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363> 산청 지리산 천왕봉

이창우 산행대장 2024. 1.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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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만발한 설국 즐기고…‘민족의 영산’ 기운도 받고


-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원점회귀
- 약 12㎞ 코스 7시간 안팎 소요
- 국내 가장 높은 곳 위치 법계사
- 개선문·통천문·칼바위 등 이채
- 정상 서면 노고단·반야봉 조망
- 체력 맞는 산행속도 유지 주의

국제신문과 근교산을 사랑하는 애독자 모두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여는 첫 산행으로 ‘한국의 기상 여기서 시작되다’라고 쓴 표지석이 서 있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智異山 天王峰·1915.4)을 올랐다.

지리산 천왕봉을 최단 거리로 오르는 산길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구간이다. 남명 조식 선생은 천왕봉을 두고 워낙 높고 덩치가 커서 ‘하늘은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 했다. 등산객이 천왕봉 고샅을 내려선 뒤 제석봉을 향해 무릎까지 빠지는 눈 덮인 능선을 걷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 갑진년 새해 열다

천왕봉 산행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와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에서 오르는 게 알려져 있어, 취재팀은 등산동호인이 가장 많이 찾는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올랐다. 산행은 된비알로 잘 알려진 까칠한 칼바위~망바위 탐방로 대신 완만한 산길이 로타리대피소까지 이어지는 순두류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장터목대피소에서 칼바위계곡(법천계곡)으로 하산했다.

천왕봉 기운을 받은 근교산 취재팀은 올 한해도 건강하게 전국의 아름다운 산야(山野)를 찾아 근교산&그 너머 지면에서 매주 독자와 만날 것을 약속 한다.

산행경로는 다음과 같다. 순두류 탐방로(경남환경교육원)입구~생태 탐방로 출입문~아리랑 고개~광덕사교~로타리대피소~법계사 일주문~심장안전쉼터~동굴~심장안전쉼터~개선문~천왕샘 하단 쉼터~천왕샘~천왕봉 정상~칠선계곡 상단 쉼터~통천문~제석봉 덱 쉼터~장터목대피소~명성교~병기막터교~병기막터~유암폭포~홈바위교~칼바위 삼거리~칼바위~중산리 야영장~중산리탐방지원센터로 되돌아오는 산행이다.

산행거리는 등산안내도 기준 약 12㎞이며, 7시간 안팎 걸린다. 심설 산행인 데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눈꽃 산행을 접하다 보면 통용되는 산행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지리산 산청(중산리) 분소가 있는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서 순두류(경남환경교육원 입구)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탐방로 입구에서 내린다. 로타리대피소(2.7㎞)·법계사(2.8㎞)를 거쳐 가는 천왕봉 들머리이다. 지리산 법계사 표석과 오른쪽에 악천후 속에 조난자를 구조해 헬기로 후송하다 추락한 소방대원을 기리는 위령비가 있다. 산행을 시작할 때 눈가루가 흩날리더니 그새에 초록색 댓잎에 하얀 분칠을 해놓았다.

생태탐방로 출입문과 탐방객 계수대를 통과해 돌계단을 오른다. 천왕봉을 오르는 탐방로 가운데 가장 완만한 산길이라 그런지 산행은 큰 어려움이 없다. 출렁다리를 두 번 건너 약 40분이면 안전쉼터인 아리랑고개를 지난다. 산길은 계곡과 잠시 만났다 헤어져 광덕교를 건너 덱 계단을 오른다. 쉼터에서 35분이면 해발 1335m 높이인 로타리대피소 앞 삼거리에 닿는다. 로타리대피소 명칭은 부산의 로타리클럽의 후원 아래 부산 산악인들이 모든 건축 자재를 등짐을 져 날라 지은 데서 유래한다.

오른쪽 천왕봉(2.1㎞)으로 향한다. 왼쪽은 칼바위에서 올라오는 길.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법계사 삼층석탑.


▮지리 능선은 현재 ‘눈 구디’

정면에 법계사 일주문이 보인다. 약 1450m 높이에 들어선 법계사는 현존하는 절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어 경내를 잠시 둘러보자. 신라 시대 진흥왕 5년(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했다. 일제강점기에 법계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한다는 속설에 지리산과 법계사의 혈맥을 끊는 쇠말뚝을 박았다고 한다. 이를 뽑아내 전시중이며,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고려 시대 석탑이 있어 적멸보궁으로 불린다. 일주문을 나와 천왕봉으로 덱 계단을 오른다. 2, 3분이면 덱 계단이 끝나며 왼쪽에 출입금지 팻말이 걸린 전망대가 있다.

너럭바위 위 둥근 바위에 ‘고운 최선생 장리지소(孤雲 崔先生 杖履之所)’ 각자가 있어 일각에서는 여기를 문창대로 본다. 바위를 타는 된비알 길에는 덱 계단과 철계단이 놓였고, 안전 쉼터인 심장안전센터도 지난다. 반드시 자기 체력에 맞는 산행 속도를 유지하자.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 법계사에서 약 1시간이면 기립한 바위 사이를 빠져나가는데, 해발 1700m 높이인 개선문이다. 원래는 바위 두 개가 비슷한 높이로 있었으나 한 개가 붕괴되었다. 이제 천왕봉까지 800m 남았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면 반드시 거치는 해발 1700m 높이의 개선문.


고도를 높이니 고사목인 고래 뼈 같은 구상나무 가지에도 소복하게 눈이 쌓였다. 천왕샘 하단 쉼터를 지나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천왕샘을 통과하면 가파른 철 계단이 놓였다. 여기를 올라가면 ‘하늘 계단’이라 불리는 덱 계단이 정상 직전까지 이어진다. 개선문에서 50분이면 영남학파의 태두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이 ‘하늘은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 했던 천왕봉의 정수리에 선다. 구름이 뒤덮어 정상 조망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역사의 현장에서’ 안내판을 보며 노고단 반야봉 만복대 바래봉 방향을 짐작만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장터목대피소(1.7㎞)는 안내판 오른쪽 3, 4m 높이 바위를 내려가야 한다. 빙판이라 위험해 보여 정상 못 미쳐 식생 복원중 안전울타리에서 대원사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왼쪽으로 돌아갔다. 칠선계곡 상단 쉼터를 지나 15분이면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통천문을 빠져나간다. 꽃사슴 뿔 같은 상고대가 발길을 붙잡는데, ‘눈 구디’(눈구덩이)는 여기를 두고 하는 말 같다. 10분이면 제석봉 정상을 대신하는 안전쉼터에 닿는다.

1950년 대 도벌꾼들이 도벌 흔적을 안 남기려고 불을 질러 울창한 산림이 모두 탔다. 당시 뼈대만 남은 나무는 고사목이 되어 최근까지 제석봉의 상징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 그 나무도 모두 쓰러져 보이지 않는다. 완만한 능선을 20여 분 내려가면 대피소가 있는 장터목에 도착한다. 장터목 지명은 옛날 북쪽의 함양 마천과 남쪽 산청 시천면 주민이 해마다 봄가을에 올라와 물물교환을 하던 장터에서 유래한다. 하산은 왼쪽 중산리(5.3㎞)로 꺾는다. 오른쪽은 백무동에서 올라오는 길이며, 직진은 세석대피소 방향으로 노고단을 잇는 지리산 종주길이다.

꽁꽁 얼어붙어 물이 안 나오는 음수대를 거쳐 눈 덮인 길을 가파르게 내려가면, 칼바위계곡에 놓인 명성교가 나온다. 다시 10분이면 병기막터교를 건너 쉼터에서 숨을 고른다. 칼바위 삼거리(3.0㎞) 중산리탐방안내소(4.3㎞) 이정표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약 10m 높이인 유암폭포를 본 뒤 홈바위교를 건너 돌길을 걷는다. 장터목에서 1시간 50분이면 칼바위 삼거리에 닿는다. 중산리(1.3㎞)는 오른쪽 출렁다리를 건넌다. 왼쪽은 천왕봉·로터리대피소 방향.

이내 칼끝을 닮은 칼바위를 지난다. 칼바위와 홈바위에 전해오는 이야기 한 토막. 왕위에 오른 이성계가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지리산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 자의 목을 베라고 자객을 보냈다. 자객이 바위틈에서 수행 중인 사람을 발견하고는 칼을 내려쳤더니 바위가 쪼개져 홈바위가 되고, 칼은 부러져 날아가 꽂힌 게 지금의 칼바위가 됐다 한다.

통천길 출입문을 나와 중산리 야영장에서 칼바위 입구 도로에 내려선다. 오른쪽 도로를 따라 40분이면 출발했던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중산리 주차장은 20분 더 가야 한다.

◆교통편

- 부산 서부버스터미널 출발, 진주 간 뒤 중산리행 환승
- 산행거리 길어 1박2일 추천

셔틀버스를 내리면 나오는 순두류 등산로 입구.


산행거리가 긴데다 천왕봉 오르는 산길이 가팔라 대중교통 이용은 1박2일 산행을 추천하며, 당일 산행은 승용차가 낫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501-4 ‘중산주차장’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고 간다. 주차비는 무료다.

탐방안내소가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주차장은 공사로 오는 6월 말까지 폐쇄돼 현재 주차할 수 없다.

부산 사상구 서부터미널에서 중산리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진주를 거쳐 중산리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으며,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진주터미널로 이동해 중산리행 버스로 환승해 간다.

서부터미널에서 진주를 거쳐 중산리로 가는 버스는 오전 7시 10시50분에 있다. 약 2시간50분 소요. 서부터미널에서 진주로 가는 직행버스는 첫차 오전 5시50분이며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약 1시간30분 소요. 진주에서 중산리행 버스는 오전 6시 7시50분 8시40분 10시35분 등에 있다.

산행 뒤 중산리에서 오후 5시20분 7시50분(막차)에 출발하며, 진주를 거쳐 부산 서부터미널로 간다.

산청 분소가 있는 중산리 탐방로 입구(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순두류행 셔틀버스(010-2825-3001)는 주말 첫차 오전 7시, 평일은 첫차 8시이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버스 요금 2000원. 약 10분 소요.

문의=문화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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