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로 안팔리는 미분양? 그거 `전략`인데요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1월 X일까지 계약하는 분들에 한해 발코니확장비 계약금을 지원해드립니다. XX, XX타입은 마감. XX타입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서울 한 미분양 단지 홍보 문자 중)
안녕하세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새해 복 듬뿍 받고 계시죠? '푸른 용의 해'라니 뭔가 기분이 웅장하지만, 자동으로 배달된 나이는 즉시, 격렬하게 반품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이 기사를 클릭해주신 분들 모두 올한해 원하시는 일 모두 이뤄지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내친 김에 잠깐 이 코너 소개도 갑니다. 가끔 댓글에 '기사체가 아니다'라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지면용이 아니라 분량 제한없이 쉽게 설명드리는 형식이라 딱딱한 기사체보다는 후루룩 읽어내려가실 수 있는 문체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올해 첫 주제는 뭘로 잡아야 하나 어제 마감 폭풍이 몰아친 뒤 이리저리 고민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띠로링' 사운드를 동반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네 서두에 나온 멘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작년에 분양에 나섰던 저 현장은 서울 강북지역 초역세권임에도 '고분양가' 지적을 받아 수분양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외로 조금씩 팔리고 있네요?
제가 작년 11월 초에 확인했을 때만해도 23가구 정도가 미계약분으로 남아있었는데요.(미분양 세대 수 공개 의무가 없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안내문자 상으로는 어디보자...오오 단 9가구만 남았다고 합니다.
남은 물량 얼마 없다며 빨리 사라고 유혹하는 '절판마케팅'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미분양 전문 해결사'로 평가받는 분양대행사가 MGM(Members Get Members marketing)을 펼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입니다. '조직분양' 혹은 '떼분양'으로 불리는 MGM은 고객이 고객을 끌어온다는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시행사의 수수료를 받는 분양대행사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실제 분양을 받는 일반인을 시행사와 연결하는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자상으로는 '발코니확장비 계약금 지원'이라고 하니 대대적인 할인분양까지는 아니고, 기존 분양가에서 마진을 살짝 되돌려주는 수준인 듯 하네요. 물론 중간에 낀 분양대행사 수수료는 더 높겠죠?
MGM은 보통 시행사가 분양대행사 등에 높은 수수료를 제시해 미분양 소진에 속도를 내는 방법입니다. 어랏? 그런데 작년 말 인천에서는 아예 분양포문을 열기 전부터 MGM을 준비했던 현장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고분양가 책정에 미분양이 불보듯 뻔하니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걸까요.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내가 낼 분양가에서 일정 금액이 중간 단계 커미션으로 나가면 애초 분양가 자체가 높게 책정된 게 맞지 않느냐는 억울함(?)이 솟구치실 것 같은데요. 시행사가 본인의 마진을 일부 포기하고 진행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하니,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으로 봐야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근데 시행사들은 왜 적정분양가로 팔지 않고 시장 눈높이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걸까요. 그건 아파트라는 재화가 저가로 대량판매해서 이익을 취하는 '박리다매'형이 아니고, 한정된 토지에 한정된 수의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부동산(不動産)'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시행사에서는 분양 물량이 너무 빨리 팔려나가면 분양성공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분양가를 너무 낮게 잡았다"며 윗선으로부터 질책을 받아 '완판 성공 축배'조차 들지 못하기도 했다는데요.
흠...공급주체인 시행사 오너나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실제 배가 아플 일로 평가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분양가를 조금만 더 높게 책정한다면 마진이 더 커지거나 조합원 분담금이 줄었을 건데, 그 기회를 놓친 것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를 받는 현장이 아니라면 시장이 부담스러워해도 납득가능한 최고 수준의 분양가를 산정하는 곳들이 종종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 광명에서 곧 나온다구요? 국평 11억도 미분양인데 이번에 13억원대??? 어디선가 스쳐지나가 듯 본 '고삐풀린 분양가'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네요.
요즘 분양시장은 그야말로 '널뛰기판'라고 불러줘야할 듯 합니다. 고분양가 지적을 받았던 현장들이 속속 완판을 선언하고 있어 주택공급 주체와 수분양자들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기 의정부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나 광명시 '철산자이브리에르' 등이 정당계약에서의 조기 완판은 하지 못했지만, 줍줍이나 예비당첨 등의 단계에서 미계약분이 팔려나가며 당당히 완판했다고 공개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안팔린 곳들도 있습니다. 작년 말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와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 역시 '미분양 딱지'가 붙은 채 또 다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기도 했네요.
업계의 더 깊은 고민은 역시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아닌가 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작년 말에 공개한 '2023년 1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7925가구로 9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습니다...만 이미 준공을 마쳤는데도 팔리지 않는 '악성미분양'은 작년 10월 결국 1만가구 선을 넘겨버렸습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약간 있는 분이시라면, 작년 국내 미분양 1위 지자체가 어딘지 아실겁니다. 딩동댕~ 대구(1만328가구) 맞습니다.
그런데 준공 후 미분양 1위는 의외로 전남이 1339가구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그 뒤는 경기(1069가구)와 제주(1028가구), 대구(1016가구) 순입니다.
그나저나 고분양가 미분양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일 듯 합니다. 공사비 관련 기사를 쓰면 "건설사 입장에서 쓰지 말라"는 댓글이 가끔 보이는데, 실제 통계상으로 실제 공사비가 오르긴 했거든요. 거기에 땅값마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거 아시죠?
끝이 아닙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시장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1681만원으로, 작년 1월(1417만원)에 비해 264만원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공공분양도 멈추지 않네요. 서울이긴 하지만 작년 말에 공급된 '뉴홈' 사전청약에서 일반형 공공분양 물량의 전용면적 84㎡의 추정 분양가는 10억원대(대방)로 산출됐습니다.
물가 상승도 고통스럽지만 그나마 집값이라도 잡히길 바라는 건 전국민의 바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실무형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받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신임 장관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는 예상도 드네요. 그럼 어제 박 장관의 신년사 기사에 달린, 눈에 확 띄는 댓글로 이번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뻥튀기 분양가 잡아달라. 너무 불편하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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