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71] 안산 대부도 바지락쌈장
경기 안산과 화성에 있는 염전으로 지난해 마지막 어촌 마을 답사를 다녀왔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소금 농사가 끝난 뒤 불쑥 찾아드는 나그네처럼, 불청객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천일염전의 문을 열었던 지역에 마지막 남은 염전을 둘러보는 기분은 날씨만큼이나 불편했다. 혈혈단신으로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에게 갯벌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다. 그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서 생계를 잇고, 염전을 만들어 희망을 꿈꿨다.
대부도는 40㎢로 여의도의 14배에 이르는 큰 섬으로 낙지섬이라 불렸다. 황금산을 주봉으로 방아머리, 구봉도, 말부흥, 고랫부리, 불도, 선감도, 메추리섬 등이 낙지의 발처럼 해안으로 뻗어 있다. 그 갯벌에는 바지락, 동죽, 낙지, 숭어, 망둑어가 지천이었다. 방아머리에 바지락칼국수 집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 우연은 아니다. 주민들은 갯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바지락을 이용해 걸쭉하게 찌개를 만들거나 쌈장을 만들어 먹었다. 우렁 쌈장을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바지락 쌈장은 쉬이 접할 수 없다. 조리법은 우렁 쌈장과 비슷하다. 들기름을 넣고 집된장을 넣어 볶은 후 양파, 버섯, 호박 등 채소를 잘게 썰어 다시 볶으면 된다. 이때 절대 물은 넣지 않는다. 된장의 강한 짠맛을 순하게 만들고 채소가 들어가 식감도 좋다. 원주민의 눈총을 받아가며, 된장 한 그릇 얻어 바지락을 비벼 넣어 쌈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삼겹살이나 채소 쌈을 할 때나, 보리밥에 비벼 먹으면 반찬이 필요 없다. 좋은 갯벌이 있어서 실향민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대부도 갯벌 중 상동마을과 고랫부리 연안 두 곳이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받아 ‘대부도 갯벌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람사르 습지이기도 하다. 이곳을 상징하는 생물은 노랑부리백로이며, 흰발농게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가을철이면 칠면초 군락이 아름답고, 알락꼬리마도요,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등 바닷새들이 많이 찾는다. 안산시는 대부도 동주염전 옆에 염전 체험장과 전시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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