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CEO 키워드 '상생·리스크 관리'… "이자이익 한계, 혁신해야"

박슬기 기자 2024. 1. 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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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사진= 각 사
국내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에서 경영 키워드로 '상생금융'과 '리스크 관리' 등을 제시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건전성 지표 악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저성장 등 금융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아울러 올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이자이익에 기반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그룹 CEO들은 '상생금융'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그룹·은행의 ESG 본부를 'ESG 상생 본부'로 확대·개편했다.

양 회장은 "부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KB가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회장은 "KB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상생과 공존'의 패러다임을 적용해 'KB의 고객'을 '국민, 그리고 사회 전체'로 그 범위를 확대해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임직원에게 담대심소(膽大心小)와 이택상주(麗澤相注) 등 두 가지 고사성어를 제시했다.

담대심소는 도량은 넓고 크지만 마음은 늘 작은 부분까지 깊이 살펴야 한다는 의미로 도전적인 목표 설정과 고객의 작은 불편함도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정성을 쏟자는 다짐이다.

이택상주는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주며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로 사회와 이웃을 위한 상생의 가치를 높이는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자는 당부다.

진옥동 회장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혼자만의 생존은 불가능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살명했다.

이에 발맞춰 신한은행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총 3067억원의 민생금융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20일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고객(부동산임대업 제외)을 대상으로 대출금 2억원 한도로 금리 4% 초과분에 대해 1년간 이자 납부액의 90%까지 최대 300만원 캐시백을 지원한다.

1월 중 대상자를 선정해 고객안내를 완료하고 3월까지 캐시백을 지원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자 납부기간이 1년 미만인 고객에게도 올해 금리 4% 초과 이자 납부액에 대해 총 한도 내 캐시백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지원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고객 26만명이 혜택을 받을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금리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어 "가산금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과 원가를 산정함에 있어 신용등급 체계는 적정한지, 우량 신용정보 수집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확보한 정보는 제대로 활용했는지, 금리 감면요청 전에 선제적인 제안은 할 수 없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가 핵심… 혁신·협업·비은행 도약 추진


금융그룹 CEO들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업 존재의 근간인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제적, 시스템적, 촘촘한 그물망식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정학적 불안, 고금리와 경기둔화, 부동산발 잠재 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또 다시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적과 동지의 구분이 어려운 시기에는 원칙으로, 기본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모든 사업은 고객 시점에서', '일하는 방식은 제로베이스(Zero-Base)로'라는 우리의 경영 기조는 다시 한번 더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설명했다.

CEO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과 도전도 강조했다. 진옥동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 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설정했다.

진 회장은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은 고객중심, 일류신한 달성을 위해 신한인이 가져야 할 일상의 기준"이라며 "기존의 성공 방식만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관행의 틀, 안주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혁신과 도전에 나설 때"라며 "ESG, 디지털, 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함영주 회장은 협업을 강조했다. 함 회장은"서로를 위한 희생과 배려를 통해 헌신적인 협업으로 하나금융그룹의 역량을 결집하고 나아가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 투자,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 금융이 줄 수 있는 가치 그 이상을 손님께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종희 회장은 올해 비은행 계열사들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KB는 리딩이라는 타이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KB 브랜드' 그 자체가 대한민국 금융의 스탠다드로 인식돼야 한다"며 "계열사별 성장전략을 재정비함으로써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 회장은 "'투자운용, WM,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 또한 한층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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