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일본 여행간 한국인들 휴대폰 쥐고 지진공포에 떨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무서웠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괜찮은 건가 싶었다."
최모씨(38)는 딸(4)과 남편 정모씨(45)와 지난 1일 오후 4시15분쯤 교토에서 강한 진동을 느꼈다. 창밖이 흔들렸고 울렁거려 무서웠지만 딸의 머리를 감싸는 것 말고는 뭘 해야 하는지 몰랐다. 최씨는 "주변 일본인들이 대피도 안 하고 멀쩡하게 자기 일을 하는 걸 보고 '이 정도는 대피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기초적인 일본어 회화를 할 줄 알지만 어느 지역까지 대피하라는 건지, 지하철을 타도 되는건지 교토도 지진 영향권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일본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에서 2일 새벽까지 90여회 이상의 여진이 계속됐다. 새해 첫날 전해진 지진 소식에 일본 여행을 앞둔 한국인 관광객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찾은 시민 대다수가 도쿄·오사카·후쿠오카·오키나와 등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진 발생지역과 거리가 멀지만 여진 등 추가 지진에 대한 대처 요령을 모른다고 답했다.
최씨 역시 지진 발생 후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TV를 켜자 정규방송은 중단됐고 쓰나미 위험 지역에서 이동하라는 속보가 나왔다. 최씨는 "이게 우리도 상관이 있는 건지, 어디까지 어떻게 대피하라는 건지 해당지역이 아니면 모르겠더라"고 했다. 2일 오전 귀국한 후에야 한국 외교부가 쓰나미 대피를 위해 고층 건물로 이동하라고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지난 1일 오후 4시10분쯤 나고야시 한 쇼핑센터에서 진동을 느낀 이종훈씨(49)는 "지진과 거의 동시에 주변 일본인들 휴대폰에 지진을 알리는 경고음과 함께 안내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씨는 "한국에서 받은 긴급재난문자와는 알림음이 달랐다. 별도의 안내 방송도 없어서 진열된 상품들이 흔들렸지만 그냥 서 있기만 했다"고 했다.
일본 출국을 앞둔 관광객들도 걱정이 앞섰다. 남편, 고등학생 딸과 오사카 패키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온 이모씨(53)는 "지진 뉴스를 보고 걱정했지만 예약한 것도 있고 여행사에서 취소해 주는 것도 아니라 가긴 간다. 그래도 걱정은 많이 된다"고 했다.
이씨는 "일본에서 지진이 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따로 아는 건 없다"며 "그래서 걱정이 더 크다. 가이드한테 관련 내용 자세하게 물어볼 생각"라고 했다. 이씨는 지진이 났지만 환율도 싸고 비행시간이 짧은 일본 여행을 대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사카와 교토로 친구와 개별 여행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온 유치원교사 박모씨(26·여)는 "부모님이 걱정했지만 이 직업 자체가 휴가를 따로 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지금 아니면 갈 방법이 없다"며 "일본에서 지진이 나면 대피소에 피해야 할 거 같은데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대학생이 된 기념으로 고등학교 친구 3명과 오키나와에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임모씨(20·여)는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막연하게 '여행자 보험 들어놨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효고현 집에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온 일본인 하라다 에리코씨(51)는 "한국인과 결혼해 아이들이 한국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일본에 비해 한국 학교에서 지진 대피 요령에 대한 교육을 너무 조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라다씨는 "지진이 났을 땐 책상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학교에서부터 자주자주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일본정부관광국은 지난해 1~11월 일본을 찾은 방문객 2233만명 중 한국인이 618만명이었다고 밝혔다. 방문객 국별로 한국(27.1%)이 대만과 중국 등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국내 주요 여행사는 현지 단체 관광의 경우 가이드를 통해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다만 항공·숙박편만 판매한 개별 여행에 대해선 지진 등 자연재난 발생에 따른 현지 대응 요령을 안내하지 않고 있다.
이정일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 교수는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세월호 사건 이후 학교에선 안전교육을 하는데 오히려 교육받지 못한 성인들이 더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오송사건도, 이태원 참사도 모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성인과 아동의 대처 요령이 다른데, 상황별·연령별로 현장에서 바로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김포(경기)=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인천=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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