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이순신 役, 인간적으론 아주 불행한 남자란 생각이 들었어요”[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4. 1. 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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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윤석에게 ‘이순신’ 이름 석 자는 책임감 이상의 그 무엇으로 다가온다. 영화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으로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 피날레를 장식하는 주연의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더불어 ‘인간 이순신’으로서도 이해해야만 했다.

“먹먹한 마음으로 ‘노량’을 마쳤으니, 그 의미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란 불안한 마음이 있어요. ‘노량’ 이순신으로서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요. 이 작품을 찍기 전 저도 남들처럼 이순신 장군을 민족의 성웅으로만 생각했는데, 영화를 준비하면서 ‘7년 전쟁’을 공부하다보니 이순신 장군의 여러 면을 들여다보게 됐어요. ‘명량 해전’ 이전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이순신의 노모는 그런 아들을 보러 한양까지 가다가 배 위에서 돌아가셨죠. 이순신 장군은 어머니의 3년상도 채 못 치르고 명량 해전에 나서야만 했고요. 그리고 명량에서 승리하니 그 보복으로 왜군이 집으로 쳐들어와 아들을 죽이잖아요? 이순신 장군이 피폐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죠. 개인적으론 700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난 7년 전쟁 속 군인 신분으로 살아간 아주 불행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윤석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노량’으로 이순신의 삶에 이입한 소감과 촬영 후기, 김한민 감독에 대한 애정 등을 털어놨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속 배우 김윤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 이순신에 관해 그만큼 아는 사람 있을까요?”

그는 함께 작업한 김한민 감독의 열정을 잊지 못했다.

“출연 제안을 받고 김한민 감독과 만나 하루종일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른 건 몰라도 임진왜란과 이순신에 대해 김한민 감독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줄줄줄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10여년간 만들었다고 하지만, 준비만큼은 20년 넘게 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모두가 아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3편으로 나눠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람인 거잖아요. 1편만 만들어도 10년은 늙는데, 웬만한 감독 아니고서야 못 버티고 나가 떨어졌을 거에요. 또 옆에선 얼마나 흔들어댔겠어요. 별 얘기가 다 나왔을 텐데도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강하게 할 수 있는 그만의 기운 이 있는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하면서 얄팍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결코 오래가지 못하고, 역시나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죠.”

배우 김윤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 감독과 작업이라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연기를 조금이라도 허투로 할 수 없었다. 특히 배 위에서 전사하는 클라이막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실하게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사방은 아우성을 칠 거고, 그 가운데 이순신 장군은 싸움이 급하니 자신이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아라고 유언을 하는 건데 맥락으로만 봐도 최대한 전투에 피해를 안 끼치고 마지막 말만 하고 죽는 상황이었어요. 이건 기존 영화에서 위대한 영웅이 죽을 때 모든 게 멈추고 진공상태가 되는 게 아닌, 진실하게 다가가야 설득력이 생길 거로 생각했죠.”

아들 역으로 나온 여진구와는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타짜-신의 손’, ‘1987’에 이어 네번째 호흡했다. 그의 이름이 나오자 비로소 희미하게 웃었다.

“여진구가 제 아들로 캐스팅된 걸 나중에 알았어요. 믿음직스러운 배우라 제 아들 역을 연기하겠다고 해서 굉장히 고마웠죠. 오랜만에 보니까 더욱 더 멋있어졌더라고요. 육체적 파워가 건강하고 액션 연기도 정말 잘 하던데요.”

배우 김윤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가는 이순신 장군, 배우고파”

이번 작품으로 이순신 장군의 용맹함 못지 않은 소신을 배웠다고 했다.

“장군이 대승을 거둔 가운데 7년을 버티면서 초인적인 면을 보여주는데요. 이순신 장군이 50대 중반에 돌아가셨는데, 제 나이가 벌써 50대거든요. 많은 생각이 오가더라고요. 조선의 명운을 살린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은 모든 걸 잃었는데, 만약 그가 더 나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더 큰 일을 해내었을까. 7년간 거의 매일 일기를 쓸 정도의 성실성,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 이런 걸 보면서 또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존경심이 더 강해졌고요. 저 역시 누가 뭐래도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가는 면을 배우고 싶어요.”

겸손한 답이었지만, 그 역시도 연기 하나만을 바라보며 우직하게 걸어온 배우다.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데뷔한 이후 묵묵하게 ‘배우’로서 살아왔다. 지난날을 돌아봐달라고 하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배우 김윤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점점 어려운 역과 책임져야할 역들이 제게 오는 것 같아요. 전 못 느꼈겠지만 조금씩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젠 ‘추적자’처럼 달리는 연기를 하진 못하겠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게 주어지는 배역들 중 제 체력과 나이 때문에 선택해야할 것들도 생길 거고요. 그땐 연기를 잘했다고 했지만 지금 보면 ‘저것보단 잘하겠다’라고 느끼는 혜안도 생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노량’이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계 2차대전에 관한 영화만 해도 수백편이 나오잖아요? ‘7년 전쟁’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전쟁인데,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니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뛰어난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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