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정노조 간부들, 조합비로 해외 골프… 윗선 상납도”

정해민 기자 2024. 1. 3.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부 조합원들, 감사원에 부패 행위 신고 접수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이 2023년 11월 30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전국우정사업노동조합연맹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뉴스1

한국노총 산하 우정노조 지역위원장들이 이동호(59) 위원장에게 억대의 돈을 상납했다는 의혹이 2일 제기됐다. 일부 지역위원장은 조합비로 골프를 친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의혹은 일부 우정노조 조합원들이 지역위원장들을 ‘부패 행위’로 감사원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조합원들의 감사원 신고 내역과 녹취록에 따르면, 노조 산하 8개 지방본부는 지난 2020년과 2023년 한국노총 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의 후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씩 총 1억6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2020년엔 한국노총 사무총장에 출마해 당선됐고, 2023년엔 한국노총 위원장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본지가 입수한 우정노조 지역위원장 A씨와 조합원 B씨의 통화 녹취록에는 당시 상납 관련 정황이 담겼다. A씨는 “전국적으로 (후원을) 엄청 했어”라며 “1000만원 해줬더니 나중에 운영 통장으로 1000만원이 들어왔어”라고 했다. 선거 당시 1000만원을 후원했고, 나중에 돈을 돌려받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일부 지역위원장은 시 지원금 사업을 조합비로 이중 정산받는 방식으로 상납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본부위원장 정모씨와 한 조합원 간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22년 9월 전남본부 워크숍 행사를 진행하면서 호텔 숙박비·식비 등 523만원을 광주광역시로부터 지원받았다고 했다. 정씨는 조합비에서 같은 액수의 행사 진행비를 인출해 이 위원장에게 건넬 1000만원에 보탰다고 한다. 시로부터 이미 지원금을 받았지만 조합비를 이중 인출한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감사원 신고에는 지역위원장들이 정기 모임 회비를 기존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려 받았고, 올려 받은 돈은 이 위원장 선거 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담겼다.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들은 이 회비도 조합비에서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선거 자금으로 유용된 돈은 지난 2022년 중순부터 약 10개월 동안 수천만원이라고 한다. 이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2020년 사무총장 선거는 얼떨결에 나가느라 후원금을 전혀 못 받았고, 2023년 선거에서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후원금을 받았다”며 “지역위원장들로부터 1000만원씩을 받았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위원장 회비를 증액해 걷었다고 한들 저와 무관한 모임이라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정년 퇴임으로 인한 우정노조 위원장 퇴직을 앞두고 나이·연임 제한이 없는 우정노조 상급단체 ‘우정연맹’을 출범시켰다. 우정연맹 위원장은 대의원 60명의 투표로 선출됐는데, 이 위원장이 당선됐다. 우정연맹은 우정노조원으로부터 월 조합비 2300원을 걷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연맹 출범은 불합리하다”며 우정노조 소셜미디어에서 이 위원장 사퇴와 우정연맹 출범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위원장 선거 자금 상납 의혹 건과 별개로 전남지역본부의 횡령 의혹도 감사원에 신고됐다. 본지가 입수한 전남지방본부 조합비 계좌 거래 내역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9월까지 한 달 동안 캠핑용품, 휴대전화용품 등 약 233만원이 결제됐다. 2022년 4월에는 “어려운 이웃과 나누겠다”며 걷은 정기회의 축하금 270만원이 회의 이틀 뒤 전부 인출됐다. 인출된 축하금의 사용 내역은 불분명하다고 한다. 2022년 12월에는 국장급 임원 전원이 출장을 간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받은 조합비 약 245만원을 정씨 등이 해외 골프 모임 비용으로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남지역위원장 정씨는 관련 의혹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