)이다. 우도에 입도하자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당신의 작은 실천이 필요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우도 테마파크 카페에서는 음료를 일회용컵으로는 판매하지 않는다. 매장 안에서 마실 때 쓰는 머그컵·유리컵 가격에 1000원을 추가하면 다회용컵으로 음료를 받을 수 있다. 카페 한켠에는 다회용컵 반납기가 있었다. 다회용컵에 담긴 음료와 얼음을 버리고 뚜껑, 빨대, 컵 홀더 등을 제거한 뒤 반납할 수 있다. 반납 시작 버튼을 누르고 한국어와 영어 등 언어를 선택한 뒤 한 개씩 다회용컵을 반납하면 된다. 현금 버튼을 클릭하면 1000원을 돌려준다. 몇몇 카페와 여객선 대합실 등에도 다회용컵 반납기가 비치돼 있다.

다회용컵은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만들었다. 50~70회 재사용할 수 있으며 폐기 후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반납된 다회용컵은 전문 세척장으로 옮겨 한꺼번에 세척한다. 카페 직원 김은샘(29)씨는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우도에서 또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7)씨는 “평소에도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달라는 관광객이 있다”며 “다회용컵을 도입하기 위해 물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관광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제주시에서 방문한 중학생 이모(15)군은 “평소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데 다회용컵 사용에 동참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여행객 김은수(22)씨는 “다회용컵 사용 자체는 좋은 것 같다”며 “우도를 산책하다가 편하게 버릴 수 있도록 반납기가 지금보다 많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가 작년 8월 2~8일 우도 관광객 602명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없는 우도 캠페인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관광객 65%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관광공사는 “다회용컵 사용 매장을 늘리고 우도가 쓰레기 없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마을이 되도록 발전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재활용 쓰레기 발생량도 줄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도 입장객은 2021년 136만명, 2022년 164만명이다. 1인당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는 같은 기간 0.115㎏에서 0.103㎏로 10% 줄었다.

지난달 19일 제주도 우도 바다. /홍다영 기자

◇'2040 플라스틱 제로’ 정책…사용 40% 감축, 재활용 100%로

제주도는 플라스틱 없는 섬으로 거듭나기 위한 ‘2040 플라스틱 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조813억원을 투입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40% 줄이고 재활용 비율은 100%까지 끌어올리며, 소각·매립으로 처분하는 비율은 완전히 없애겠다는 목표다. 제주도는 “화석 연료에 기반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해 탈(脫)플라스틱 사회로 전환해야 탄소 중립 실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일회용품에서 다회용기 전환을 확대하고, 택배 포장을 다회용 수송 포장재로 바꾸며, 소비자가 개인 용기로 제품을 포장하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지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렇게 플라스틱 소비가 줄면 2040년 기준으로 연간 72만50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기대된다. 생산 유발 효과는 1조4300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6만7900명으로 추산된다.

우도는 이같은 친환경 정책에 맞춰 작년 10월 소라 축제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컵을 사용하거나 개인 참가자들이 텀블러를 지참하도록 했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하는 친환경 여행을 기획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플라스틱 시스템을 하고수동 해수욕장 등 5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관광객과 주민이 스스로 자원 순환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제주관광공사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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