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오사카행, 어쩌죠?"... 출국 앞둔 여행객들 취소 버튼 누를까 말까

이유진 2024. 1. 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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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은 일본 여행·출장을 준비하던 한국인들에게도 날벼락 같은 사건이었다.

한두 시간 비행으로 가장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나라(지난해 1~11월 일본 간 한국 관광객 618만 명)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간 잊고 지냈던 '지진 다발 지역'으로서의 위험성을 갑자기 실감한 것이다.

한 일본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지진 발생 당일인 1일 하루에만 '일본 여행 취소해야 될까요'와 같은 고민 게시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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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전 최우선" 여행 직전 취소
목재 숙소 '료칸' 포기, 보험 가입도
지난달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은 일본 여행·출장을 준비하던 한국인들에게도 날벼락 같은 사건이었다. 한두 시간 비행으로 가장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나라(지난해 1~11월 일본 간 한국 관광객 618만 명)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간 잊고 지냈던 '지진 다발 지역'으로서의 위험성을 갑자기 실감한 것이다.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뉴스까지 나오자, 일본을 찾았다가 혹시나 지진이 터질까 하는 걱정에 가족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가족 안전이 최우선" 취소 결정

오사카 여행을 2주 앞두고 있던 강모(29)씨 가족은 심각한 논의 끝에 여행 취소를 결정했다. 항공권, 숙소, 놀이공원 이용권의 취소 수수료로 100만 원이 넘게 나올 수 있지만, 혹시나 어린 조카까지 재해에 휘말릴까 걱정돼 그냥 가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강씨는 "오사카가 진앙지에서 멀고 피해가 없었다곤 하지만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 않느냐"며 "가족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시카와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는 이들 중엔, 여행 자체는 유지하되 지진 발생 시 위험할 수 있는 일정을 빼는 경우도 있다. 이달 중순 규슈 여행을 계획 중인 김도완(45)씨는 "부모님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들긴 한다"며 내진 설계가 안 돼 무너지기 쉬운 료칸(목재가옥으로 된 전통 숙박시설) 숙박을 포기했다. 다음 주 도쿄로 가는 박모(35)씨도 "일본에 사는 지인들도 괜찮다고 하고, 육아 등으로 당분간은 여행이 어려울 것 같아 취소가 망설여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난 상황을 대비해) 여행자 보험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 일본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지진 발생 당일인 1일 하루에만 '일본 여행 취소해야 될까요'와 같은 고민 게시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쿄(307㎞), 오사카(345㎞), 삿포로(711㎞), 후쿠오카(750㎞) 등 주요 관광지가 진앙지에서 멀다는 정보가 공유되기도 했고, '다들 평온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현지 상황이 올라오기도 했다.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하고 하루 뒤인 2일 와지마시에서 한 남성이 이불과 베개, 여행용 가방을 챙겨 지진으로 무너진 집을 지나가고 있다. 와지마=AP·교도 연합뉴스

"생소한 재난일수록...아는 게 힘"

일본 지진으로 인해 동해안에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발령되면서, 간접적인 대지진 공포를 느낀 사람들도 있다. 동해안 일부 지역에선 최대 50㎝가 넘는 쓰나미가 몰려오며 해변 출입이 금지됐는데, 강원 속초시를 찾았던 최종일(48)씨는 "사이렌이 크게 울리는 처음 보는 상황에 가족들이 크게 놀라, 빠르게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강릉시에 머물던 김모(30)씨도 "높은 곳으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에 어쩔 줄 몰랐다"며 "이 상황을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겪었다면 더욱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진과 쓰나미에 무조건적인 공포를 느낄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대피 수칙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국인에게 일본은 친숙한 관광지이지만 (일본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에 관해선 무지해 두려움이 막연히 더 클 수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수록 재난 속에서 더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도 "대피 중 신어야 하는 신발까지 상세히 짚는 재난 교육을 받아온 일본인에 비하면 (한국인은) 더 헤맬 수밖에 없다"며 "여행사 차원에서라도 적극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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